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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Apr 21. 2020

서원 스페셜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사람은 보통 살아가기 위해서는 많은 사람들과 소통을 한다. 동성끼리의 소통도 있지만 이성끼리의 소통도 있다. 사람과의 소통에서 미묘한 즐거움은 바로 섬세함에 있다. 섬세함은 보지 못했던 다양한 매력을 발견을 할 수 있다. 몸으로 하는 대화에서도 섬세함은 자신도 모르게 드러난다. 사람이라면 자신도 생각하지 못했으며 말하기 힘들었던 그런 점을 알아주는 상대방을 싫어할 리가 없다. 살아가면서 배우고 가치와 의미를  배울만한 사람을 만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렇기에 우리는 역사 속의 인물에서 배우고 대화를 한다. 

계룡에서 논산으로 혹은 논산에서 계룡으로 넘어가는 길목에 자리한 돈암서원은 계절에 한 번씩은 들려서 사계 김장생의 생각과 가치관을 생각해본다. 지금은 존재하지 않지만 그의 혼은 이곳에 그대로 남아 있기에 대화를  할 수  있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란 질문을 던져보는 시간이다. 

주차장에서 돈암서원까지 가는 길은 거리가 좀 있어서 운동하는 느낌도 든다. 사계 김장생은 1717년(숙종 43년) 연산의 돈암서원(遯巖書院)을 비롯해 해주 소현 서원(紹賢書院), 파주 자운서원(紫雲書院), 안성의 도기 서원(道基書院) 등 10개 서원에 배향되었다. 

증자왈, "유능하면서 무능한 자에게도 물어보며, 다문 다식하되 견식 낮은 자의 의견을 들으며, 있되 없음과 같고 충만하되 빈 듯하며, 남이 덤벼 와도 대항하지 아니하니 옛날에 나의 벗이 이와 같더니라."

사계 김장생의 발길을 자주 따라다니다 보니 옛날에  벗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돈암서원은 흥선대원군의 서원철폐령에도 훼철(毁撤)되지 않고 존속한 47개 서원 중의 하나이며, 경내의 건물로는 사우(祠宇)·양성당·응도당(凝道堂)·장판각(藏板閣)·정회당(靜會堂)·산앙루(山仰樓)·내삼문(內三門)·외삼문(外三門) 등과 하마비(下馬碑)·송덕비(頌德碑)가 남아 있다. 

비가 내리는 절기인 곡우가 지나고 딱 한 달이 있으면 첫사랑을  기다리는  때라는 소만이라는 절기가 온다.   24절기 가운데 여덟째 절기로 '만(滿)' 자에는 햇볕이 풍부하고 만물이 점차 자라 가득 찬다는 뜻이 있다. 이때는 씀바귀 잎을 뜯어 나물을 해 먹고, 냉이 나물은 없어지고 보리 이삭은 익어서 누런색을 띠니 여름의 문턱이 시작된다. 그전까지가 공부하고 생각하기에 좋은 시기다. 

5월 초반까지 사회적 거리두기가 조금 완화되었지만 아직은 본격적으로 서원 등에서 진행되는 프로그램은 진행되지 않고 있다. 한국의 유교 문화 이해를  증진하기 위한 돈암 토요 성리학이나 서원의 탐방을 통해 서원의 가치와 의미를  배우고, 느끼는 돈암 콜로키움, 올바른 예절을 교육하고 아이들 눈높이에 맞게 놀이와 체험 위주의 인성교육인 돈암 만인소 운동 등이 대표적인 프로그램이다. 

돈암서원을 오면 항상 저 향나무를 바라보고 있다. 멋스럽게 뻗어나간 나무의 고고함이 돈암서원을 채워주는 듯하다. 

돈암서원 같은 곳에서 가르치는 논어에는 이런 문구가 나온다. "시는 밝아야 함을 생각하며, 청은  총명해야 함을 생각하며, 안색은 온화로워야 함을 생각하며, 용모는 공손해야 함을 생각하며, 말에는 신의가 있어야 함을 생각하며, 일을 행함에 정성스러워야 함을 생각하며, 의심 나면 물어야 함을 생각하며, 분하면 환란 있을까 생각하며, 이득을 보면 옳은지를 생각한다."  오래간만에 오랜 벗과 같은 사계 김장생 선생과의 대화를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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