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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Sep 15. 2019

느티나무 고장

괴산농업역사박물관

어떻게 보면 한 때 자신의 본모습이라고 믿었었지만 이제는 없어져버린 것이 우리의 본모습일 수 있다.  산업구조가 혁신적으로 바뀐 지난 100여 년간 농업의 비중은 현격하게 줄어들었다.  이미 인력의 부족 현상은 농촌에서 시작되었다.  그렇지만 농경문화는 아주 오랜 시간 이 땅을 지배하는 문화로서 자리해왔다. 문화를 다르지만 태양과 땅을 숭배하고 제사를 지내는 것의 맥락은 비슷하다. 플라톤의 '향연'에서 아리스토파네스는 인간은 태양에서 태어난 남성, 땅에서 태어난 여성, 달에서 태어나 남녀 특징을 모두 가진 자웅동체인으로 분류하여 보았다.  

괴산의 농업역사박물관은 괴산의 농경문화뿐만이 아니라 지역적으로 내려오는 놀이와 자기, 전통을 모두 살펴볼 수 있는 곳으로 지역민들의 삶을 관찰해볼 수 있는 곳이다.  

전체적으로 농경문화를 비롯하여 느티나무의 고장이라는 괴산에 대해 잘 알 수 있도록 구성을 해두었다.  앞서 세 가지 분류에서 자웅동체인 들은 가장 강했기에 신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려고 한다. 이에 제우스는 자웅동체인 들을 반으로 갈랐으며 그 이후 남성 쪽 반은 여성 쪽 다른 반과, 여성 쪽 반은 남성 쪽 다른 반과 다시 결합하기를 갈망하게 되었다고 한다.  

농경문화에서 태양, 땅, 달은 모두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곡식을 기르는 데 있어서 태양의 힘이 필요하고 태양의 힘을 농축시킬 땅 역시 없어서는 안 된다. 그리고 농경문화가 정착되고 사람들이 모여 살게 되면서 풍요와 안녕을 기원하는 제의는 바로 달이 가득 찬 한가위 때 기원한다.  

가무와 놀이를 즐기는 가배라는 풍속이 있었는데 그것이 한가위의 유래가 되었다.  조선 말기의 커피를 의미하는 가베가 아닌 음식과 술을 준비하고 대접하는 것은 가배다. 

괴산에 큰 가마솥이 자리한 곳도 있듯이 괴산은 백제 초기 야철지인 진천과 인접하여 예로부터 주철 문화가 발달하였다.  조선시대 각도의 특산물이 소개된 규합총서에서는 무쇠솥을 괴산의 특산물로 소개하고 있다.  무쇠솥이 처음 등장한 것은 삼국시대로 보고 있다.  

괴산을 대표하는 놀이문화는 풍물놀이와 백중놀이가 있다. 모두 농경문화와 연결이 되어 있다. 농사일의 고단함을 달래는 놀이나 우리 고유의 놀이인 장기, 바둑, 윷등도 일반적인 놀이문화로 자리해왔다.  

천안 홍대용과학관에서도 보았던 혼천의다.  혼천의는 지구가 중심이고 태양과 달 등의 행성이 지구 주변을 도는 모습으로 만들었는데 기록에 나타난 것은 조선시대 세종의 명을 받아 장영실 등이 1433년에 제작한 것이다.   지구의 자전축을 시계 장치에 연결해서 하루에 1번씩 회전하게 하여 계절과 시간의 변화를 알 수 있도록 하였다. 


완벽해지는 시간이나 일은 영원히 오지 않는 것이 인간사의 일이다.  과거에 비하면 상당히 정확하게 시간을 예측하고 문제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도 풍년과 흉년에 따라 많은 뉴스들이 나온다.  

괴산의 농경문화와 지역에 내려오는 다양한 이야기를 둘러보았다면 외부에 조성이 되어 있는 옛 고택을 살펴보는 것도 좋다. 

농경문화의 성패는 가까이서 보면 하늘에 비는 것에도 연관이 있다. 한 해의 추수가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기꺼이 실패하는 것을 감당했던 문화가 농업이 아니었을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목표를 너무 높게 잡아서 이루지 못하는 것보다 목표를 너무 낮게 잡아서 이루는 것이 더 위험하다." - 미켈란젤로

괴산의 농업역사박물관이 정식 개관한 것은 불과 2년 전의 일이다.  농업역사박물관, 농경문화체험관, 야외전시장이 있으며 총 3,179점(전시 1,211점, 수장고 1,968점)의 유물을 소장하고 있으며 이곳 농경문화체험관은 전통가옥, 초가집, 헛간, 외양간, 디딜방아, 우물, 장독대를 전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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