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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Mar 04. 2020

한가한 날(dies vacantes)

진천 숯 박물관의 정원 거닐기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의 시간은 좀 다른 개념이지만 보통 시간은 계속 앞으로 나아간다.  시간은 숫자로 표시되기 때문에 그 숫자를 이용해서 사람들을 홀리거나 설득하는 사람들도 많다. 어느 시점일지 모르지만 어쨌든 간에 시간은 계속 나아갈 뿐이고 그걸 해석하고 마음대로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사람이다. 그리스도교도들은 자신들이 1세기에 하느님에 의해 십자가에 못 박혔다가 부활한 그리스도에 의해 선택되었다고 한다. 

필자가 기독교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삶의 철학이라던가 마음의 안정감을 느끼기 위한 종교로서는 괜찮지만 구원이나 선택, 영생으로 접근하는 것은 과도한 의미가 부여되어 얽매이게 만든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진천군의 여행지중 참숯전시관이 있는데 그곳을 중심으로 공원이 조성되어 있어서 한가한 날 걸어볼 만한 곳이다.  

최근에는 한가한 날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는 것을 더 체감하고 있다. 축제는 보통 종교에서 유래된 경우가 많았는데 한가한 날이라는 디에스 바칸 테스(dies vacantes)에는 일을 했는데 이는 신성하지 않은 날이어서 일을 한다는 의미로 오늘날의 휴가와는 다른 의미다. 

아무 일 없이 한가한 날을 찾기란 생각보다 쉽지 않다.  24시간 동안 사람은 무언가를 해야 하고 적어도 밥은 먹고살아야 하니 말이다. 한가하다는 기준이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보통은 혼자나 소수가 생산적인 활동을 하지 않고 쉬는 것을 의미한다. 

나무가 타서 만들어지는 숯은 우리 생활에서 적지 않은 의미를 가지고 있다. 고기를 구워 먹어도 참숯에 구워먹는 것이 가스등에 의해 구워먹는 것보다 맛이 더 좋다. 

뻥 트인 곳에 나와서 거닐어 보는 것은 그것만으로도 편안해지는 느낌이 든다.  숯을 구성하는 성분은 대부분이 탄소로 참나무로 만든 것을 참숯이라고 하는데 불을 붙이기 쉽고 연기가 나지 않으며 화력이 세고 오래가서 연료로 쓰인다.  3대째 계속 이어오는 불씨라는 말도 있어서 숯불 보관은 그 집의 품격을 뜻하기도 하였듯이 우리 민족의 민속과 관련된 것도 있다.   

살짝 춥기는 하지만 돌아보기에는 그다지 부담스럽지 않은 정도의 온도다. 

정신이 맑아지듯이 숯은 더러운 것을 제거하고 깨끗하게 하는 기능을 가졌는데 우리 민족은 이것을 알고서 간장을 담글 때 숯 몇 덩어리와 붉은 고추 몇 개를 간장독에 넣었다. 우리 민족 고유의 맛을 내는 간장과 숯은 밀접하게 연관이 되어 있다.  

일하는 날, 쉬는 날, 한가한 날은 따로 정해져 있지는 않지만 하루를 잘 보내는 것은 자신만의 몫이다. 진천에 숯 박물관이 자리한 것은 전국에서 생산하는 숯의 70%를 진천군에서 생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매년 참숯 마실축제를 열기도 하는 진천의 다른 이름은 상산으로 예로부터 생거진천(生居鎭川, 살아서는 진천에 살다)으로 알려져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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