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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Sep 23. 2019

좋은 날

대청호변에서 생각한 친구

반지의 제왕에서 모리아의 왕 두린의 문에 새겨진 문자는 '말하라, 친구, 그리고 들어가라'다. 반지원정대는 모두 모여서 이런저런 답을 내놓았지만 아무도 그 답을 찾지 못했다. 그러다가 우연하게 엘프어로 찾은 답은 바로 '멜론'이라는 단어로 친구라는 의미다.  인디언 말로 "친구는 '내 슬픔을 등에 지고 가는 자'"라고 한다.  태풍이 지나가고 맑은 날이 시작되었다. 매번 좋은 날만 지속될 수가 없고 매번 슬픈 날만 지속될 수가 없다. 그렇지만 슬픔을 같이 등에 지고 갈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 행복할 수 있다. 

가을은 회사나 집에서만 있기에 너무나 아까운 시간이다.  짧기도 짧지만 유난히 청명하고 맑은 하늘에 때론 옥빛의 대청호가 반기기 때문이다.  자연은 인간에게 많은 것을 주는 친구다. 그렇지만 인간은 편리한 것을 추구하면서 플라스틱을 감당 못할 정도로 생산하는 바람에 미세 플라스틱의 습격을 받기 시작했다.  

이렇게 청명한 날의 공기 속에서도 미세한 미세 플라스틱이 있을 때도 있다고 할 정도이니 단순히 생태계에서 물고기나 물고기를 먹이로 삼는 새등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이제 인간을 겨냥하고 있다고 한다.  

대청호 자연생태관은 상수원 보호지역인 청정한 대청호숫가에 자리하고 있다. 대청호의 주변에 서식하는 어유와 곤충, 동물과 식물 등 대청호의 생태를 만나볼 수 있는 곳이다. 금강생태 환경권에 있는 대청호 역시 환경이 보전되어야 할 곳이다. 그것이 인간의 건강도 챙길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복합형 댐으로 금강 하구둑으로부터 135km 상류지점인 대전시 동북방 16km, 청주시 남방 16km의 대전시와 충청북도가 만나는 지점에 위치해 있는 대청댐은 금강이 만들어낸 환경이다. 유역면적이 전 국토면적의 약 10%에 해당하는 9,912㎢에 이르고 있으니 얼마나 많은 생물이 공존하고 있을까. 

금강수계에서 살아가는 물고기도 만나볼 수 있다. 수조에는 갈겨니, 피라미, 모래무지, 잠마자, 눈불개, 금강모치등을 만나볼 수 있다.  금강모치는 금강 수계에는 무주 남대천의 상류에만 서식하고 있다. 금강에서 압록강 사이의 서해로 유입되는 하천과, 동해로 유입되는 외금강의 하천에 분포하는 한반도 고유종이 금강모치다. 

가끔 민물매운탕을 먹기도 하지만 물속에서 무언가를 잡는 것을 좋아하지는 않는 편이다. 그냥 맑은 물속을 헤엄쳐 다니는 물고기를 보고 있는 것만으로 충분해 보인다.  

대청댐 수계의 이 풍광은 맑음 그 자체였다.  자연은 말은 안 하지만 가장 좋은 사람의 친구이기도 하다.  자연 속을 거니는 운동을 하면 뇌의 노화까지 억제된다고 한다. 땀을 흘리는 격렬한 운동이 아닌 가벼운 운동만으로도 보약만큼 강력한 효과를 맛볼 수 있다고 한다.  꼭 운동으로 행복을 찾아야 하는 나이가 있다고 하다. 앞에 3자가 붙는 나이부터라고 한다. 우리 몸의 근육이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줄어들기 때문이다.  

대청댐이 바꾼 것이 어찌 동식물의 생태계뿐일까. 대청댐이 생기면서 대전사람들의 생활도 많이 변했다. 이 부근에서 농사를 기반으로 살아가던 사람들은 다른 곳으로 떠나야 했었다. 저 아래 있는 동명초등학교는 대청호가 만들어지면서 이곳으로 이전해왔다고 한다.  주차공간도 확보가 되어 있는 대청호 자연생태관은 실내 전시관과 야외학습장, 다목적 체험장으로 조성이 되어 있다.  

시간만 있다면 대청호 자연생태관을 둘러보고 드라이브코스나 이렇게 데크길로 조성이 되어 있는 곳을 둘러보는 것도 좋다.  대청호수길이 대청호를 오른편에 두고 달리는 길이라면 회남길은 대청호를 왼편에 두고 달릴 수 있는 곳으로 대청호수길과 회남길은 대청호를 사이에 두고 'V'자 형태로 길이 나 있다. 자신만의 리듬감을 찾아가면서 걷듯이 보이지는 않지만 자연 역시 리듬감을 가지고 소멸과 생성을 반복하고 있을 것이다.  자연이란 친구는 참을성이 많지만 한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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