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의 한국 현실
진수 : 우리 오래간만에 만났다. 2015년도 얼마 안 남았는데 역사와 한국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는 것이 어떨까.
수진 : 역사와 한국? 어떤 식으로 하려고 하는 거야?
진수 : 솔직히 여기 참석하는 친구들은 모두 역사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사람들이고 역사와 책의 중요성이 있다고 생각하는 친구들이잖아. 물론 주만이 같은 친구도 있어. 그런데 이렇게 해보는 것이 어떨까. 반대 성향을 반반씩 나누어서 토론해보자.
소희 : 그거 재미있겠네. 어떻게 나누어 볼까. 책을 읽을 필요성과 역사가 중요하다는 입장 3명, 그런 거는 필요 없다는 입장 3명으로 하자. 역사과 전공인 수진과 성현은 양쪽으로 나누자. 편향될 수 있으니까.
주만 : 그래 난 책과 역사 필요 없다. 1인
성현 : 나도 책과 역사 필요 없다. 1인
소희 : 나도 그쪽으로 해볼게.
진수 : 난 책과 역사 중요하다. 1인
수진 : 책과 역사 중요하다. 1인
소윤 : 책과 역사 중요하다. 1인
주제 1 : 책 읽어야 할까. 말까.
진수 : 시험을 보지 않는 나이가 되면 책 읽는 사람이 많이 줄어드는 것 같아. 그런데 책 안 읽는 사람이 많아지는 사회가 되면서 더 각박해지는 것 같아.
소희 : 책 안 읽는 거랑 사회가 각박해지는 거랑 무슨 연관성이 있어? 솔직히 사회생활하면서 책 안 읽어도 별 문제가 없는 것은 사실이잖아.
소윤 : 2015년 한국가구의 1년 도서 구입비가 만원을 조금 넘는대요. OECD 기준과 비교하면 현저히 낮은 비율이라는데요. 점점 더 상대방을 이해하지 못하게 되는 사회로 가는데 있어서 독서를 안 하는 것은 연관성이 있다 생각해요.
주만 : 책을 많이 읽는다고 해서 상대방을 이해하는 능력이 늘어난다는 것은 다른 이야기 같아. 예를 들어 난 무협지를 많이 읽었지만 상대에 대한 이해와 상관이 없는 것 같은데.
수진 : 평균 수명이 많이 늘었다고 하지만 사람이 겪을 수 있는 인생 경험이 얼마나 될까. 한계가 있잖아. 그런데 인문학이나 소설, 역사 분야를 가리지 않고 다른 사람의 인생이 담겨 있거든. 우리가 절대 겪어보지 못했은 일생 경험과 그들의 생각이 거기 담겨 있거든. 그 사람들의 생각을 따라가다 보면 전혀 생각하지도 못했던 이해를 하게 되잖아. 난 사람의 정신은 가만히 있으면 성장하지 않는다고 생각해.
성현 : 정신이 성장하지 않는다? 그럼 책을 안 읽으면 유아기적 발상만 가지고 있다는 거야? 아니잖아. 사회생활도 하고 사람도 만나고 이런저런 이야기도 하고 직장생활도 별 문제없이 하잖아.
소윤 : 그렇긴 하죠. 직장생활할 수 있고 밥 먹고 살 수도 있고 아이도 키울 수 있어요. 그럼 사회를 그걸로만 말할 수 있을까요. 사회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복잡한 정치, 경제시스템이 있고 권리와 의무, 잘 사는 사람도 있지만 사회 소외 계층도 있고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결혼을 합니다. 서로를 이해하지 않은 약육강식의 사회가 건강한 사회일까요. 극소수의 계층 외에 대부분은 패배자가 될 거예요.
주만 : 그래 책 읽는 거 필요하다고 인정해보자. 솔직히 책 읽을 시간도 없고 경제적 형편이 여의치 않아 책을 읽기 힘들 수도 있잖아.
수진 : 정말 일부 계층은 책 읽을 시간이 없을 수도 있어. 그런데 지상파, 종편채널, 아프리카 TV 등 시청률과 보는 사람들의 수는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물론 사람들마다 선호하는 것은 다르고 취미생활도 다르다고 볼 수 있어. 그런데 그걸 바라보고 있는 것이 균형적인 생각이나 남을 배려하는 생각을 가지는데 도움이 되지는 않아. 특히 2015년은 먹방이 대세였잖아. 먹는 것이 중요하긴 하지만 전부는 아니잖아.
소윤 : 그럼 책을 많이 읽는 사람들이 남을 배려를 많이 할까? 독서가 배려 혹은 사회적 성장과 어떻게 연관이 될 수 있지? 직장생활하고 생활하는 것이 힘드니까. 1박 2일, 삼시 새끼, 집밥, 불후의 명곡, 복면가왕 같은 것을 보며 스트레스를 푸는 거잖아. 사회가 얼마나 각박하면 그러겠어. 그 사람들의 입장도 생각해야지. 그리고 그것이 범죄는 아니잖아.
진수 : 범죄는 아니지. 그런데 OECD 기준을 따지지 않더라도 공산주의 국가나 일부 아프리카 국가를 제외하고 측정해볼 때 행복지수가 낮은 이유는 무엇일까. 경제규모로만 볼 때 상위에 랭크되어 있는 한국에서 살고 있는 국민들은 행복해야 되는 것이 아닐까. 그 이면에는 정신적인 성장 없이 물질적인 성장만 되어서 삐거덕 대는 한국의 현실을 대변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해.
소윤 : 그래요. 얼마나 가지면 행복할까요. 저 위에만 바라본다면 자신이 아무리 많이 가지고 풍요로운 생활을 한다고 하더라도 행복하지 않을 거예요. 보통 이렇게 말은 하죠. 이 정도의 집과, 생활, 차가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말은 하지만 그 수준에 올라서면 또 다른 것을 원할 거예요.
주만 : 꿈은 이루라고 있는 거잖아. 내가 원하는 꿈을 이루면 더 큰 꿈을 꾸는 것이 정상적이지 않아? 전세로 살다가 내 집을 가지고 20평대에서 30평대로 이사 가고 더 좋은 삶의 조건을 가지는 것이 이상한 건 아니잖아.
수진 : 그래. 자본주의 사회를 사는 우리들은 그런 비교에서 벗어나는 것이 쉽지 않을 거야. 그런데 그게 얼마나 많은 만족을 줄까.
소희 : 맞아. 옛날부터 지금까지 누군가 이성을 만나면서 취미를 물어볼 때. 독서가 1순위라고 할 정도로 상위에 랭크되어 있는 건 사실이야. 분명히 사람들은 독서가 당사자의 생각의 깊이를 더해주는 것은 사실이라고 뇌리 속에 자리 잡고 있는 것은 맞아. 그런데 개인의 생활에까지 깊숙이 들어오는 건 문제가 있는 거 같아.
진수 : GDP가 올라간 나라치고 이렇게 독서에 인색한 국민들은 드문 것 같아. 그리고 사회가 독서를 권장하기보다 이슈에 집중하는 느낌이고 독서를 많이 하는 그런 사람을 더 많이 존중해주는 느낌의 선진국과 많은 차이가 있는 것 같아.
성현 : 가볍게 시작했으니 우선은 여기까지 하자. 그런데 분명 한 건 깊게 생각하는 사람이 줄어드는 것 같긴 해.
주제 2 : 역사는 알아야 할까?
주만 : 솔직히 역사는 옛날 사람들 이야기잖아. 그거 알아서 뭐해. 빵이 나와 밥이 나와. 재미가 없는 것 같아. 당장 우리 어머니만 보더라도 옛날 사람들의 집을 가면 이미 없는 사람들의 집을 가서 뭐하냐고 하시거든.
진수 : 역사가 옛날이야기라고만 치부할 수 있을까? 우리의 생활은 달라진 것이 없어. 역사를 외면한 국가치고 강대국이 된 적이 한 번도 없었어.
성현 : 그럼 한국에 역사를 연구하는 사람들이 많다면 행복한 사회가 되겠네.
소윤 : 이야기 주제에서 조금 벗어난 이야기 같은데요. 역사를 전문적으로 공부하는 사람이 많아야 한국이 좋다는 것이 아니라 국민들이 관심을 가지고 역사 관련한 내용을 알면 미래가 조금 더 밝아질 수 있지 않을까요.
소희 : 역사는 생산적인 이야기는 아니잖아. 취업을 하기 위해서 학생들이 인문학을 외면하는 것도 지금 한국의 현실이고 그렇다면 역사를 굳이 알아야 할까?
수진 : 그 통계 봤어? 한국 사람들은 2분마다 한 번씩 사기를 당한대. 그게 바람직해? 무조건 물질이 우선이라는 물질만능주의가 한국사회를 얼마나 망치고 있는 것일까. 사기를 치는 사람이 가장 나쁘지만 사기를 당하는 사람들 역시 정신적으로 취약한 건 사실이야. 역사 속에서 그런 다양한 사례를 접하고 공부한다면 앞에 작은 이득에 목매는 것도 줄어들 거야.
주만 : 역사가 그런 걸 모두 가르쳐주지는 않잖아. 한국사 어디를 살펴봐도 그런 내용은 없어. 그냥 과거 사실의 나열이라던가 그 시점에서의 정치적 상황을 기술하는것외에 말야.
진수 : 역사를 알아야 하는 이유를 알려줄까? 역사는 너희들 그 자체이기 때문이야. 우리는 우리가 느꼈던 감정과 분노 혹은 기분 좋았던 일들을 DNA에 기록하고 그걸 후세에 전하고 있어. 세상이 바뀌는 것 같고 더 현명해졌다고 착각하는 것이지 한반도의 역사가 시작되고 나서 우리는 생각만큼 똑똑해지지도 않았고 현명하지도 않아. 그런데 무어가 잘났다고 배우는 것을 거부할까? 역사는 말한다는 진리야.
소희 : 그러게 여기서 역사의 중요성을 별로 생각하지 않는 주만이만 있으니까 이런 논쟁을 한다는 자체가 좀 그렇다.
주제 3 : 사시 존치 VS 로스쿨 제도
소윤 : 이건 제가 먼저 말해볼게요. 사회는 약속이잖아요. 사시를 폐지한다고 예고했는데도 불구하고 지금에 와서 이 논란이 제기된 다는 것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요. 보통 사시를 개천에서 용 난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거든요. 오래도록 일반적인 사회랑 격리되다시피 공부한 사시생이 없는 사람을 대변할 수 있을까요. 전 그렇지 않다고 생각해요. 사법적인 형평성을 가져야 할 법조인이 본인의 사회적 성공을 할 수 있기 위한 수단으로 본다면 사회의 모순은 더 커지지 않을까요.
수진 : 모 정치인들의 자제나 고위층 자제도 있지만 로스쿨이 금수저들의 전유물이라는 기사도 많이 나오잖아. 그리고 로스쿨이 돈이 많이 들어가는 것도 사실이고 그럼 그렇게 여유 있게 공부한 사람들이 자신의 밥그릇 지키기에 더 열중하게 될 거야.
진수 : 일부 그런 편견은 있다고 볼 수 있어. 그런데 7년 동안 배출된 법조인들을 보면 오히려 사시로 배출된 저소득층보다 비율이 더 높아. 그게 무얼 의미할까. 어차피 어떤 제도가 있더라도 편하게 공부하고 상위계층은 어려움 없이 공부할 수 있다면 똑같아. 로스쿨과 사시의 선입견을 그런 식으로 해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아.
주만 : 그래도 희망은 있어야 하잖아. 없어도 몰빵 해서 공부만 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그런 희망 말이야. 그래야 사람들은 그거라도 보면서 개천에서 용도 날 수 있구나라고 생각하지.
소윤 : 그게 왜 법조인이 되어야 하냐는 거죠. 그건 한국사회가 너무 많은 권한을 법조인들에게 주고 그리고 이권을 부여하기 때문이잖아요.
성현 : 로스쿨에 부정입학이라던가 사회 기득권층의 입김에 의해 운영이 된다면 더 심각한 문제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아? 어려운 시험으로 그 입구를 줄여서 공정하게 평가하는 사시가 더 공평하지 않을까.
수진 : 물론 부정입학 같은 것을 잘 걸러낼 수 있는 시스템은 필요해. 그리고 4%에 불과한 사시 합격률이 우리 사회의 사법신뢰도를 높여주는 것과 연결되지는 않아. 사시 존치 문제는 그릇된 사회 공평성에 기인된 것이라고 생각해.
소희 : 법리적인 해석을 하고 전문성을 키우기 위해서는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한 사시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그렇게 치열한 과정을 통해 법조계로 들어온 사람들이 더 합리적인 해석이 가능할 것 같아.
진수 : 그래서? 그랬을까? 아는 사람들을 만나봤는데 실상을 그렇지 않아. 자신만의 합리적인 해석이지. 법리적인 해석이라지만 그걸 해석하는 것은 법조인이야. 솔직히 로스쿨의 설립 목적은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전문 법조인으로 들어오게 하는데 있잖아. 난 다양한 사회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흘러들어와야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해.
성현 : 밑바닥에 있는 사람들에게도 성공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하지 않을까? 그래서 사람들이 사시 폐지를 반대하는 거잖아.
소윤 : 그렇죠. 그런데 기회를 부여받은 그 사람들이 세상을 조금이라도 좋게 변화시켰나요? 당장 사시 출신들 판사들의 판결만 봐도 알잖아요. 없는 사람들은 1일 노동으로 까지는 벌금과 있는 사람들의 1일 노동으로 까지는 벌금의 엄청난 차이가 있잖아요. 세상에 사람의 노동 가치가 다를 수도 있지만 그것이 벌금에도 적용이 된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잖아요.
수진 : 역할극 같은 형태로 각자 입장을 대변했다고 하는데도 이런데 무엇이 진실인지 어떤 것이 올바른 길인지 알기는 정말 어려운 것 같아. 그래서 많은 것을 보고 읽고 생각하고 삼가해서 심각하게 고민해야 되는 것이 맞긴 해. 2016년은 병신년인데 제발 그 해에는 많은 사람들이 조금 더 다른 사람들의 입장을 배려해주고 공감해주었으면 좋겠어. 자신의 이득을 대변해줄 수 있는 그런 정치인이나 집단을 원하는 것이 사람의 속성이겠지만 그게 옳지 않은 것이라면 과감히 돌아설 수 있는 용기 그런 게 필요한 것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