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희
무기명 채권이 한수희에게 있을 것이라는 소문은 빠르게 SNS를 타고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그것이 어디에서부터 시작되었는지 증권가 찌라시에서 시작했는지 누구도 아는 사람은 없었다. 최현의 숨겨진 여자처럼 부각되면서 한수희의 이미지가 깎이는 것은 물론 사람들의 상상력은 한계가 없이 부풀어지기만 했다.
"그럼 그 여자친구는 어떻게 되는 거야?"
"돈 생 기니면 남자들 모두 그렇잖아."
"그럼 이제 어떻게 되는 거야? 현이라는 놈도 그렇고 그런 놈 아냐?"
"희생자 코스프레 한 거지 뭐."
"그럼 지금 찍는 드라마에서 하차하는 건가?"
"모르지 지금 하루가 멀다 하고 그 친구 기사 나오는데 한수희도 불려가지 않겠어?"
박수 사관 책상에는 과거부터 조사한 자료가 책상 한가득 쌓여 있었다. 1997년 자료에서부터 2015년까지 프로젝트 자료, 수사자료, 행적들 그리고 CCTV와 경찰 조서까지 수 천장은 되어 보였다. 박수 사관은 이 사건이 살 신사 건의 피의자를 기소하기 위한 것인지 있을지도 모르는 비자금 사건을 조사하는 것인 모호했다.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사건이라 주말이나 휴일도 없이 나와서 일은 하고 있지만 완전히 미로 속을 걷는 기분이었다. 최근 SNS에서 도는 말처럼 한수희가 그런 역할을 했다면 참고인 조사를 위해 불러야 할까? 공범도 아니고 이 사건은 분명히 횡령. 배임 같은 혐의점에 있는 것도 아니었다. 무엇보다도 지금 최현은 우리에게 있었다. 잡히지 않은 것이 아니기 때문에 도피자금 문제라던가 돈세탁 같은 문제도 아니다. 그런데 사방에서는 이상한 압박이 있었다. 마치 없어진 돈을 찾으려는 무언의 압박이 가해지는 느낌이었다.
"검사님 어떻게 한수희를 불러 들어야 할까요."
"무슨 참고인 조사?"
"최근 SNS에서 그 무기명 채권 있잖아요. 그게 한수희와 연관되어 있다는 소리가 나돌아서요."
"박수 사관 한 번에 하나씩 가자고. 그리고 우리가 최현을 횡령 혐의로 추가 기소할 수 있는 건도 아니잖아."
"예 그렇긴 하죠. 그럼 한수희를 부를 이유가 없잖아."
"그날 10분 정도 통화한 것 외에는 혐의가 없죠."
"그럼 지금 이 사건에만 집중합시다."
10일 전 한수희와 최현은 심각한 표정으로 차 안에 있었다. 현은 계획을 세우긴 했지만 그것이 제대로 되리라는 자신은 없었다. 여기까지 온 이상 끝까지 가지 않으면 아버지로부터 시작된 이 굴레를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고 있었다.
"그래서 제발로 경찰서로 들어간다는 거야?"
"응 지금처럼 모든 이목이 나를 잡는데 집중이 되고 있으면 이 일을 해결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 같아."
"나 버지는 소윤이 언니에게 맡기고? 힘들지 않겠어? 소윤이 언니를 도와주는 사람이 있다손 치더라도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는지는 몰라도."
"그래 만약 이 사실을 다 알고 있다면 소윤이도 위험할 거야. 내가 잡히면 그들의 관심이 소윤이에게 집중될 것이 뻔하니까. 그리고 무슨 짓이라도 할 수 있는 사람들이잖아."
현의 마지막 말을 들은 한수희는 잠시 사색에 빠져들었다. 5분쯤 지났을 때 무언가 결심했다는 듯이 한수희는 현을 쳐다보았다.
"오빠 관심을 분산시키는 것은 어떨까?"
"그게 무슨 말이야?"
"지금 사람들이 언니에 대해서는 알지만 나에 대해서는 모르잖아. 의도적으로 노출하는 거지."
"아니야. 그래서 잘 풀린다면 모르지만 한 번 그렇게 굳어진 이미지는 회복하기 힘들어. 나랑 같이 수렁에 갇히는 셈이야. 그런 리스크를 너에게 안게 할 수는 없어. 그냥 소윤이만 잘 숨겨줘. 넌 득은 없고 실만 있잖아."
"사람이 모두 그렇게 계산적일 수는 없잖아. 오빠가 말한 것처럼 사람이 알 파고 오메가이듯이 지난번에 도와준 것처럼 나도 그래 볼래."
"지금까지 충분히 잘해줬어. 그건 너한테 너무 가혹한 것 같아."
"무언가를 알고 있는 언니보다 아무것도 모르는 내가 낫지 않을까. 의외의 복병에 당황해할지도 모르고 말야."
"그런데 왜 그렇게까지 하려고 하는 거야?"
"오빠도 알다시피 나 처음 연예계로 들어왔을 때 고생 많이 했잖아. 노력만으로 그들만의 세상에서 할 수 있는 것은 별로 없더라고. 왜 그럴까를 계속 생각했어. 힘없는 사람일수록 더 안 뭉치고 서로를 깍아내리더라구."
"그래서 이번 기회에 바꿔보고 싶다는 거야?"
"아니 어차피 나도 한 발 넣었잖아. 빼기에는 너무 늦은 거 같은데."
"그렇게까지 생각했다면 좀 의심스러운 구석이 있는 사람이 있는데 그걸 한 번 이용해보자."
"알았어. 난 때만 기다릴게 그리고 일이 벌어지면 난 모르쇠로 일관하면 되는 거잖아."
"확실한 증거가 있지 않는 이상 검찰이나 경찰에서 어떻게 할 수는 없을 거야. 어차피 그들이 관심 가지는 것은 공공연하게 그걸 인정하는 셈이니까. 그런데 다른 누군가가 위협이 될 수는 있어. 그런 소문이 돌기 시작하면 경호가 조금 더 필요할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