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군 백양사의 여름
조선에서 만나야 할 팔경이라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 조선팔경이다. 단풍으로 그렇게 유명하다는 내장산을 이번에 처음 가보았다. 말로만 듣다가 가본 내장산은 역시 가을뿐만이 아니라 여름에 보아도 멋진 풍광을 만들어내는 산이었다. 그곳에 조선팔경 중 한 곳이라는 백양사라는 사찰이 있다. 차를 주차하고도 적지 않은 거리를 올라가야 만나볼 수 있는 곳이어서 땀을 많이 흘렸다.
홍길동으로 유명한 고장 장성군의 백양사는 역시 여름에도 가볼만한 곳이었지만 땀을 흘려야 되는 것은 각오를 해야 한다. 이제 일주문을 지나 들어가 보기로 한다.
산세가 남다르다. 계룡산의 산세도 남다르지만 백운사의 건물들 사이로 솟아있는 암봉의 기운이 남달라 보인다. 이곳에서 소원을 빌면 모든 것이 이루어질 것 같은 느낌마저 든다. 632년(무왕 33) 여환(如幻)이 창건하여 백양사라고 하였으며, 1034년(덕종 3) 중연(中延)이 중창하면서 정토사(淨土寺)라 개칭하였다가 다시 백양사로 돌아왔다.
장성군은 백제가 사비로 도읍을 이동하였을 때 백제의 중앙 지역에 자리하고 있던 지역이었다. 그래서 이곳에 사찰을 창건한 것이었을까. 백양사가 자리한 백암산은 높이 741.2m. 노령산맥에 속하며, 주위에 내장산·추월산 등이 있다.
당당하게 조선팔경 국립공원 백암산 백양사라고 쓰여 있다.
이곳까지 걸어와서야 알았다. 아~사찰 관계자는 이곳까지 차를 끌고 올 수가 있었구나. 어쩔 수 있겠는가 우선 백양사로 들어가 본다.
백양사에 현존하는 당우로는 대웅전(大雄殿)을 비롯하여 극락보전(極樂寶殿)·명부전(冥府殿)·칠성각(七星閣)·진영각(眞影閣)·천왕문(天王門)·선실(禪室)·요사채와 범종·법고·목어·운판 등의 사물(四物)을 소장하고 있는 범종각(梵鐘閣)이 있다.
한여름에 화려하게 핀다는 배롱나무 꽃은 이제 어디를 가도 흔하게 보인다. 백양사의 경내에도 배롱나무 꽃이 적지 않게 피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언젠가는 사찰음식도 한 번 만들어보고 싶다. 쉽지는 않을 듯 하지만 불가에서 금하는 고기와 오신채 대신에 제철 식재료만 사용해 자연의 풍미를 느낄 수 있는 맛깔난 요리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전라남도 유형문화재 제32호인 백양사 극락보전은 400여 년 전에 지은 것으로서 백양사 건물 중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로 영·정조 대에 지은 건물인데, 건평 50㎡에 세워진 정면 3칸의 맞배지붕 건물이다.
절경 내와 맞은편에는 난대성의 늘 푸른 나무인 비자나무 5,000그루가 군락을 이뤄, 천연기념물 제153호로 지정되어 있는 것도 특징이다. 절로 오르는 구간에 우거진 수백 년 된 아름드리 갈참나무 거목들, 3,000여 그루의 고로 쇠나무와 비자림은 산림욕이 좋다고 하는데 흐르는 땀을 닦느라고 정신이 없었다.
백양사는 비자나무로 유명한 사찰이기도 하다. 바둑을 두는 사람들은 알겠지만 바둑판의 최고급품은 비 자반(榧子盤)으로 친다. 나무에 향기가 있고 연한 황색이라서 바둑돌의 흑백과 잘 어울리며, 돌을 놓을 때 들리는 은은한 소리까지 그만인 비자나무는 현재 남해안 및 제주도에서 드물게 자라는데, 대부분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다. 그래서 지금은 비자나무로 바둑판을 만들지 못한다. 잘 만들어진 비자나무 바둑판은 마치 특정 바이올린처럼 가격이 상당히 높다.
계곡을 막아 만든 연못, 뒤로는 기암절벽이 병풍처럼 서 있어 연못물에 어른거리는 쌍계루의 모습이 한 폭의 그림처럼 보인다. 원래 갈참나무와 단풍나무가 도열하듯 서 있는 숲길을 지나 백양사 입구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쌍계루가 눈에 뜨지만 필자는 반대방향으로 걸어서 들어왔기에 나오면서 쌍계루를 만나게 된다. 백양사는 참 많은 가치가 있는 사찰이다. 산세와 풍광부터 드물게 볼 수 있는 비자나무까지 무형의 가치를 부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