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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Jun 05. 2020

객사와 향교

인은 사람의 집이요. 의는 사람의 길이다. 

고려와 조선시대에 각 주요 지역에 설치했던 관사는 관리나 사신이 머물던 숙소로 사용되었던 곳이고 공공의 교육을 담당하며 길을 걷게 만들었던 곳은 향교다. 인은 사람의 편안한 집이요, 의는 사람의 올바른 길이라는 말이 있다. 스스로 마음의 평정을 이루면서 편안하게 살며 올바른 길을 가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쉽지 않다. 구미의 선산의 대표적인 옛 건물로 객사와 향교가 있다. 선산객사는 조선 후기에는 지금의 선산초등학교 자리에 있었으나, 1914년 현재 위치인 경상북도 구미시 선산읍 완전리 59-3으로 옮겼다.

선산객사는 접근성이 좋은 편이다. 선산향교로 가는 길목의 도로에 자리하고 있다. 선산객사는 아름다움을 받치고 있는 주춧돌과 기둥 그리고 서까래가 서로의 힘을 나누는 균형이며 통합적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는 건물이다. 

이 건물은 정면 5칸, 측면 4칸의 1층 건물로, 지붕 옆면이 ‘팔(八)’ 자 모양인 팔작지붕의 기와집으로 선산읍이 조선시대에 중요한 지역이었을 때의 건물 중 하나다. 조선 초기 선산의 객사는 남관(南館), 북관(北館), 청형루(淸逈樓) 등으로 구성되어 있었으며, 그 뒤 양소루(養素樓), 중대청, 동헌, 서헌, 양방루(凉房樓), 낭청방(郎廳房), 벽대청(甓大廳), 하서헌(下西軒) 등을 두었을 정도이니 선산이라는 지역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음을 미루어짐작할 수 있다. 

 남쪽에는 금오산(金烏山) 영봉이 솟아 있고, 낙동강(洛東江)이 북에서 남으로 선산의 중심부를 가로질러 유유히 흐르고 감천(甘川)이 서남에서 흘러 합류하는 곳에 선산향교가 자리하고 있다. 동양 고전에서는 스스로를 위해 노력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의지박약을 스스로 도덕질 하는 것 혹은 스스로를 해치는 것이라고 비난한다. 규모 있게 지어진 청아루는 ㄷ자형의 평면 형태를 취하고 있는데, 전면은 2층 누각으로 되어 있고 후면은 명륜당 마당으로 바로 연결되어 있다.

향교의 교육에서는 자포자기에서 자포는 스스로를 해치는 자해와 같고, 자기는 스스로를 버리는 자폐와 같으니 타인과의 공감은커녕 개인의 생존에만 급급한 고독자의 형국이라고 한다. 꽉 닫힌 사람들에게 뭐라 이치에 맞게 말을 한들 설득이 불가능하다. 밝게 윤리를 밝히는 곳이라는 의미의 명륜당은 어느 향교를 가도 볼 수 있다. 자포자기한 자들의 문제는 단순한데 스스로 성찰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한 것이다. 청아루를 통해서 기단 위에 자리한 명륜당에 잠시 앉아서 여름의 열기를 식혀본다. 

조선 인재의 반은 영남에 있고 영남 인재의 반은 선산에 있다는 문구가 택리지에도 나오는데 선산향교의 선비들은 옛 성현들에게 향사를 모시기 위해 선산향교의 대성전을 찾았다. 대성전에는 위패(위패는 죽은 사람의 이름을 적어 그의 혼을 대신한다는 상징성을 갖는 나무 조각이다. 영위 위판이라고도 한다. 종이로 만든 신주를 지방이라 하고 나무로 만든 신주를 위패라고 한다. 주로 밤나무로 만들며 주신과 받침대로 되어 있다)가 있다. 

선산이라는 지역에서 객사는 인이 머무는 곳이고 향교는 의로 걸어갔던 곳이라는 생각이 든다. 유교는 가부장주의를 지향하지 않았다. 맹자가 남자에게 요구한 것은 근력을 가진 사내의 책임과 노력을 통해 가족을 온전히 보존하며 일 없이 가족 위에 군림하는 가부장은 옳지 않다고 했다. 선산향교의 대성전에 모셔진 사람들의 면면을 보면 그런 가르침을 몸소 실천했던 사람들이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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