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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Aug 25. 2019

전어와 대하

홍원항에 일찍 찾아온 가을

올해는 여느 해보다 추석이 빠르게 찾아오고 있다. 추석이 지나고 나면 쌀쌀해진 온도를 고스란히 체감할 수 있는 가을이 온다. 짧지만 무언가 낭만과 추억을 만들어갈 수 있는 계절이다. 계절이 바뀌게 되는 것은 다양한 변화와 함께 찾아온다. 특히 먹거리도 그중에 포함이 된다. 매년 가을에 열리는 홍원항 축제의 주인공은 먹거리다. 전어가 일찍 나올 때는 8월 초부터 나오기는 하지만 가장 맛있는 시기는 겨울이 되기 전인 9월 중순부터 10월 초까지가 먹기에 가장 좋은 시기라고 알려져 있다. 

등대가 배를 이끌어주는 것처럼 해돋이와 해넘이를 보려는 사람들로 붐빌 때는 전어가 홍원항으로 사람을 이끌어준다. 홍원항을 가장 유명케 하는 것은 아무래도 가을에 나는 전어다. 그 내장은 따로 젓을 담가 단골손님 상에 올리기도 하는데, 그것이 바로 "전어 젓"이다. 전어 젓은 예로부터 젓갈 중 으뜸으로 여겼다고 하는데 아직 전어 젓은 먹어보지 못한 것 같다. 

방황과 여행은 다르다. 여행은 일정기간이 지나고 나면 돌아갈 곳이 있는 것이고 방황은 돌아갈 곳을 마음에 두지 못하고 단지 헤매는 것이다. 인생에서 여행은 차곡차곡 채우는 맛이 있다면 방황은 어디에 둘지 모르는 물건들을 잔뜩 너저분하게 늘어놓는 것이다. 

꽃게의 금어기가 끝나자마자 지인과 숫꽃게로 만든 꽃게탕을 먹었다. 진득한 느낌을 주는 꽃게찜도 먹고 싶어 하는 눈치였지만 필자를 위해 탕을 선택하였다. 대신에 꽃게찜을 해주기로 했지만 이날은 사봐야 의미가 없어서 가격만 물어보았다. 현지에서 숫꽃게는 1 kg에 20,000원이었다. 봄에 비해 무척이나 저렴해졌다. 금어기 첫날에 상당히 많이 잡혔다고 한다. 

드디어 전어가 눈에 뜨이기 시작했다. 전어의 주요 성분은 100g 중 수분 71g, 단백질 25g, 지방 2g, 회분 2g으로 이루어져 있고 120㎉의 열량을 낼 수 있다고 한다. 전어의 크기가 제각각이니 피부에도 좋으며 다이어트 음식이라고 생각하면 될 듯하다. 

홍원항 앞에 오면 홍원 어촌계 판매장이 있다. 이곳에서는 홍원항에서 바로 잡혀서 그 앞에 있는 경매장에서 사 온 전어, 대하, 꽃게를 아주 싱싱하게 만나볼 수 있다. 

물론 건어물도 흔하게 볼 수 있다. 그동안 부산 전어(錢魚)가 전국 최고로 알려졌지만 현재는 부산에서 서천 전어를 수입해가고 있는 등 맛과 품질에서 전국 최고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을 보면 서천 홍원항의 전어가 남다른 것은 사실인 듯하다. 

올해의 대하는 일찍이 크기가 상당하다. 저런 크기의 대하를 만나려면 보통 9월 중순을 넘어야 하는데 서천이라서 그런지 크기가 손바닥 길이만큼이다. 서천 홍원항에서 대하는 1kg에 30,000원이다. 상인에게 말을 나누며 물어보았다. 1kg까지는 필요 없고 500g만 살 수 있느냐고 말이다. 

딱 그 정도만 주문을 했다. 

이곳저곳에서는 싱싱한 숫꽃게와 대하, 전어를 사려고 온 사람들과 흥정이 있었다. 

책을 읽다 보면 그것도 내 책이 아닌 도서관이나 다른 사람 소유의 책을 보면 줄을 긋거나 표시를 해둔 것을 볼 때가 있다. 개인적으로는 불편한 편이다. 어떤 선입견 없이 책을 접하고 싶은데 자신에게 의미가 있었다고 해서 표시를 해두는  것은 책을 읽는데 무척 방해를 하게 된다. 그건 책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가고 싶은 여행지 역시 그렇지 않을까. 춘장대 해수욕장의 가는 길목에 있는 홍원항은 충청남도 서천군 서면 도둔리에 있는 어항이다. 바다낚시와 자연산 회를 즐길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한 곳이기도 하다. 

역시 무엇이든지 제철에 먹어야 맛이 좋은 법이다. 가공해서 낼 수 있는 맛도 있지만 제철 생선, 제철 해산물, 제철 과일만큼 입맛에 착착 맞는 것이 드물다. 꽃게도 먹고 대하도 먹었으니 이제 전어를 먹을 일만 남았다. 올해의 서천 홍원항 전어·꽃게 축제 2019. 9. 21.(토)~10. 6.(일) / 16일간 열린다.  전어(錢魚)의 전은 엽전의 그 전이다. 우리나라는 유사 이래 처음으로 한글로 된 ‘원’이라는 기본적인 화폐단위를 채택한 것이 1962년이다. 유효한 화폐는 아니지만 우리나라 화폐사에 있어 보조적인 화폐단위로 기능을 수행해 온 전도 한글로만 표기토록 하여 ‘1원=100전’이라는 화폐산식이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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