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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Feb 29. 2020

좋은 때를 놓치지 않기.

유구천의 생태길 걷기. 

살아 있다는 것에 대한 중요한 가치를 생각하지 않고 죽고서 어딘가를 갈까를 고민하는 것은 세상에서 가장 미련한 짓이다. 본인의 미래는 정해지지도 않았지만 어떻게 될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지금은 어디에 있고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분명히 알 수 있다. 좋은 때란 화려했던 과거도 아니고 언제 올지 모르는 미래도 아니고 바로 지금이다. 지금을 희생하는 것은 인생을 허망하게 보내는 방법 중 가장 최악이다.  

공주의 사곡면은 공주의 전통주를 만드는 곳으로 잘 알려진 곳이지만 아는 사람만 알고 모르는 사람은 모른다. 사곡면은 지나쳐가기만 했지만 이번에는 조금 걸어보기로 했다. 사곡면을 걷는 것은 또 다른 지금을 충실하게 보내는 방법이기도 하다.  

사곡면사무소의 앞에 자리한 오래된 고목에는 세계유산 사찰 마곡사의 고장이라는 것을 써두었다. 속을 채운 인공적인 것에 쓴 것이기에 나무에는 별 탈은 없다. 오래된 거목은 사람의 손에 의해 조금 더 오래도록 보존될 수 있다. 아프리카에서 유명한 비오 밥 나무는 보통 1,000년을 이상 사는데 최근 그 비오 밥 나무들이 죽어가고 있다고 한다. 기후변화의 결과이기도 하다.  

금강의 지류인 마곡천·명가천 등이 면내를 남류하며, 하천 양안에 소규모의 충적지가 발달한 곳이 사곡면이다.  운암리에 충청남도 최대의 사찰인 마곡사가 있어서 유명하지만 사곡면 자체로는 많이 알려진 것이 없다.  

사곡면을 휘어 감으면서 흐르는 강은 유구천인데 그 유구천을 따라서 생태길이 만들어져 있다. 이곳은 코스모스 십리길이라고 불리면서 가을에 긴 풍광을 연출하는 곳이다.  

수달과 소생물들이 살아가는 이곳은 서식공간이며 수변식물원이다. 비올 때 걸으면 좋긴 하지만 신발이 젖는 것을 감내해야 한다.  

이곳까지 걸어오니 신발이 충분히 젖었다. 역시 비 오는 날 걷는 것은 번거롭기는 하지만 좋은 때를 놓치지 않기 위해 걸어본다.  좋은 때를 놓치지 않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만 생각이 바뀌어야 하기 때문에 어려울 수도 있다.  인적도 없고 비만 내리는 너른 공간을 마주하기 어려울 때 그냥 좋아하는 음악을 틀면서 걸으면 된다.  마음의 지혜로 충만해졌을 때 비로소 깨달음이라고 부를 수 있지 않을까. 

그런데 걸으면 배가 고파진다.  에너지를 사용했기 때문인데 한 끼를 먹어도 맛있는 것을 먹으려는 상상과 노력만 있다면 더욱더 좋다. 사곡면에서 멀지 않은 곳에 짬뽕으로 유명한 중국집이 있다. 진득함보다는 깔끔한 맛을 추구하는 이 집의 짬뽕은 가끔 먹지만 항상 기본이 좋아서 생각이 난다.  자~ 좋은 때를 놓치지 않고 오늘도 보냈는지 물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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