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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Mar 02. 2020

벽화 (mural)

중리동의 어린 왕자

가만히 생각해보면 사람들의 시선이 너무 밖으로 향했던 것이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 외부로 가는 시선과 내부를 바라보는 시선의 균형이 아니라  외부의 시선을 통해 자신을 보려고 하였기에 더 자극적인 것을 보려고 하고 더 많은 것을 가지려고 했다. 소소한 것의 가치는 쉽게 지나치고 자극적인 것을 소비하려고 하는 경향이 꾸준하게 한국사회를 채워버렸다. 그 과정 속에 따라잡지 못하고 소외된 사람들의 마음을 파고드는 것들이 있었다. 종교가 될 수도 있고 근거 없는 미래를 보여주는 사람들이 그 틈새를 파고 들어왔다. 코로나 19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를 잠시 벌여놓으며 스스로를 돌아보고 잊고 살았던 사회 취약계층을 다시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주는 것처럼 보인다. 

벽화는 인간의 역사에서 가장 오래된 미술의 표현방법이다. 경상북도 울진군에 자리한 오래된 암각화를 비롯하여 한반도에도 수많은 벽화가 지금까지 남아서 그 당시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게 해주고 있다. 잘 살펴보면 대덕구에도 벽화가 그려져 있는 곳을 찾을 수 있다. 수없이 자주 오가던 대덕구 중리시장과 안산도서관으로 올라가는 길목의 옆에도 벽화가 그려져 있다.  

벽화로 그리기에 가장 좋은 동화는 어린 왕자가 아닐까. 전국에 있는 벽화나 공원 혹은 트래킹길에서 어린 왕자는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중리시장의 뒤편에 자리한 주차장에는 디테일이 살아 있는 어린 왕자의 이야기가 그려져 있다. 

벽화는 건축과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점에서 회화예술의 다른 양식들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면서 벽화의 특징은 그것이 폭넓게 공공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공공의 영역에 벽화를 그림으로써 지역의 색깔이 부여가 될 수 있다.  

어린 왕자가 던지는 메시지 중에 가장 명확해 보이는 것은 그 사람은 그 사람의 모습이기에 가장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의 모습을 하려고 하고 따라가려고 하는 것은 본질을 잊게 된다. 벽화는 주어진 공간을 수정함과 동시에 그 공간에 실제로 한몫 끼는 3차원적인 유일한 회화 양식이기도 하다.  


"지금 너의 모습이 너여서 아름답다." 

어린 왕자는 치우치지 않은 순수한 마음을 가진 존재다. 지구라는 별을 여행하면서 대표적인 사람의 유형과 대화하면서 그들이 가진 프레임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을 한다. 어린 왕자에게 그나마 균형적인 모습을 보여준 것은 장미꽃과 여우였다.  세상에 소중한 것은 주변에 항상 있어왔다. 

벽화 중 대작이라는 최후의 심판은 매우 극적으로 대담하고 강렬하며, 큼직하게 그려진 인물 형체들의 공간에서의 움직임에 더 큰 관심을 보여주고 있는 특징이 있다.  굳이 대작이 아니더라도 내가 살고 있는 곳의 주변에서 벽화를 보면서 잠시 동안이라도 사회적인 거리를 유지한 채 자신의 내면으로 향하는 시선을 고스란히 느껴보는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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