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11.25
평생을 도망치는 인생을 살아왔다. 잠시 평범한 인생을 사는 것 같았지만 운명은 나를 가만히 두지 않았다. 그 모든 것이 돈 때문이라는 것이 화가 난다. 채권을 찾았을 때 그 채권을 가져다주면 그들이 모든 것을 정상으로 되돌려줄까. 정상이라는 것은 없다. 그들이 아직까지 누구도 발견하지 못할 시간여행을 할 수 있는 기계를 발명하지 않는 이상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아버지가 그 돈 때문에 돌아가셨고 어쩌면 어머니의 죽음도 그 일과 연관이 있을지 모른다. 소윤이가 나에게 왜 그렇게까지 해야 되느냐고 물었을 때 이렇게 말했다.
"누군가는 해야 하니까."
"그게 왜 오빠야?"
"그건 말로 설명할 수가 없어. 정의감이나 한국을 바꾸겠다는 그런 건 아니지만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 하나 정도는 있어야 하지 않겠어."
"후회하지 않을 거 같아? 모든 것이 다 제대로 안될 수도 있잖아."
"인생은 결정의 연속이잖아. 매 초단위로 혹은 분단위, 시간, 하루 매일 선택하는데 좀 더 좋은 인생도 있고 나쁜 인생도 있겠지. 어느 쪽이고 안 가본 길은 항상 후회가 남지 않겠어."
"알았어. 근데 오빠 계획이 아주 조금은 가능성이 있긴 해. 그런데 조연들이 좀 필요할 것 같은데."
"맞아 무기명 채권을 현금화하는 것도 어렵지만 판을 뒤집는 것도 만만치 않을 거야."
매우 고급스러워 보이는 자재들로 인테리어가 되어 있는 비밀스러운 클럽은 1시간 이용료가 20만 원이나 하는 곳이었다. 돈이 있다고 해서 이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이 곳은 보증금을 낼 수 있는 사람만을 위한 곳이다. 이곳에서는 모든 것의 비밀이 유지되고 모든 음식과 차는 최고급으로 나온다. 100억대가 넘는 미술품이 이곳에서 거래가 되고 그들만의 현금이 비밀스럽게 유통되는 곳이다.
"그래서 어떻게 할 거야. 채권을 찾은 것이 확실하긴 해?"
"채권이 숨겨진 곳을 찾은 것인지 이미 채권을 찾은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하여간 거의 확실해."
"그럼 그걸 가져와야 될 거 아냐."
"채권을 찾았다 치더라도 쉽게 현금화는 못해. 그 정도 채권이 돌면 우리 귀에 안 들어오겠어?"
"그 현이라는 놈을 잡아다가 그 암호인가 뭔가를 물어보면 될 거 아냐. 경찰청장 그게 어려워? 그 기자년은 어디 있는지 안다며."
"어차피 독 안에 든 쥐야. 잡으면 검찰에서는 확실히 엮을 수 있는 거지? 언론에서는 적당히 흘려주고 쇼하면 되고 머 허언증이라던가 관심을 받고 싶어 하는 종자 같은 걸로 몰아가면 희대의 사기꾼이자 살인범으로 남는 거잖아."
"사람들 관심은 금방 잊히니까. 돈만 제대로 회수되면 문제 될 것은 없어."
"제대로 불지 않으면 어떻게 하려고."
"범행도구도 있고 동기도 있는데다 과거 사건과 엮으면 의심할 것도 없어. 그리고 사촌동생 경희랑 여자친구를 조금 활용하면 버티기 힘들 거야."
"그런데 그 채권을 들고 해외로 나가면 어떻게 하려고."
"그건 확실하게 막고 있어. 외항이 있는 어항마다 확실하게 틀어막고 있으니까 나 갈길은 없어."
"만약 현금화한다면 어떻게 할 거야. 채권에 이름이 써져 있는 것도 아니고 다른 사람을 통해서 할 수도 있는 거잖아."
"그건 내가 확인해보고 있어. 아직 풀린 건 아무것도 없대."
"그 자식 꿍꿍이가 대체 뭐야."
"동정표 아니겠어? 그리고 음모론 좀 넣어주면 여론이 바뀔 거라고 생각하는 거겠지."
"아무튼 김수진인가 뭔가 하는 친구한테 사람은 붙여놓았으니까 조만간 결과가 나오겠지."
과메기로 유명하다는 식당에는 유명세 때문인지 앉을자리도 없을 만큼 많은 사람들이 모여 앉아 있었다. 한 남자가 김 위에 톳과 미역줄기, 쪽파에 향긋한 냄새가 솔솔 나오는 나물을 조금 넣은 다음 꾸덕꾸덕 잘 말려진 과메기 두 점을 얹고 입안에 넣고 씹기 시작했다. 씹는 느낌이 좋은 바닷말 톳이 먼저 입안에서 오도독한 느낌을 주었거 이어 향긋한 나물의 향이 입안을 가득 채우면서 코를 자극했다. 마지막으로 씹힌 과메기는 비린내가 나지 않는 꼬들꼬들한 맛이 그만이었다. 씹던 과메기를 목으로 넘긴 남자는 친구로 보이는 듯한 남자에게 말을 걸었다.
"이거 청어 과메기 아냐?"
"그런 거 같아. 요즘 청어도 많이 잡힌다고 하더라고."
"그러게. 맨날 꽁치만 먹었던 것 같은데."
마침 방송에서는 TV의 종편방송에서는 현을 다룬 방송이 나오기 시작했다. 북한에서 김정은이 별다른 쇼를 하지 않자 북한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급속하게 사그라들은 상태에서 시청률은 조금씩 떨어져 갔다. 이때 터진 일명 최현 사건은 특집으로 다루기에 적당했다. 이날 방송은 1997년에 벌어진 최현의 아버지 김윤수 특집이었다.
"우선 김윤수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이었나 알아야 하겠는데요. 김윤수가 누굽니까?"
"지금 용의자로 쫓기고 있는 최현의 아버지로 알려져 있는데요. 서울시의 순경으로 들어간다음 가장 빠른 나이에 경위를 단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후에도 승승장구하면서 앞길이 거칠 것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1997년 4월 특정 사건을 수사하던 중 자신의 비리 사실을 알게 된 상사와 일가족을 살해하고 사형을 언도받고 같은 해에 형장의 이슬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렇다면 그 가족은 평범하지 못한 삶을 살았을 텐데요. 사형수의 가족은 보통 어떻게 살아가나요?"
"대부분 사형수들의 통계를 보면 저소득 가정이 대부분이라고 합니다. 특히 사형을 당하고 나서 그 가족은 뿔뿔이 흩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자식들 역시 그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그렇군요. 그렇다면 그때 받은 충격으로 인한 트라우마가 오늘날의 최현을 만들었다고도 볼 수 있습니까?"
"그 사건이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볼 수는 없는데요. 전문가에 의하면 인성에 큰 문제가 생겼을 수도 있다고 전했습니다."
"그런데 왜 김윤수는 그런 비리를 저질렀을까요. 충분히 앞날이 보장이 되어 있었을 텐데요."
"에 저도 그 부분을 조사했는데요. 당시 경찰 내의 분위기상 김윤수 경감은 순경 출신으로 치안감까지도 올라갈 수 있을 것이라고 보는 사람도 많았습니다. 그런데 사람 욕심이 그게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당시 김윤수에게 뒤를 봐달라는 청탁을 한 조직원의 인터뷰 영상을 보도록 하겠습니다."
화면이 바뀌면서 얼굴이 전체적으로 뭉게 지도록 처리가 된 남자가 등장했다.
"1997년 당시 김윤수 경감과는 어떤 사이였나요?"
"그때 형 동생 하는 사이로 지냈습니다."
"그럼 정기적으로 돈을 주고 뒤를 봐주고 그랬던가요?"
"예 한 달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돈을 주었고요. 명절 때는 따로 챙겨주기도 했습니다."
"본인 말고도 다른 사람도 있었는지 궁금한데요."
"저 말고도 4~5명이 더 있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아 그랬군요. 그럼 지금도 조직생활 같은 것을 하고 계시는 건가요?"
"아니요. 조직을 떠난 것은 10년쯤 되었고요. 지금은 성인 오락실 1~2개 운영하면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예 감사합니다."
짧은 영상이 끝이 나자 진행자는 다시 앞을 쳐다보며 말을 이어간다.
"영상 잘 봤는데요. 최근에도 불법 성매수 업체의 뒤를 봐준 경찰이 옷을 벗기도 했는데요. 이렇게 불법적인 공생관계가 언제쯤이나 없어질까요."
"기업과 국세청, 수입업체와 세관, 불법업체와 경찰, 정치인과 유권자, 기업비리와 검찰의 관계는 반대편에서 절대 어울리지 못할 것처럼 보이지만 오히려 더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며 검은돈이 오가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물론 이들을 감시하는 제3의 조직이 있기는 하지만 그들 역시 적당하게 그들과 공생하기도 합니다.
"한국사회가 아직도 갈길이 멀긴 하군요." 여기까지 방송을 보던 남자는 고개를 돌리며 말을 이어갔다.
"다 썩었어. 난 그 최현이라는 새끼가 하는 말 안 믿어."
"왜? 난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게 발이돼 나라면 그 쇼 안 하고 도망가서 잘살겠다. 그 사람 있잖아 중국에 간 다음 아직도 안 잡힌 다단계 사기군 말야."
"이유가 있겠지. 무죄를 밝힌다던지 머 그런 거."
"저 방송 안 봤어? 쇼하는 거야. 쇼... 보나마다 별 거 없을걸. 저 깡패놈이 머하러 방송나와서 저런말까지 하겠어."
"난 그 버스에 탔던 사람들이 이해가 안가. 왜 그랬을까."
"너도 생각해봐 한 10억씩 챙겨준다는데 안 그러겠어?"
"10억? 그런 말 없었던 것 같은데."
"그거를 말을 해야지 아나. 뻔한 거잖아. 아무튼 술이나 마시자. 저런 놈들이 경찰이라고."
"현사 모라는 카페도 생겼던데. 참 세상 별일이 다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