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는 누군가 Jan 29. 2020

사람의 눈

인생을 창조적으로 산다는 것은 희귀한 일입니다. 

인생은 마음대로 썼다가 지울 수 있는 칠판 같은 것이 아니다. 삶을 살면서 먼저 쓴 것을 지우고 다시 쓸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럴 수는 없다. 그래서 성장하면서 여러 색을 겹겹이 덧칠하고 새롭게 그려보려고 하지만 여전히 먼저 그린 밑그림은 그대로 남아 있다. 가장 처음에 그린 것은 동심, 순수한 마음에 가깝다. 사는 것은 사람을 자유롭지 못하게 하는 사회적인 환경을 조금 더 잘 깨닫게 되는 과정이다. 삶의 가능성에 대한 우리의 상상을 방해하며 각자의 개성이 자유롭게 펼쳐지지 못하도록 가로막는다.  

주변을 보면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삶조차 낭비하는 것을 본다. 꿈과 가치는 나이와 상관이 없다. 당신이 삶을 대하는 태도와 관련이 있는 것이다.  그 과정 속에서 인생을 창조적으로 산다는 것은 무척이나 희귀한 일이다.  그런 사람은 자신을 위해서 뿐만이 아니라 세상을 변화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기 때문이다.  

"만났다 헤어져 나올 때면 마음이 아프다. 자주 가보고 싶어도 멀어서 못 간다. 보고 싶다. 영감은 내 마음을 알기나 할까." 통영의 서피랑길은 골목골목으로 이어지고 구석구석에 가볼만한 카페가 유명한 곳이지만 무엇보다도 작가의 고뇌와 절망이 느껴지는 그런 길이다.  그 느낌은 겉으로 보아야 알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속으로 들어가 봐야 알 수 있다.  

사람들이 날망에 집을 짓고 살았던 그 흔적이 남아 있다. 지금도 폐가처럼 되어 있는 서피랑의 집들이 많지만 그냥 구석구석 걷다 보면 이런 공간이 있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젊은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은 나이가 들수록 절실하게 들지도 모르지만 지금까지 걸어오면서 가슴 아프고 시리고 좌절했던 그 기억을 다시 생각한다면 이만하면 잘 살았다고 자기를 다독여볼 수 있지 않을까.  

서피랑의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저 정자는 서포루다. 삶의 진짜 문제는 어떻게 해야 자신이 책임을 다할 수 있는가이다. 그리고 난 후에 어떻게 해야 자신이 신경 쓰는 사람을 잘 길들일 수 있는가를 고민해야 봐야 한다. 

작가는 세상의 문제를 글로 풀어서 사람을 변화시킬 수 있는 사람이다. 사회의 부조리나 문제를 기사에 팩트로 담아서 풀 수도 있지만 세상에 문제를 푸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인생을 창조적으로 살기에 힘들게 사는 것이다. 

골목의 안쪽으로 들어오면 통영을 대표하는 작가인 박경리의 생가가 있다.  지금은 다른 사람이 살고 있어서 안을 들어가 보지 못하지만 이곳에서 태어났다는 것은 알 수 있도록 해두었다. 


"인간을 인간으로만 전제하고 세계에 대한 인간의 관계를 인간적인 관계라고 전제한다면 그대는 사랑을 사랑과만, 신뢰를 신뢰와만 교환할 수 있다." - 어린 왕자

진실된 작가는 사람들이 주인공의 눈을 통해 자신의 삶이 얼마나 슬플 수 있는지, 현실이 어떠한지, 삶의 우선순위가 무엇인지 마음을 담아 써 내려간다. 진짜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관계를 만들어가는 데 있다. 사람과의 관계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 

매거진의 이전글 풍경을 달았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