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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May 05. 2020

수신제가 (修身齊家)

괴산을 거닐고 수옥폭포 아래 머물다. 

예전의 수신제가와 지금의 수신제가는 그 의미가 달라지고 있다. 몸과 마음을 닦아 수양하고 집안을 돌본다는 의미에서 집안이 예전처럼 한 가족을 이루는 것이 아니라 1인도 가능한 집안의 의미로 바뀌어가고 있다. 30%가 넘는 1인 가구의 비율에서 수신제가는 자신을 돌보고 집안을 만들어감에 있다. 그렇지만 혼자라고 해서 잘 살아가는 사람이 많을까. 꼭 그렇지만은 않은 듯하다. 

괴산에는 산막이 옛길이라고 있다. 문경새재로 이어지는 길과 무관하지 않으며 토끼비리라고 불리던 좁다란 길과도 연관이 되어 있다. 필자는 담배를 피워본 적이 없는데 학창 시절 담배를 피우는 애들의 무언가 된듯한 껄렁함이 너무 싫었던 것도 한몫을 했다. 담배를 피우며 무언가 된 듯양하며 그 그룹에 들어가기 위해 담배를 피워야 하는 것처럼 했었다. 그들도 나이를 먹으면서 그냥 기호식품처럼 피웠지만 그 연기가 너무나 거슬린다. 

노력한 만큼 얻고 한 발 걸은 만큼 나아가고 자신이 본만큼 아는 척을 하고 읽은 만큼 세상을 조금씩 알아간다. 세상이 그러해야 하지 않을까. 한 발 걸었는데 세 발걸음 나아가길 원하고 한 장 넘겨보았을 뿐인데 세 장 넘겨본 것처럼 말하는 사람들의 근본을 쉽게 구분해낸다. 

괴산 산막이 옛길의 끝자락에 자리한 충청도 양반길 출렁다리를 건너가 본다. 지금 만들어지는 전국의 규모 있는 출렁다리와는 다른 느낌이지만 확실하게 잘 출렁거린다. 

괴산 하면 수옥폭포와 쌍곡구곡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곳이다.  수옥폭포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는 이유는 주차장에서 얼마 멀지 않은 곳에서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전국에 유명한 폭포들 대부분은 걸어가는 시간이 짧은 곳이다. 조금의 노력으로도 자연의 매력을 만날 수 있다는 의미다. 

소조령을 향하여 흘러내리는 계류가 20m의 절벽 아래로 떨어지면서 이루어진 수옥폭포는 3단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상류의 두 곳은 깊은 소를 이루고 있다. 온도가 올라가면 앞에 소에 빠지고 싶은 욕구를 느낄 수도 있다. 자연 속에서 취사를 하고 싶은 욕구는 누구나 똑같을 테지만 우리는 깨끗함을 같이 느껴야 하기에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이곳에는 공민왕이 홍건적을 피해 이곳으로 피신하여 초가를 지어 행궁을 삼고, 조그만 절을 지어 불자를 삼아 폭포 아래 작은 정자를 지어 비통함을 잊으려 했다는 이야기가 전해 오고 있다. 그냥 바위에 앉아서 가져온 김밥과 주스를 먹으면서 끊임없이 떨어지는 물의 자연스러움만 바라본다. 앞에 고인 물은 상류의 2단에서 떨어지는 깊은 소는 조유수가 사람을 시켜 물을 모아 떨어지게 하기 위하여 파놓은 것이라 한다.  


동양에서 인물을 그리는 경우가 드물었고, 산수화나 화조화가 회화의 주된 분야였다. 동양에서는 아름다움의 근원이 자연에 있다고 생각했었다. 동양화를 자세히 보면 대부분 빛이 없으며 그림자가 없다. 흐르는 물의 물줄기나 떨어지는 폭포, 바위 위의 나무와 풀의 결도 자세히 묘사되어 있지만 그 어디에도 그림자가 없다. 

이 언덕진 곳에 정자는 1711년(숙종 37년)에 연풍현감으로 있던 조유수가 청렴했던 자기의 삼촌 동강 조상우를 기리기 위해 정자를 짓고 수옥정이라 이름 지었던 것으로 흐르는 세월과 함께 정자는 낡아 없어졌으나 1960년에 괴산군의 지원을 받은 지역주민들이 팔각정을 건립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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