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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Nov 14. 2019

색감 (色感)

보령 무궁화수목원의 가을

우리는 자연이라는 것을 보면서 가을이라는 의미를 부여한다. 나무는 그냥 자신의 변화를 보여줄 뿐이지만 인간은 의미를 부여하려고 한다. 우리는 나무가 가을의 감성적인 상태에 있다고 말할 수 없다. 나무는 가을을 느낄 수 없다. 자연의 나무의 경우, 우리는 나무가 가을의 심리 상태에 있다고 말하지 않고도, 가을이라는 그것의 표현적 속성을 가진다고 말할 수 있다.  

보통 사람이 느끼는 가을색감이 무엇인가. 우선 봄과 가을은 그 화사함이 좀 다르다. 봄의 색감은 아련하면서도 연한 느낌이라면 가을의 색감은 짙으면서 조금 더 강렬하다. 오랫동안의 조성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무궁화수목원이 해가 갈수록 다양한 색감이 더해지고 있다. 처음에는 무궁화와 일부 수목만 만나볼 수 있었는데 점차로 많은 수목이 들어서면서 계절마다의 색을 확연하게 보여주고 있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사물은 각자 나름의 존재 이유와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인간이 자연 만물 중 가장 우월하다는 생각에서 벗어날 때 비로소 얻을 수 있는 것이 지혜와 식견이다. 르네상스의 수많은 예술가들이 자연 만물의 습성과 행태를 관찰하고 탐구하며 사람의 본성 및 행동과의 유사성을 찾았던 지유이기도 하다. 

보령 무궁화수목원에는 전에 없었던 억새와 핑크 뮬리, 국화가 들어서 있었다. 이제 보령을 가면 무궁화수목원을 꼭 들려봐야 할 이유가 더해졌다. 음식을 잘 만들기 위해서는 자연 속의 음식재료에 대한 관심이 많아야 한다. 식물도감 같은 것에 관심을 두는 것도 좋다. 명나라 때 왕사진이 편찬한 식물 백과사전인 군방보에는 갖가지 곡물과 과일 및 나물, 꽃과 풀의 종류와 재배법과 효능이 설명되어 있었다. 

이제 어느새 핑크 뮬리는 전국의 어느 곳을 가도 볼 수 있는 여러살이해풀이다.  같은 벼과 식물인 억새와 닮아 분홍억새라고도 부르는 핑크뮬리는 우리나라에서는 2014년 제주도 휴애리 자연생태공원에서 처음으로 식재됐다가 2016년도에 순천만 국가정원에 핑크 뮬리 단지가 조성되면서 자연생태의 주인공으로 떠올랐다. 

아침과 밤은 춥기는 하지만 돌아다니며 가을을 느낄만한 온도다. 낮에는 조금만 걸어 다니다가 보면 땀이 날정도의 온도다. 충남 보령시가 올해 늦가을 정취를 만끽할 수 있는 지역 관광지 6곳을 추천했다. 오서산 억새밭과 성주산 단풍, 청라 은행마을, 대천해수욕장, 무궁화수목원, 용두 해변 석양 등이다. 

초기에는 무궁화만을 주제로 만들어지는 수목원이라고 생각했는데 수목이 다양해져서 좋다. 보령 무궁화수목원은 서해안 최대 규모의 무궁화를 주제로 한 수목원으로, 전체면적 23만 9723㎡, 시설면적 7만 1116㎡ 규모로 조성됐으며 무궁화 테마원 등 5개 시설 28종을 갖춰두었다. 

저 앞으로 소나무가 고고하게 자신의 존재를 보여주며 서 있다. 뒤로 성주산이 보이고 가을 하늘이 펼쳐진다. 

별반 다를 것이 없는 일상생활 속 이야기를 자신의 느낌대로 글로 표현하는 것이 바로 일상의 미학이다. 일상은 그냥 두면 지나가 버리는 순간에 불과하지만 글로 옮겨 담아놓으면 색다른 의미와 가치로 영원히 남게 된다.  한 사람이 움직일 수 있는 시간과 거리에는 한계가 있지만 글로서 갈 수 있는 거리에는 제한이 없다. 2019년 가을 무궁화수목원의 색감은 이렇게 남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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