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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Jan 05. 2016

흔들릴망정 쓰러지지 않는다.

압생트와 죽음

인생은 작은 파도와 큰 파도의 연속이다. 작은 파도가 쌓이고 쌓이면 사람이 쓰러질 수도 있지만 큰 파도 한 번에 쓰러질 수도 있는 것이 사람이다. 그러나 파도를 피하려고 하면 할수록 인생은 빛을 잃어간다. 호된 역경을 겪으면 격을수록 인생은 갈고 닦여지면서 빛이 더해진다. 원석일 때 아무런 빛을 내지 못했던 보석은 세공을 통해 빛을 내듯이 인생 또한 그러하다. 


파도를 이겨내라는 말을 다른 의미로 받아들이는 사람이 있다. 사람의 힘으로 이겨낼 수 없는 파도는 탈 줄도 알아야 한다. 때로는 정면돌파도 필요하지만 우회하는 것도 필요하다. 그걸 억지로 하다 보면 고립이 된다. 그렇다고 해서 해류에 그냥 몸을 맡기면 자신이 어디로 가는지 모르게 흘러가버린다. 


지금까지 마셔본 술 중에 압생트가 인생의 쓴맛과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초록빛 악마'라고도 불렸던 압생트는 수많은 예술가들의 사랑을 받았던 술이다. 피카소, 헤밍웨이, 모네, 고흐 등이 이 술을 즐겨마셨다. 달콤한 발포성 와인인 샴페인이 빛의 술이라면 압생트는 어둠의 술이다. 빛과 어둠은 친한 친구다. 언제나 같이 다닌다. 어느 한쪽만 좋아할 수도 없지만 그러려고 할수록 인생의 의미를 아는 것은 힘들어진다.



사람들의 인생은 빛이 난다. 부유하던 가난하던 잘 나가던 못 나가든 간에 각자 다른 빛을 낸다. 돈을 잘 벌고 높은 위치에 있다고 해서 더 밝은 빛이 나는 것은 아니다. 자신만의 빛을 만드는 것이 가장 현명한 선택이지만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의 빛을 보고 따라가려고 한다. 자신이 낼 수 있는 색깔의 빛이 아닌데 불구하고 그걸 따라가다 보면 자신의 빛도 잃고 다른 사람의 빛을 내지도 못한다. 달달한 칵테일은 마시기 좋지만 많이 마시면 질린다. 



사진에서 보이는 압생트는 불어‘Absithe’의 어휘가 붙은 술이다. 알코올 도수가 45~74° 에 이르는 증류주 또는 희석주로 색상은 밝은 연초록, 때로는 무색을 띄고 있다. 종류로는 압생트, 투넬 압생트(Tunel Absente) 일명 초록 요정이라고도 부르죠, 페르게르만스 압생트(Perekermann’s Absente)까지 있다. 압생트는 먹는 방법이 독특하다. 압생트, 물, 각설탕, 그리고 전용잔과 전용 스푼, 음수대(Fountain)가 필요한데 그냥 다이렉트로 먹어도 좋지만 잔에 압생트를 적당히 따른 후 압생트 전용으로 특수하게 제작된 스푼을 올려놓는다. 그 스푼 위에 각설탕을 놓고 각설탕 위에 압생트를  한두 방울 먹기도 한다. 


압생트는 죽음을 의미하는 맛의 술이다. 



모든 사람은 자신만의 범선의 키를 잡고 항해하는 사람이다. 범선에 자신만이 타고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렇지는 않다. 같이 가는 수많은 사람들 이웃, 친구, 가족들이 당신 인생의 조각의 한 부분씩을 가지고 있다. 부자나 빈자 모두 제각기 이유로 발버둥 치면서 살아간다. 더 가진 사람이 조금은 더 행복하다고 느낄 수는 있지만 덜 가진 사람보다 빛이 난다고 볼 수는 없다. 바다에 있는 배가 흔들리지 않으면 더 이상하다. 흔들리지 않기 위해 파도가 없는 항구에 정박하고 있으면 인생은 무채색으로 끝이 난다. 


필자가 글의 제목으로 뽑은 '흔들릴망정 쓰러지지 않는다.'는 라틴어로 'Fluctuat nec mergitur'에서 가져왔다. 흔들릴지언정 가라앉지 않는다라는 의미로 파리시 문장의 범선에 새겨져 있는 것에서 따왔다. 


역경의 파도를 모두 이겨내고 헤처 나온 인생은 모두 빛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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