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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May 07. 2020

어떤 발걸음

충남 서산시 여미리 석불 

어떤 지역은 미륵과 장승이 있어 오랜 시간 미륵제와 장승제를 동시에 여는 곳이 있다. 둘 다 마을의 안녕을 위해서 비는 것이지만 장승제도 미륵제를 바라보는 주민의 시선은 조금씩 다르지 않을까.  백제 이후 조선 초기까지 여미현(余美縣) 지역이었던 서산의 여미리에는 마을의 다양한 이야기가 지금도 전해지고 있다. 5월은 참 날이 좋지만 더위 역시 못지않게 같이 따라다닌다. 

여미리에는 다양한 마을이 있는데 이곳은 마을 탐방을 위한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가래울은 가래나무가 많아서, 뒷 굴은 가래울 뒤쪽에 있어서, 이스물은 전에 이곳에 이무기가 살았다는 전설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웃장터는 이문안마을의 남쪽에 있는 마을로 오래 전 여미현이 있을 때 장이 섰던 곳이라 붙여진 이름이며,새실마을은 새로 생긴 마을이라서 새실이라고 부르고 있다. 

여미리에는 돌로 된 석불이 자리하고 있다. 대부분의 지대가 비교적 완만한 구릉성 지형으로 이루어져 있어 주변이 트여 있는 편이다. 저 앞에 보이는 여미리 미륵불은 1970년대 후반 전라산 부근의 용장천에서 미륵이 발견되자 서산군청에 신고한 뒤 마을로 운반하여 세우게 되었다고 한다. 여미리에 내려오는 여미리 동제는 본래 산신제와 장승제, 목신제로 구성되었다

여미리 석불을 가까이 다가가서 보니 입의 한쪽이 살짝 올라간 느낌의 무표정한 느낌의 미륵불이다. 손 모양만큼은 매우 명확하게 표현이 되어 있으며 목이 있는 곳에 주름과 관을 쓴 형태로 눈과 코가 모두 두툼하다. 

미륵불신앙에 따르면 인간의 수명은 무려 84,000세에 이른다고 한다. 미륵불에 대한 신앙은 삼국의 불교 전래와 더불어 우리 나라에서 널리 신봉되었는데 특히 고려시대에 이런 석불상이 마을과 지역마다 자리하게 되었다. 지혜와 위덕이 갖추어져 있고 안온한 기쁨으로 가득 찬 그날이 언제 올진 모르지만 100년의 시간 동안만큼이나 건강하게 잘 살 수 있었으면 좋겠다. 

여미리라는 곳은 오래간만에 찾아온 곳이다. 미륵불은 희망의 상징이기도 하다. 가만히 앉아서 가져온 빵과 음료수를 먹으면서 마을을 천천히 둘러보았다. 초록은 모든 동물들의 원하는 희망의 색이라고 한다. 초식동물은 녹색의 풀을 먹고 에너지를 얻으면 육식동물 역시 그런 초식동물이 있기에 초록을 찾아다닌다. 미륵이 이야기하는 희망과 에너지를 의미하는 초록과는 연결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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