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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Mar 13. 2020

밥값

깨끗하고 단정한 공간에 맑은 기운이 깃든다.

최근에 집단감염 등의 문제가 발생된 곳을 보면 깨끗하고 단정한 공간은 아니었다는 생각이 든다. 무언가를 의도하고 사리사욕을 가지고 가득 채운 사람들이 있는 공간에 맑은 기운이 깃들 수 있을까.  혼자 있을 때도 많은 사람들과 함께하듯 절도와 단정함을 잃지 않는다. 자신이 머무는 곳을 수행처로 만드는 것이 수련의 올바른 방법일 것이다.

논산의 반야사는 뒤에 있는 나지막한 산 때문에 가끔 가고 싶은 곳이다. 지금은 석회광산으로 활용되고 있지 않지만 멈춰있는 산의 풍광이 무언가 색다른 느낌을 준다. 좋아하는 절은 들어설 때부터 평화롭고 행복한 느낌이 들고, 극락에 들어 선 것처럼 근심 걱정이 사라지는 곳이라고 한다. 자연스럽게 돌 하나, 나무 한 그루 허투루 놓여 있지 않는 그런 공간이다.   

하루를 마무리하면서 드는 생각은 밥값 했는가이다. 익숙해지는 일은 좋은 것만은 아니다. 수행하는 사람들에게는 가장 경계해야 할 일이라고 한다.  이곳에 오니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고 인기척도 없고 조용하기만 하다. 마치 묵언수행을 잠시 하는 느낌이다. 고요함을 이루려는 집착에서 벗어날 때 비로소 고요한 마음은 어디에서든 있다고 한다.

바위산과 같은 곳에 푸르름을 보여주고 있는 것은 소나무뿐이다. 저 안쪽으로 걸어서 들어가면 마치 영화 속의 주인공처럼 탐험하러 가는 느낌이 든다. 광산으로 사용되었던 곳이기에 깊숙하게 들어가는 것은 위험하기에 좀 더 멀찍이서 바라만 본다.

논산의 반야사는 오래전 폐광 당시 모습이 그대로 남아 있어 드라마 촬영 명소로 각광받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드라마 ‘마의’와 ‘조선총잡이’, ‘아랑사또전’ 등의 동굴 씬이 이곳에서 촬영되었다. 법당이 조성된 동굴은 일제시대 석회광산으로 개발된 곳으로 광산 길이는 20㎞에 달할 정도로 길다. 동굴 안으로 들어가면 한여름에도 냉풍이 가득해 온도가 10도 안팎밖에 안 된다고 하니 보령의 냉풍욕장 같은 관광자원으로도 활용이 가능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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