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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Sep 18. 2019

문명과 질병

청명한 날 보령 성주사지의 하루

백제의 멸망 직전에 이 절에 큰 적마(赤馬)가 나타나 밤낮으로 여섯 번이나 절을 돌아다니면서 백제의 멸망을 예시해주었다고 한 사찰이 보령에 흔적만 남기고 있다. 하나의 국가가 세워지고 흥망성쇠에 따라 짧게는 몇십 년에서 길게는 수백 년을 가기도 한다.  인간사는 너무나 복잡해서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는 쉽게 판단 내리기는 쉽지 않다.  만약 신화에서처럼 인간이 판도라의 상자를 열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문명이 발달했을까란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인류의 역사는 불의 발견과 함께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었다. 불이 있었기에 철을 제련할 수 있었고 농기구를 만들고 무기를 만들 수 있었다. 그리스 신화에서 불을 훔쳐 인류에게 준 신은 프로메테우스다. 제우스는 이에 헤파이스토스가 빚어내고 아테나가 옷을 입힌 후, 페이토의 금목걸이와 호라이의 화관으로 장식을 한 그녀의 마음을 헤르메스가 온갖 거짓말과 헛된 약속으로 채워 넣었다.  그리고 그녀를 프로메테우스의 동생인 에피메테우스에게 보낸다.  

석등이 밝게 멀리까지 비출 것 같은 사찰은 백성들과 왕실의 염원을 담아 창건된 것이 대부분이다. 상당한 비용이 들어가는 사찰의 창건을 쉽게 할 수가 없었다. 599년(법왕 1) 헌왕태자, 곧 법왕에 의하여 창건된 선문구산(禪門九山)의 하나인 성주산파(聖住山派)의 중심사찰인 오합사(烏合寺)는 신라 문성왕 때 당나라에서 귀국한 국사 무염(無染)이 김양(金陽)의 전교에 따라 이 절을 중창하고 주지가 되어 선도(禪道)를 선양하게 되자 왕이 성주사라 불리게 된다.  

 국보 제8호인 성주사 낭혜화상 백월보광탑비(聖住寺朗慧和尙白月寶光塔碑)를 비롯하여 4기의 석탑과 석등·석불입상·당간지주·석계단 등이 남아 있는데 폐사가 된 사찰중에서 접근성이 좋은 곳이기도 하다. 보통 폐사지는 산속이나 접근성이 좋지 않은 경우가 많다. 불타서 사라졌기에 민가등이 주변에서 사라져서 진입로가 없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4기의 석탑은 신라 말에 건립된 것으로 보물 제19호인 성주사지 오층 석탑과 보물 제20호인 성주사지중앙삼층석탑(聖住寺址中央三層石塔)이 지금도 그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인류를 문명을 발전시킬 불을 얻은 대신에 판도라가 에피메테우스가 가지고 있는 비밀의 상자를 열면서 걱정과 질병의 굴레에 들어서게 되었다. 대신 우리는 희망이라는 의미도 알게 되었다.  

지금의 한글과 한자는 천년도 넘는 시간전에는 어떤 고어가 있었는지 알게 해주지 않는다. 성주사지에 자리한  백월화상 탑비는 890년(진성여왕 4)에 세워진 신라 최대의 것으로 경주 최 씨의 시조인 최치원(崔致遠) 이 글을 지었는데 당시 고어를 연구하는 중요한 자료라고 한다. 

우리는 예측하지 못하는 걱정과 질병을 예방하고 희망을 찾기 위해 무언가를 믿는다.  인류가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어서 평균수명이 늘어나고 질병을 예방하더라도 예측하지 못하는 일들은 지금도 일어나고 미래에도 일어나게 될 것이다.  

농경문화가 정착되기 시작한 신석기시대부터 우리는 자연과의 관계는 점점 더 많은 문제를 낳아왔다. 인간이 땅을 황폐하게 만들지 않으면서 땅의 열매를 누리려는 문제에 모순된 방식으로 대응해왔기 때문이기도 하다. 사찰은 보통 자연과 어우러지는 형태로 지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반도에 있는 명산에는 모두 오래된 고찰이 하나 이상은 자리하고 있다.  보령의 명산 중 하나인 성주산의 자연과 어우러진 사찰은 성주사다.  

성주사지에서 멀지 않은 곳에 보령과 충남에서도 잘 알려진 짬뽕집이 한 곳 있다. 가끔 이곳을 지나갈 때 이곳에서 식사를 하곤 한다.  짬뽕에 사용되는 육수는 여러 가지가 있다. 크게 분류를 하면 야채 육수, 고기육수, 해물육수 등으로 분류될 수가 있고 일부 짬뽕집은 조금씩 그 비율을 달리해서 사용하기도 하는데 이곳은 고기와 야채, 해물을 적당하게 배합해서 만든 짬뽕을 내어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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