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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Aug 14. 2019

말복과 처서 사이

논산 탑정호의 뜨거운 여름

말복이 지난 일요일이었다. 말복은 입추 후 첫 번째 드는 경일을 말한다. 말복은 입추 뒤에 오기 때문에 중복과 말복 사이의 간격이 20일이 되어 초복과 말복 사이가 30일이 될 수도 있는데 이 때는 월복이라 한다. 그리고 다음 주에 처서가 올 예정이다. 아마도 별다른 일이 없다면 그날은 오겠지란 생각을 한다. 처서가 지나면 자연의 순리는 여름을 밀어낸다. 처서는 24절기의 열넷째로 여름이 지나 더위도 가시고, 선선한 가을을 맞이하게 된다고 하여 이처럼 부르지만 낱말을 그대로 풀이하면 '더위를 처분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탑정호의 여름은 아직 기세가 완강하게 자신을 뽐내고 있었다. 

처서가 지난다고 해서 갑자기 시원해지지는 않고 태양의 열은 강하다. 처서 때는 여름 동안 습기에 눅눅해진 옷이나 책을 아직 남아 있는 따가운 햇볕에 말리는 포쇄를 할 수 있는 것이다. 

처서가 지나도 연꽃은 아직 화려하게 만개해서 그 모습을 볼 수 있다. 

이곳 데크길은 지인과 참게매운탕을 먹고 나서 걸어본 기억이 난다. 그때는 지인의 친구인 날파리들이 엄청 날아다녔는데 혼자 오니까 쫓아오지는 않는 듯하다. 

논산지역은 대추 농사로 유명한데 대추가 달콤하게 익어가기 시작하는 처서 앞뒤로 비가 내리면 대추가 익지 못하고, 그만큼 혼사를 앞둔 큰 애기들의 혼수 장만 걱정이 앞서기 때문이라고 한다. 대추 농사를 지어서 결혼을 시킬 수 있는 시대는 지났지만 농경사회에는 그런 이야기도 있었다. 

봄이 되면 이 부근에서 탑정호에서 당산 작두 공연이 펼쳐지기도 한다. 작두를 타면서 신령과 의사소통을 하면서 영험한 기운을 받는 것으로 다른 어떤 종류의 공수보다도 나쁜 액을 누르고 해로운 기운을 잘라냄으로써 부정한 기운을 막거나 억제하는 상징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농업용수 확보의 목적으로 1944년에 준공된 탑정호는  충청남도에서 두 번째로 큰 저수지로서 어족자원이 풍부한 곳이다. 흙댐으로 만들어진 탑정호는 한국농어촌공사는 탑정호를 계획적으로 개발하는 수변개발사업을 2012년부터 추진하여 현재 수변생태공원의 조성이 완료가 된 것을 넘어서 출렁다리도 곧 만들어질 예정이다. 

노르딕 걷기 운동은 일반적인 걷기보다 더 많은 근육을 사용해 칼로리 소모량이 많을뿐더러 스틱을 사용하기 때문에 굽어진 허리, 척추 등 몸을 똑바로 세워 걷는 데 큰 도움이 되는 운동으로 알려져 있다고 한다. 그러나 걷기에는 아직도 태양의 에너지가 참 강하다. 

수력발전의 용도로는 그렇게 실용적이지는 않지만 적어도 걸어보고 돌아볼만한 곳으로 탑정호는 괜찮은 곳이다. 농업용수의 목적보다는 관광의 목적이 더 커지고 있는 탑정호에도 곧 처서가 올 것이다. 이제 곧 논의 벼가 황금색으로 변하게 되는 모습을 보게 된다. 논산 역시 쌀로 유명한 곳이기에 처서가 반가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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