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수 05-2

2015.11.23

소윤이가 모는 차가 빠르게 차 사이로 질주하고 있었다. 한 대쯤 따라올지 알았는데 정확하게는 모르겠지만 2대 이상이 쫓아오는 느낌이다. 어차피 지금 이 상태로 저들을 따돌릴 수도 없고 따돌릴 생각도 없다. 그냥 몇 대나 따라오는지 알고 싶었다. 올림픽대로를 탄지 20분 되었을 때 형사들이 이 탄 것으로 보이는 YF소나타 한 대, 누군지는 모르지만 정부기관중에 하나일 것 같은 검은색 그랜저 HG, 그리고 확실하지는 않지만 닛산 모델 한대도 따라오는 느낌이다. 어차피 저들 중 누군가는 그 쪽지의 내용을 알았을 테고 이쯤 되면 어떻게든 현오 빠가 어디 있는지 찾기 위해 눈이 벌게졌을 것이다. 소윤은 룸미러를 쳐다보며...


"올림픽대로 타고 가다가 서울 외곽순환도로로 한바퀴 돌아주고 집으로 가야겠다. 좀 더 액션을 취해볼까."


소윤은 밟고 있던 액셀레이터를 조금 더 힘을 주어 지그시 눌러주었다. 차의 RPM이 올라가며 연료가 빠르게 분사되었다. 점화된 불꽃은 엔진의 실린더를 정신없이 위아래로 움직이게 만들었다. 엔진에서 만들어진 운동에너지는 변속기를 통해 추진축을 빠르게 돌리며 바퀴를 빠르게 회전시켰다. 정속으로 주행하는 다른 자동차를 앞서가는 도중 소윤은 폰의 홈버튼을 길게 누르고 블루투스 이어폰을 귀에 꼈다.


"김예원에게 전화" SERI가 화면에 뜨면서 기계음이 들려왔다.

"김예원이라는 연락처가 2개 전화번호가 있습니다. 어떤 것을 사용할까요?" 잠시 생각했다. 예원이 집전화번호가 남아 있었네?

"휴대전화"

"김예원 010-2323-2222"로 전화 거는 중"이라는 말을 하며 전화가 걸렸다. 신호음이 6번쯤 울렸을 때 예원이가 반갑게 전화를 받았다.

"소윤아. 오래간만이야."

"그래 예원아 잘 지내지?"

"응 나야 똑같지."

"참 나 TV로 봤어. 어떻게 해? 오빠는 지금도 숨어 지내는 중이야? 너는 괜찮은 거야?"

"말하자면 길어. 나 부탁할 것이 있어서 전화했어."

"뭐? 내가 해줄 수 있는 거면 해줄게."

"너희 오빠 지금도 서대문경찰서에 있어? 정보보안과 인가?"

"응 아직 거기 있지. 왜?"

"오늘 출근하는 날이야?"

"2일 전에 비번이라고 가족끼리 식사했거든. 그러니까 오늘은 근무하고 있을 거야."

"그럼 내가 30분쯤 있다 갈 테니까. 나 간다고 말해줄래?"

"지금 그 일하고 관련된 거야?"

"길게는 묻지 말고. 자꾸 나를 따라오는 차들이 있어 귀찮아서."

"알았어 말해줄게. 너도 오빠 기억나잖아?"

"응 대학교 다닐 때 몇 번 봤으니까 얼굴은 알아."

"내가 전화해볼게. 소윤아 별일 없는 거 맞지?"

"응 예원아 걱정하지 마. 너한테까지 걱정 끼치고 싶지는 않아."

"그래 빨리 잘 끝나고 편하게 봤으면 좋겠다."

"응 고마워."

소윤은 속도를 줄이며 홍은 IC로 빠져나와 홍제역 방면으로 들어섰다. 이미 1주일의 휴가를 받아둔 터라 여유가 있는 편이었다. 역시 서울은 서울인 모양이다. 평일 낮에도 차량이 적지 않았다. 러시아워와 비교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속도가 현저히 떨어졌다. 처음 가보는 서대문경찰서 건물은 주변에 새로 지은 빌딩 등과 이질감이 느껴질정도로 평범해 보였다. 정문으로 들어서자 의경으로 보이는 젊은 남자가 경례를 하면서 차를 세웠다.

"어떤 일로 오셨습니까?"

"예 정보보안과 김인식 씨를 찾아왔는데요." 지금 직책이 무엇인지는 알 수가 없기에 그냥 씨를 붙였다.

"아 저쪽으로 가서 차를 세우시고 안으로 들어가시면 안내가 있으니까요. 보고 올라가시면 됩니다."

"예 수고하세요."


차의 뒤편을 살펴보자 쫓아오던 차량들이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그냥 지나치듯이 지나갔다. 서대문 경찰서 주변은 차량 통행이 많아서 주정차하기도 힘든 곳이었다. 차를 세우고 시동을 끈 뒤 경찰서 건물 안쪽으로 들어갔다. 정보보안 과라고 써져 있는 사무실의 문을 열고 들어가자 안쪽에 익숙한 얼굴이 눈에 띄었다.


"아 오래간만이네요. 엄소윤 씨 맞죠?"

"말 놓으셔도 돼요."

"그게 그래도 정말 오래간만에 본 것 같아서요."

"많이 바쁘세요?"

"아니 괜찮아요. 예원이에게 대충 이야기는 들었는데."

"무슨 일로 여기까지 왔어요. 참 커피 드실래요?"

"예 감사합니다."


김인식은 자판기에서 커피 두 잔을 빼고 소윤을 바라보았다.


"1층으로 내려가시죠. 그나저나 그 인질극 때문에 광수대가 발칵 뒤집혔을 거예요."

"알고 계시는구나."

"아 2일 전에 예원이랑 밥 먹는데 이야기하더라고요. 그런 친구가 있다고. 뭐 저하고 상관은 없는 일이라 이렇다 할 말은 못해줬죠. 그런데 경찰서에 볼일이 있어서 온건 아니죠?"

"예 그런 건 아니고 이상한 차량이 자꾸 쫓아와서 피난 차 왔어요. 방해된 건 아니죠?"

"광수대에서 붙었을 거예요. 그거 하나 해결하면 1~2단계 진급은 따놓은 거니 당연히 따라다니겠죠. 지금 그 사건이 점수가 가장 높아요. 잡기만 하면 끝나는 거죠."

"그렇구나. 그래서 계속 따라다니는 거구나. 그리고 다른 이상한 차량들도 있어요."

"그래요? 만약 그 무기명 채권이 진짜라면 다른 조직도 있을 거예요. 확실한 것은 모르겠지만."

"혹시 오늘 차 타고 출근하셨어요?"

"예? 아니.. 그냥 지하철 타고 왔는데요. 지하철이 편하기도 하고..."

"정말 죄송한데요. 혹시 제 차를 타고 퇴근해주시면 안돼요?"

"예? 소윤 씨 차를 타고 퇴근하라고요?"

"그리고 이 주소로 가져다주시면 정말 감사할 것 같아요. 차 키는 그냥 우편함에 넣어주세요."


김인식은 한숨을 쉬며 1분 정도 생각하는 듯하더니.


"그래요. 예원이가 무리한 것 아니면 부탁 좀 들어주라고 했으니까. 그렇게 해드릴게요. 근데 위에서 머라고 할 수도 있는데."

"무리한 부탁인 거 알아요. 그리고 불미스럽게 엮일 수도 있고요."

"그럼 어떻게 갈려고요?"

"저쪽 뒤편으로 나가는 길 있나요?"

"예 있긴 있어요. 서대문소방서랑 카페베네 사이로 나가면 잘 안보일 거예요."

"그럼 전 거기로 가서 지하철 탈게요. 이게 제 차 키에요."


차키를 받아 든 김인식은 차량 제조 마크를 유심히 쳐다본 후에 주머니에 넣었다.


"그럼 전 갈게요. 커피 잘 마시고 무리한 부탁 들어주셔서 감사해요."

"예 자세한 건 모르겠지만 일이 잘 해결되길 바랄게요."


일어나서 김인식을 향해 고개를 숙인 소윤이는 뒤쪽으로 조용하게 걸어나갔다. 아까 보았단 그 차량들은 이곳에서 보이지는 않았다. 분명 건너편이나 가까운 곳에서 차량 출입구를 지켜보고 있을 것 같았다. 조용하게 걸어나온 소윤이는 건물을 돌아 서대문역 8번 출구로 빠르게 걸어내려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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