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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Aug 25. 2019

인생의 깜빡이

여름 끝자락의 서천 춘장대해수욕장

운전을 하다 보면 교차로에 들어서게 되는 수많은 경험을 하게 된다. 보통 법을 잘 지킨다면 아마 어디로 가야 할지 이정표에 따라 깜빡이를 넣고 진입하여 통과하게 된다. 갑자기 계획이 바뀌어서 다른 곳으로 가지 않는 이상 이정표를 따라가다 보면 목적지에 도착한다. 처서가 지나가고 난 다음날 서천의 대표적인 해수욕장인 춘장대해수욕장을 찾았다. 

바다에 면해 있는 서천은 생각보다 그럴듯한 상권을 갖춘 해수욕장이 많지가 않다. 그렇기에 춘장대해수욕장은 서천의 대표 해수욕장으로 자리 잡고 적지 않은 사람들이 찾아가는 여행지이기도 하다. 상당수의 사람들은 춘장대가 참죽나무 춘(椿) 자와 긴 장(長) 자가 합쳐져 이름 지어졌다고 알고 있지만 이는 사실과는 약간 다르다. 원래 이 부근 부지의 상당 부분은 고인이 된 민완기 씨의 소유였다고 한다. 그리고 그 사람의 호가 춘장(春長)이기에 그 이름을 붙여서 관광지로 등록되어 사용되고 있다. 

어느 곳을 가면서 만나는 수많은 교차로는 인생에서도 만난다. 누가 보아도 좋은 이정표를 보여주면 되겠지만 자신의 인생에서 선택에 딱 맞는 이정표란 없다. 가끔 농담 삼아 사람들에게 던지는 말이 있다. "어떤 것을 먹어야 잘했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을까요?" 아주 사소해 보이는 것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일까지 결정하는 것은 본인의 몫이고 그것은 자연스럽게 자신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춘장대해수욕장은 1980년대의 해수욕장의 모습을 아직도 간직한 곳 같다. 서해의 유명한 다른 해수욕장과 달리 한적하면서도 접근성도 괜찮은 편이다. 

특히 갈매기들이 사람과 같이 잘 어울리며 백사장에서 즐기는 것이 춘장대 해수욕장이 오래간만에 찾아간 그 느낌이었다. 조금 더 갈매기와 함께하고 싶다면 새우깡을 가지고 오면 된다. 

인근의 대천해수욕장보다 백사장의 넓이가 상당하다. 썰물 때 바다가 있는 곳까지 가려면 한참을 걸어서 들어가야 한다. 드 넓은 백사장에는 크고 작은 게들만 열심히 오가고 있다. 

아직 여름의 열기가 차마 가지 못하고 있어서 바다에서 수영을 하는 사람들도 눈에 뜨인다. 춘장대해수욕장에는 해송과 아카시아가 많이 심어져 있다. 춘장대해수욕장은 한국철도공사에서 꼭 가봐야 할 우리나라 낭만 피서지 12선으로 추천되기도 한 곳이다. 

한참을 걸어서 바다 쪽으로 가서 보니 저 입구 쪽의 건물들이 자그마하게 보인다. 최근 지인과 공유한 책이 있었다. 최근에 생각했던 사랑이라는 것에 대한 의미가 유사하게 등장했다. 너를 알기 위해 노력을 하다 보면 그것이 나를 알게 되는 순간이 온다. 

너무나 소박한 여행지라서 그런지 몰라도 조그마하게 설치된 조형물조차 무척 이뻐 보인다. 소박한 풍경 속에 화려함을 발견하는 순간이다. 

춘장대해수욕장의 주인은 땅을 소유했던 그 사람이었을지 모르지만 그것에 구애받지 않고 오래도록 이 땅에서 살아온 것은 갈매기다. 그래서 그런지 춘장대 해수욕장의 핵심 조형물은 갈매기상처럼 보인다. 

오래간만에 찾은 춘장대해수욕장은 마치 과거로 회귀하는 듯하게 만들었다. 조성되기 시작한 1980년대에서부터 2019년까지 모습이 달라진 것이 거의 없어 보인다. 이면도로에 새 건물이 들어서기는 했지만 시간은 멈춰서 있는 것처럼 보인다.  춘장대해수욕장의 춘장이 춘장(椿長)이든 춘장(春長)이든 무엇이 중요한지 모르겠지만 참된 여행은 새로운 풍경을 찾는 게 아니라 새로운 눈을 갖는다는 마르셀 푸루스트의 생각에는 동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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