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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Jan 22. 2020

옥천 야경

옥천의 밤은 낮보다 아름답다. 

정지용 시인이 말하는 것처럼 향수가 밤에도 있다면 어떤 냄새가 날까.  옥천을 대표하는 시인은 향수라는 시로 잘 알려진 정지용이다. 옥천의 여행은 정지용에서 시작해서 정지용으로 끝이 난다고 할 정도로 구석구석에 정지용과 관련된 이야기가 스며들어 있다. 길을 걷다 보면 정지용의 시가 있고 정지용의 생가는 낮과 밤에도 잘 만날 수 있도록 조성을 해두었다.  옥천의 정지용 시인에게는 명성이 있다. 

사람들이 명성을 얻고자 하는 욕망의 핵심에는 제대로 대접받고 싶다는 바람에 있다. 때론 인생 전부를 걸어 명성을 얻고자 하는 이면에는 외면당하고 업신여김을 당하며 없는 사람 취급받는 것은 참기 힘들 정도로 괴롭기 때문이다. 우리의 존엄성을 온전히 인정받으려는 욕망이다. 모든 사람이 정지용 시인과 같은 방향으로 명성을 얻을 수는 없다.  

야경을 보며 걸을 수 있는 시간의 자유는 누구에게도 제약을 받지 않는다. 정지용 시인의 생가는 낮에는 여러 번 가보았지만 야경은 처음 만나본다. 정지용 시인이 명성을 얻은 것은 그의 시를 좋아하고 의미를 부여했기 때문이다. 

정지용 시인이 살던 시기에 시인들은 사회의 아픔을 보듬는 시를 많이 썼다. 소박하지만 고향에 대한 시를 썼으며 때론 이루고 싶은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아련하게 풀어냈다. 

엽서에 글을 쓰는 사람은 이제 거의 찾아보기가 힘들다. 빛의 속도로 자신의 생각을 전달해줄 SNS가 일반화된 시기에 늦게 가서 도착할 엽서의 시간을 감내하지 않는 것이다.  정지용 시인의 엽서에 쓴 글을 보면 굽이굽이 쳐서 흐르는 금강의 속도와 비슷한 느낌이다. 

명성을 얻게 된 사람들은 대중들이 자신에게만큼은 품격 있는 관심을 가져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격렬한 애정 뒤에 갑작스러운 증오도 따라온다. 좌절된 야망이 사람을 실패자로, 다른 이의 실패로 바라는 사람으로 만든다는 것은 슬픈 일이다. 그래서 좋은 시나 글을 읽는 것이 필요하다.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준 옥천의 밤은 낮보다 아름다웠다.  벌써 대한이 지나고 설날이 며칠 남지 않았다. 설날이 지나면 가족 간의 갈등이라던가 사건사고가 먼저 TV에 나오겠지만 그런 뉴스보다는 가족과 함께 가까운 곳에 가서 시간을 보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생가 앞 청석교 아래는 여전히 향수에서 등장하는 실개천이 흐르고 있으며 그 모습은 변한 지 오래이지만 흐르는 물은 예전과 같아 밤에도 맑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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