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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Feb 01. 2020

야경이 온다.

공간은 정겹게, 풍경은 따듯하게, 사람은 생각한다. 

매월 첫 번째 글은 어떤 글을 쓸까 생각한다. 매년 첫 번째 글은 어떤 글이 되는 것이 좋을까 고민한다. 글만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그렇지만 그렇게만 할 수가 없다. 하고 싶지 않은 것을 할 때 실수가 생기게 된다. 사람의 마음, 풍경, 생각을 전달하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은 것이 세상일이건만 내 마음 같지만은 않다. 풍경 혹은 야경은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다른 사람과 함께 경험하여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하더라도 각자의 마음속에 독특함을 가지며 고유성을 가지며 존재한다. 

평범하지 않은 다른 길을 걷기로 했다면 그런 것이다. 홀로 나선 대덕구의 송촌동의 여행길, 한시진의 걸음길 끝에 도착한 송촌공원에서 입구 안으로 들아선 한 사람의 눈앞에 색다른 야경이 펼쳐진다. 

야경을 보기 위해서는 조명이 있어야 한다. 조명을 설치하는 것은 일반적인 일의 한 모습일 텐데 그걸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것은 온전히 사람의 모습이다. 어릴 때 제법 그림 좀 그리기도 했고 상도 받은 적이 있어서 가끔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생각도 들지만 아직은 그만큼의 여유는 없다. 좋은 글만 쓰기에도 시간이 벅차다.

대덕구에 사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대전에 사는 사람이라면 동춘당공원은 한 번쯤은 들어보았을 공간이다. 동춘당 송준길의 역사적인 의미를 잘 알지 못하더라도 이곳에 아무것도 없을 때에도 동춘당은 굳건히 이곳을 지켜왔다. 

프리드리히라는 화가는 주체의 보이지 않았던 형상에 뚜렷한 가시성을 부여했던 사람이다. 그의 '두 남성이 있는 저녁 풍경'을 보면 액자를 열고 들어와 자신의 뒷모습을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것처럼 그렸다. 고택의 하나하나를 보면 그 디테일이 살아 있다. 낮에 볼 때와 밤에 볼 때는 보지 못했던 부분이 보인다. 

동춘당공원의 야경은 고택이 만들어내는 모습과 조명이 만들어내는 일반적인 모습이 있고 길에서 길로 이어주는 야경으로 구분을 해볼 수 있다. 이곳으로 인해 도심 속에서 새로운 모습이 연출된다. 별빛은 빛대로 밤하늘에서 빛나고 조명은 조명대로 공원의 색감을 만들어낼 뿐이다. 한 사람의 호가 이름을 가진 공원이 된 것을 보면 장소가 자신의 흔적으로서 역사를 갖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시간은 공간이라는 창고에 보관되어 있지만 그 창고를 관리하는 것은 장소의 역할이다. 

공간은 정겹게, 풍경은 따듯하게, 사람은 생각한다. 은진(恩津) 송 씨 송준길의 자는 명보(明甫) 호는 동춘당(同春堂)이다. 이이(李珥)를 사숙(私淑)했고, 20세 때 김장생(金長生)의 문하생이 되었던 그는 문장과 글씨에도 능하였다고 한다.  20여 년 간 벼슬에 나가지 않고 향리에 머물면서 학문에만 전념했던 송준길은 나이가 들어 보양관으로 잠시 봉직한 것을 제외하고는 관직에 발을 끊고 회덕에 머물러 살면서 여생을 마쳤다. 송촌동은 회덕의 한 지역이었지만 대전의 성리학 거점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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