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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Dec 11. 2015

수지의 한계 도리화가

혼이 담기지 않은 목소리

공주에는 한국의 대표 소리꾼이었던 박동진 소리전수관이 있다. 그곳에서 박돈진 선생님의 목소리뿐만이 아니라 그 전수자인 이명숙 선생님의 목소리, 김수연, 유지숙, 장효선, 류지선, 왕기철, 최현주, 이지은, 김보은 등 수많은 소리꾼의 목소리를 들어본 기억이 있기에 조금은 기대를 했던 영화가 도리화가다. 영화가 왜 이리 극장에서 빨리 내려갔는지 조금은 궁금했었는데 영화를 보고 나서 왜 그랬는지 알 수가 있었다. 


콘셉트만 좋았던 영화가 도리화가다. 그냥 아이돌 가수인 수지에게 너무 많은 것을 바랬던 것인가? 음악을 다룬 외국의 영화들을 보면 실제 음악을 하는 사람들이라고 쳐도 괜찮을 만큼 수준을 보여주고 있다. 영화인은 프로페셔널해야 한다. 그래야 사람들이 돈을 주고 보는 의미가 있다. 수지가 얼굴이 예쁜 것은 사실이지만 소리꾼의 목소리를 할 만큼의 역량을 가지지 못한 건 사실이다. 조선 말기 천주교도가 박해받고 외국의 개향요구에 조선 전역이 격동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때 탄생한 최초의 여성 소리꾼 진채선의 이야기가 담긴 영화가 도리 화가다. 


영화에서 말하는 것처럼 꽃은 향기가 있어야 하고 소리에는 혼이 담겨야 하고 말에는 진심이 담겨야 한다. 그러면 사람과 사람은 통한다. 수지의 목소리에는 진심이 담기지 않았다. 곁에서 소리꾼의 목소리를 들으면 그 깊이에 상관없이 혼이 담겨 있다. 수지가 영화로 자신의 모습을 드러낸 것은 건축학개론이다. 그 영화는 가벼운 영화이기에 깊이가 중요하지 않다. 그러나 도리화가는 우리 선조들의 목소리가 담긴 영화이기에 더욱더 신중할 필요가 있었다. 

지금 소리꾼이 되기 위해서는 좋은 한약이 있기에 이렇게 고생하지는 않는다고 한다. 영화에서 소리꾼이 되기 위해 꼭 겪어야 할 아픔인 목소리 통을 이겨내기 위해 똥물을 마셨다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생각하는 걸러지지 않은 똥물이 아니라 걸러지고 약으로 만들어진 똥물이다. 냄새가 아예 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명창 박동진 선생님도 고향에서 목소리 통을 이겨내기 위해 그 약을 사용했다고 전해지고 있다. 


 판소리 중에서 가장 많이 알려진 것 중에 심청가도 있지만 사람들이 제일 좋아하는 것은 춘향가이다. 도리화가에서도 고종과 대원군 앞에서 춘향가를 열창한다. 


이리 오너라 업고 놀자, 사랑 사랑 사랑 내 사랑이야, 이이이이이이 내 사랑이로다, 아~아~마도 내 사랑아 ~~~

 "봄 춘자, 향기 향자, 춘향이라 지었도다."

시대를 알 수 있게 천주교도 박해 장면과 서원 철폐령으로 인해 지역 양반들이 올라와 상소를 올리는 장면들은 나온다. 그 외에 조선말을 알 수 있는 장면은 많지 않다. 소리꾼 이야기에 집중하기 위해 그렇게 만들었다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소리꾼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데 그 소리꾼 이야기가 제대로 그려지지 못했다. 도리화가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하는 수지의 노력이 부족했다. 아니 미스 캐스팅이라고 해야 한다. 소리꾼들에게 제대로 조언을 받고 만들었는지 모르겠지만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은 수지가 소리꾼으로 그 모습을 보였다는 것이지만 미스 캐스팅 역시 수지다. 


지난 10월에 박동진 소리전수관에서 소리꾼이 자신의 목소리를 들려주는 모습 중 한 장면이다. 신명 날 때는 모두가 어깨가 들썩일 만큼 신나게 가슴이 시리게 아플 때는 그러하게 할 수 있는 것이 소리다. 예쁜 모습만 보여주는 것이 소리꾼의 모습이 아니하다. 클라이맥스에 물에 빠진다 하여 가슴에 감동의 파동이 울려 퍼지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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