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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May 07. 2020

말무덤

지천생태공원의 오래된 흔적

친족이 그런 말을 한 적이 있었다. 사람은 죽으면 그만이기에 무덤이라던가 왕릉과 유물은 아무런 의미 없기에 알 필요가 없다는 것을 너무 당당하게 말하는 것이었다. 세상의 모든 지식은 굳이 알 필요가 없고 돈을 벌기 위한 정보 외에는 쓸데없는 노력이라고 생각하는 친구이기도 하다. 모든 것은 순리대로 가는 것이 가장 좋다고 생각하며 살아간다. 내가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도 아니고 부모가 있다고 하나 그들 역시 먼 조상에서 이어져온 것이다.  흙에서 흙으로 물에서 물로 이어지면서 오늘날 살아 있는 내가 된다. 그래서 흙 한 줌, 물 한 방울 모두 가벼이 여길 수는 없다. 

겨울에는 볼 것이 많이 없어 보이는 곳이지만 생명이 생동하는 5월이 되면 청양의 지천생태공원은 거닐기에 괜찮은 곳이며 청양을 한 번 방문했다면 산책하듯이 돌아보면 좋은 곳이기도 하다. 

청양읍의 유치원생들이 좋은 날을 즐기기 위해 나들이를 나와 있었다. 근처까지 걸어가자 아이들이 모두 한 마디씩 말을 건넨다. 손을 흔드는 아이도 있고 고개를 숙이는 아이도 있고 말로 하는 아이도 있다. 웃어주기도 하고 손을 흔들어주면서 지나갔다. 

아이들은 봄에 피는 꽃 하나만 보아도 너무나 좋아한다. 주변에는 철쭉이 지천에 피어 있다. 그래서 지천생태공원이라고 부르는 것인가. 지천에 꽃이 피기에 지천생태공원이라고 불러도 될 듯하다. 

예전에 왔을 때는 이 무덤을 왜 보지 못했을까. 이름은 교월리 말무덤이라고 붙여져 있지만 실제 말을 묻은 무덤이라기보다는 거대한 규모로 만들어져 있기에 커다란 뜻도 포함하는 '말'의 말무덤이라고도 한다. 옛날부터 이 말무덤 주변은 곡식을 심고 밭도 일구었지만 이 무덤만은 절대 손대지 않았고 항상 신성시 여겼다고 하다. 

조금 규모가 커 보이기에 고분이라고 볼 수도 있다. 가야고분의 발굴 당시의 비슷한 형태와 토질 등을 갖추고 있어 이 무덤이 천년을 넘어서는 고대의 고분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이곳 말고도 청양에는 여러 곳의 말무덤들이 자리하고 있다. 둘레가 무려 40미터에 가까우며 멀지 않은 곳에 평촌 말무덤도 있다. 

예전에 왔을 때보다 계속 물이 흐르게 만들어서 그런지 몰라도 물이 많이 깨끗한 게 눈에 뜨였다. 물이 계속 순환하면 깨끗해지게 된다. 자갈과 자갈 사이로 계속 필터가 되면서 물이 맑아지는데 고이면 썩는 것이 당연하다. 

오늘도 흐르듯이 걸었고 흐르듯이 주변의 사물을 살펴보았다. 지천 생태도 볼 수 있지만 철쭉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꽃이 너무 아름다워 지나가던 나그네가 자꾸 걸음을 멈추었다 하여 철쭉을 나타내는 ‘척(躑)’에 머뭇거릴 ‘촉(躅)’을 썼다고 한다. 척촉이 변하여 철쭉이 되었다고 한다. 미인에 비유할만한 이 철쭉은 산꼭대기에 군락지를 이루고 있지만, 적응력이 높아 마을 근처의 야산에서도 흔히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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