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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Aug 15. 2019

둘에서 하나

대둔산 자락의 논산 쌍계사

물이라는 것은 고여있지만 않는다면 중력의 법칙에 따라 위에서 내려오다가 언젠가는 하나로 합쳐지게 된다. 아주 먼 길을 돌아서 올 망정 언젠가는 하나로 합쳐지게 되는 것이다. 인연과 비슷하다고 해야 하나. 조금 길게 돌아간다고 하더라도 만나야 할 사람은 만나는 것처럼 말이다. 논산의 쌍계사(雙溪寺)의 쌍계는 두 가지 물줄기가 만나는 곳이라는 의미가 있다. 대둔산 자락에 자리한 쌍계사는 논산을 대표하는 사찰 관촉사와 다른 한 축을 이루고 있는 사찰이다.

쌍계사 입구로 들어가는 공간에서 가장 먼저 만나는 것은 부도다. 부도는 결국 스님의 사후에 남은 흔적을 담아두는 것이다. 스님의 근본은 절제하고 공부하고 수행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내면에서 알 수 없는 과정에 의해 조금씩 무언가 쌓이는 것이 이것이 사리다. 사리는 부처나 성자의 유골을 의미하며 그 의미가 전용되어 부도에는 스님들의 시신을 화장하고 난 후 유골에서 추려낸 구슬 모양의 작은 속에는 사리를 모신 것들이 빽빽이 서 있다.

여름에 논산 쌍계사에 찾아와 본 것은 처음이다. 여름에는 에너지가 넘치는 계절이지만 오히려 사람은 기력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양의 대표적인 성질은 활력이며 무한히 살아서 움직이는 것이지만 그것을 온몸으로 받기에는 한계가 있다. 우리 몸의 생리도 음과 양으로 되어 있는데 교감신경계는 작용을 촉진시키는 양의 성질을 가지고 있고 부교감신경계는 억제 기능을 가지고 있으며 음의 작용을 한다. 

입구에서 아래쪽으로 걸어서 올라가면 가장 먼저 시원스럽게 보이는 것이 대웅전이다. 보물 제408호로 지정되어있는 대웅전은 꽃무늬 창살로 유명한데, 꽃무늬는 연꽃, 모란을 비롯해 6가지 무늬와 색이 새겨져 있는데 섬세하고 정교함이 특징이다. 쌍계사의 대웅전은 불전의 장식화를 가장 극적으로 보여주는 사찰이라고 한다.

쌍계사는 대둔산 줄기의 불명산 기슭에 숨어 있는 사찰로 절을 에워싼 산세가 범상치 않은 곳에 위치한 쌍계사에는 인기척은 없지만, 산새 소리와 풍경소리가 울려 퍼져 마음의 평온함을 준다.

사물이 없었을 때는 아무 일이 없지만 있고 나면 변해가는데 이곳도 변화 없음에서 변화 있음으로 가는 것이다. 무가 유를 낳은 것이고, 또한 양이 음을 낳았다고 말할 수 있다. 사계절에서 변화! 이것이 바로 자연의 모습이다. 원인은 양이고 결과는 음이 받아들인다. 양이란 변화의 원인으로 사물을 이끌어가며 음은 뒤에 처져 이끌리는 존재다. 쌍계사의 변화도 그렇게 만들어져 가고 있었다. 

나무는 속이 썩어도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을 보면 생물이 살아남는 데 있어서 나무의 오랜 수명이 필요해서 그렇게 만들어놓은 것이 아닐까. 

대웅전 안에 자리하고 있는 불상은 조선 후기인 17세기 초에 만들어진 3구의 대형 소조불좌상으로서 본존은 석가여래, 향좌 측은 아미타불, 향우 측은 약사불로 구성된 삼세불이다. 손 모양이 다른 것을 제외하고 보면 꼭 같은 모습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한 것처럼 보인다. 그렇지만 중앙의 석가 여래불이 가장 크고 좌우 아미타·약사불이 조금 작게 조성되어 있어 다소간의 위계를 두었다. 본존인 석가불은 오른손을 무릎 밑으로 내려 항마촉지인을 취하고 왼손은 앞으로 내밀어 엄지와 중지를 맞대었다

두 개의 물줄기가 하나로 이어진다는 쌍계사에는 다양한 전설도 내려온다. 고통이 사라진다는 기둥부터 이 사찰을 만들게 될 때 옥황상제의 아들이 만들었다는 전설 등이다. 

역시 더워서 그런지 사람의 인기척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사물의 작용은 끝 간데 없이 계속되건만 그것이 어디로 가는지 참으로 어렵다. 물리학으로 유명한 스티븐 호킹 박사는 대자연에는 미래를 아는 것을 금지시키는 법칙이 존재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 불명산은 봄철은 개나리와 산벚꽃, 여름에는 기암괴석과 어우러진 녹음, 가을엔 온산이 붉게 물든 만산홍엽이, 겨울에는 은백의 설경이 산행의 백미를 느끼게 하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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