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12.06
두달 전쯤인 10월 12일 법정에서 상대방이 고용한 변호사는 무척이나 서툴렀다. 금전적인 여력이 부족한 서민일수록 검.판사 출신의 변호사를 고용하기는 더 힘들었다. 크고 작은 범죄를 저질러서 7건의 범죄 이력이 있었던 남자는 8번 째 범죄에서 10만원을 훔친 후 자신의 감정에 이기지 못하고 칼로 상대방을 찔렀다. 현장에서 검거되었고 상해사건이 되는 것처럼 보였지만 피해자가 병원에서 사망하면서 살인이 되어버렸다. 어릴때 아버지의 범죄로 인해 가정은 풍비박산이 난 불우했던 가정과 커서도 제대로된 직업을 가지지 못했다는 것을 어필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그 남자 사정이었다. 김판수 검사는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한 그 피의자를 무기징역을 받게 만들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범죄자들은 대부분 현재의 자신의 상황을 개선하려는 의지도 부족한데다가 어릴때 트라우마따위에 그 책임을 지우려는 경향이 있다.
범정에서 감성으로 배심원단에게 호소하려는 변호사를 능숙하게 반박하였다. 필요한 요점만 강조했으며 반대 신문도 훌륭했다. 김판수 검사가 구형한 무기징역을 배심원단이 받아들였고 그 증거도 모두들 인정을 했다. 결국 판사는 그 피의자를 영원히 사회와 격리시키기 위한 무기징역의 징역형을 내렸다.
김판수 검사는 이런 판결을 받을때 묘한 쾌감을 느꼈다. 범죄자를 감옥에 보내고 양심의 가책을 받은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런데 이번 건은 조금 특이했다. 사형수의 아들이 또 살인을 저지르고 대담하게도 버스 인질극을 벌인다음 자기 발로 경찰서로 돌아와 무죄를 주장하는 특이한 케이스였다. 게다가 무기명 채권이라는 그럴듯한 스토리까지 들고 나왔다. 대중들은 그런 이야기를 좋아할지는 몰라도 법조인들은 여론이 주목하는 이런 케이스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냥 짤막하게 한 줄정도로 기사에 실리는 것을 바랄 뿐이다. 그런데 이 사건은 매일매일 생중계되듯이 사람들 입에 회자되고 온갖 추측성 기사들이 난무할 것이다. 잘하면 황금라인을 타고 출세길에 오르겠지만 잘못되면 옷을 벗을 수 있다. 특이한 것은 같은 곳에서 근무한 적이 한 번도 없었던 김광용 서울 고검장이 특별히 김판수 검사를 불러 일이 잘해결될 수 있도록 주문했다는 사실이다. 사회적 이목이 집중되어 있기에 그럴다고 볼수는 있지만 분위기는 조금 이상했다.
최현이 범인이라고 지목하는 듯한 CCTV자료와 수많은 자료들이 넘쳐났다. 하루에 100만원을 잃는 경우도 허다했던 온라인 카지노의 베팅기록들, 사건이 일어나기 몇일 전에 구입한 칼, 통장에서 돈이 오고간 내역, 이렇게확실한 사건도 드물다. 싸이코패스같기도 하고 사람들의 관심을 이끌어 내기 위해 무슨짓이라도 할 그런 사람같았다. 여자친구를 참고인으로 조사하려고 했는데 경찰도 그렇고 우리 조사관도 그렇고 그 행방을 아는 사람이 없었다. 그 엄소윤이라는 친구가 이 사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 같은데...
"박수사관 그 엄소윤이라는 친구 아직도 수배 안돼?"
"예 지금 찾아보고 있는데요. 아직 못찾았습니다. 부모하고도 연락을 끊고 잠수를 탔는데. 뭐 수배를 내릴수도 없고 그렇네요."
"빨리 찾아봐. 그리고 김수사관은 당시 검시를 했던 부검의한테 갔다오고. 이번 사건은 검찰에서 모두 주목하고 있으니까. 다들 정신 바짝 차리고 하자고. 오늘 일찍 가야되는 사람은 없지?"
검사실 안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서로의 눈치를 보고 아무말 않고 고개만 끄덕이고 있었다.
"아 그리고 그 여동생 경희라는 친구도 찾아서 데려와. 그친구가 증언해주면 일이 아주 쉽게 갈 수도 있으니까. 봐서 증언대에 세우자고. 김수사관은 하나 더 그때 버스에서 인질극할때 있었던 사람중 증언대에 세울 수 있는 사람도 찾아봐. " 김판수 검사는 자리에 앉으며 모두들 나가라는 듯이 두 손으로 휘휘 내저었다.
"그 무기명채권 이야기는 맞긴해? 그것 때문에 매일 변호사 사무실로 기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아. 나한테만 말해줄수는 없는거야? 보아하니 판뒤집기 하려는것 같은데 뭘 알아야 도와주지,"
"우선 제 살인용의나 벗겨주시죠."
"그러니까 현씨가 그럴이유가 없다는 정황증거를 만들어야 하잖아."
"제가 하지 않은걸 어떻게 했다고 합니까. 그리고 저들어가는 장면전에 cctv기록이 없는거에요?"
"그게 있었으면 이고생 안하지. 한시간 정도 분량이 훼손되었어. 근데 그시간에 범인이 들어갔었다는 증거는 안되잖아."
"그럼 어떻게 하실건데요?"
"우선 그사이트 접속사실이 조작되었다는거와 대부업체를 찾아야지. 그리고 경희를 찾아다가 증언대에 세우면 승산이 아예 없는것도 아니야."
현은 고개를 숙이며 생각에 빠졌다. 이정도까지 꾸몄으면 그사람들을 찾더라도 잘 풀릴까?
"설사 무기명채권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현씨 아버지와 현이 무죄라는것의 결정적 증거도 안되고."
수북히 쌓여있는 담배꽁초를 옆에둔채 바둑이 게임을 하고있는 남자는 한눈에 보아도 건달처럼 보였다.
"야 수철아."
남자는 게임을 하다말고 소리나는 방향을 쳐다봤다.
"어이구 형님. 이런 누추한곳에 어쩐일로."
"일하나 해라."
남자는 사진을 던져주면서 옆에 앉았다.
"이게 뭐에요?"
"그얼굴 기억해놔. 그리고 내용은 여기있으니까 읽어보고. 선금 500. 끝나면 500"
남자는 쪽지내용을 대충읽어보고
"그러니까 내가 이놈한테 돈을 빌려주고 계약서를 쓴거라는거잖아요"
"그치. 실수없이해."
남자는 일어서며 수철의 어께를 툭툭치며 나간다. 사진속의 남자는 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