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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Mar 31. 2020

백석과 냉면

좋은 시와 담백한 냉면의 공통점

평범한 일상이었다면 생각하지 못했을 변화가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다. 잠재해있던 정치경제사회시스템의 모순부터 의료서비스의 공공성이 얼마나 중요했는지 다시 돌아보고 사회 공동체가 코로나 19발 바이러스 혁명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고민하고 있다. 사회적 거리는 두어야 하지만 사회적 연대의 거리는 가까워져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평소라면 생각하지 못했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재난지원금에 대한 논의가 나오고 있다. 요즘에는 음식점들도 코로나 바이러스 19에 안심하고 찾아오기 위해 예방수칙과 철저한 방역 및 소독을 하고 있다. 

오래간만에 평양냉면으로 유명한 천안의 한 음식점을 다시 찾았다. 이곳의 주메뉴는 평양냉면과 한우 온반이다. 그런데 이 음식점은 조금 색다른 것이 있다. 음식점 대표가 시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시인 백석을 너무 좋아해서 자신만의 평전을 낼 정도라고 한다. 시인과 냉면은 무언가 잘 어울려 보인다.  

실학자인 다산 정약용은 면발이 긴 냉면에다 김치인 숭저(菘菹)를 곁들여 먹었다고 하는데 평양에서는 고기 안주에 감홍로를 마신 후 취하면 냉면을 먹으며 속을 풀었기에 선주후면(先酒後麵)이라는 말도 나오는 그 맛이기도 하다.  겨울철 계절 음식으로는 메밀국수에 무와 배추김치를 넣고 고기를 얹은 냉면을 먹는다고 소개했는데 선비들이 시를 읊으면서 식사를 했으니 없었던 궁합도 아닌 것이다. 

백석은 아버지 백시박과 어머니 이봉우의 3남 1녀 중 장남으로 출생했다. 지금도 그렇지만 문학을 하는 사람을 보고 맑고 가난한 사람이라고 한다. 맑으면서 처음 맛을 보면 밍밍한 그런 맛의 평양냉면과 어울리는 것이다.  백석의 마음속에 들어 있는 세상은 깨끗하지 못하고 지저분한 곳이었다. 그는 그런 더러운 세상을 혼자서라도 맑은 사람이 되어 건너가고 싶었던 사람이었다.  

이 시기는 아름다우면서도 서정적인 시가 더 그리워지는 때라는 생각이 든다.  백석의 생애에서 가장 빛나는 시기를 꼽으라면 1935년부터 1941년까지 7년 동안이라고 볼 수 있다. 많은 시를 발표했을 뿐만이 아니라 유일한 시집인 '사슴'이 출간되었다. 먹는 것이 이렇게 소중하고 마음의 허전함을 채우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위에서부터 아래까지 모든 것이 바뀌면서 흔들어놓고 있지만 우리는 그 속에서 의미 있는 무언가를 찾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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