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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Dec 21. 2015

크림슨 피크

여자의 광기는 핏빛이다. 

여자가 연약한 존재라고 잘못 착각하는 남자들이 있다. 일반적인 여자들의 경우 약한 것처럼 보이지만 결혼을 하고 사랑을 하면서 조금씩 변해간다. 남성의 광기를 뛰어넘는 잔인함을 말하라면 여성의 광기를 빼놓을 수가 없다. 남성의 데이트 폭력도 문제가 되지만 여성의 데이트 폭력의 경우 조금 더 주도면밀하게 남자를 구석으로 몰아가는 성향이 있다. 


크림슨 피크는 오래된 집에서 묻어나오는 공포를 그리는 영화라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영화를 감상하고 나서의 느낌은 그것과 전혀 상관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살아있는 사람이 죽은 유령보다 훨씬 잔인하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해주는 크림슨 피크는 생각보다 잔인한 영화다. 핏빛 향이 물씬 풍겨 나는 대저택 크림슨 피크는 무언가를 말해주려는 유령들이 있다. 


사람들은 혼자될수록 쉽게 다른 사람의 유혹에 흔들린다. 상류사회에서 아웃사이더 취급을 받던 소설가 지망생 이디스는 글쓰기 외에는 다른 것에 관심이 없다. 그런데 그녀에게 갑작스럽게 남자가 찾아온다. 영국 귀족이라는 토마스는 그녀의 마음을 한 번에 사로잡아 버리고 결국 그와 함께 영국으로 가게 된다. 그곳에서 토마스와 그의 누나 루실과 함께 살게 되는데 묘한 분위기의 저택에서 알 수 없는 일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우선 크림슨 피크라는 저택의 분위기가 참 묘하다. 저택 전체에서 풍겨나오는 느낌은 미스터리하며 그 공간에서 세실과 이디스, 토마스가 입는 의상들도 독특하면서 매혹적이다. 



시각적 영감을 주는 크림슨 피크는 아름답고 순결한 드레스를 입은 이디스에 반해 루실의 드레스는 마치 메마른 잎사귀를 연상케 하는 황량함이 묻어 나온다. 그녀는 날카로운 눈빛과 분위기로 영화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장악해간다. 이유 없이 친절한 남자나 여자는 없다. 그것이 사랑이든 금전적인 목적 이든 간에 제각기 목적한 바가 있다. 


이 모든 것을 주도하여 이끌어가는 것은 세실이다.

그리고 세실은 어렸을 때의 트라우마로 인해 남동생과의 묘한 관계를 유지해간다. 여성의 경우 남성과 다른 소유욕이 있는데 남성의 경우 수집하는 그런 의미의 소유욕이라면 여성의 경우는 상대방을 모두 자기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이성이라면 자신이 원하는 대로 행동해야 하고 그것이 자식을 향하면 마치 자식이 아바타처럼 굴기를 바란다. 


상대방과 나를 서로 각자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주변에 있다. 그런데 그것이 심각하지 않을 때는 갈등 정도만 유발하지만 심각해지면 그것은 범죄의 영역으로 들어가게 된다. 


이 영화를 보고 다시 한번 깨닫게 된 것은 여성의 광기는 핏빛이라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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