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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Oct 22. 2019

비움과 채움

금강의 풍광과 용문 서원

공간은 비워져 있고 건물을 세우면 채워진다. 건물이 있다가 없어지면 다시 비움의 상태가 된다. 비움과 채움은 그렇게 반복적으로 서로를 보완하면서 반복이 된다.  남들과 다르다는 것 다수와 다르다는 것은 고독함이 반드시 뒤따라온다. 자존감이 굳건한 독립적인 사람이라면 틀림이 아닌 다름으로 인해 정체성이 확고한 자아를 찾아서 채우겠지만 쉽게 파괴되고 자신을 숨기게 된다. 

금강과 같은 큰 강은 주변의 변화와 상관없이 꾸준하게 흘러간다. 유행에 따르고 주류로 보이는 이들이 말하는 이익이나 명성과 상관없이 스스로의 자아를 중심에 두고 오롯이 선다는 것은 강이 일관성 있게 흘러가는 것과 닮아 있다. 자아가 선다는 것은 육체의 근력이 아닌 생각이 채워진 정신력이다. 채워지려면 우선 비워져 있어야 한다.  온갖 잡다한 생각과 이익 등으로 채워져 있으면 들어갈 틈이 없다.  

갑사로 들어가는 금강변으로 오면 좀처럼 보지 못했던 가을 금강변의 풍광을 만날 수 있다.  노자는 빈 곳을 아무것도 없는 상태가 아니라 풍부한 세계로 변하기 전의 단계라고 말했다.  금강변에는 판관 조병로의 불망비가 세워져 있다. 공주 판관을 지내면서 유생의 강학 제도를 만드는 등 후진양성에 노력했던 사람이다.  

그곳에서 조금 더 아래쪽으로 내려오면 공주로 들어가는 길목에 이유태 유허지와 용문 서원이 자리하고 있다.  조선 현종과 숙종대의 문인이었던 이유태는 학덕이 높은 유학자로 활동을 많이 했었는데 남인의 반대편에 있던 이유태는 배척을 받아 영변에 유배되었다. 

용문 서재는 이유태에게 배움을 청했던 문하생들이 거주하면서 공부했던 곳이다. 이곳에 세워진 용문 서원은 과거 용문 서재가 있던 자리에 유림들과 합의하에 1986년 용문 서원을 건립하였다. 길게 호흡하는 것은 몸을 이완시켜 안 되는 자세를 할 수 있게 해 준다. 길게 생각하는 것은 해묵은 감정을 풀어주며 일상의 호흡도 가다듬어주는데 그냥 멍 때리기와는 다르다.  

이유태 역시 계룡에 고택이 남아 있는 사계 김장생에게 가르침을 받았다. 이유태는 충청 오현으로 송준길, 윤선거, 송시열, 유계가 이유태와 함께 충청 오현이다. 현종이 무려 22번이나 벼슬을 내렸지만 거절하고 이곳으로 내려와 후학을 길러낸다.  낙엽과 단풍이 다르듯이 사람은 자신의 색을 찾고 그 색에 맞게 살아가는 게 가장 아름답다. 나답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들을 마주하는 내 모습이 어떤 모습이 알아야 할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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