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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Apr 04. 2020

향교 인문학

옥천의 청산향교

지금도 그런 것이 거의 없어졌지만 옛날에는 이상한 이유로 금서가 참 많았다. 고등학생 때 잠시 접해본 적이 있던 주역을 제대로 읽어보려고 군대에서 휴가 복귀할 때 들고 들어갔다가 인사계에게 압수당한 기억이 너무나 선명하다. 철학적인 관점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마치 주역을 점을 치는 미신적인 내용의 책이라고 생각했던 당시 인사계의 나이는 40대 초반이었다.  주역이 무슨 책인지도 잘 모르는 그 사람은 주역을 불온한 책이라고 생각했었다. 

주역은 단순히 점을 치기 위한 책이 아니다. 사람들의 오래된 흐름과 행적을 살펴서 그냥 앞날을 조금을 예측하고 자신의 처세를 생각해볼 수 있는 지혜서라고 보면 된다. 시간과 공간은 사실 하나지만 사람들은 시간과 공간을 따로 떼어놓고 생각한다. 시간이 멈춰있는 것 같은 요즘에도 역시 시간은 특정한 목적성을 가지고 흘러가고 있다.  

옥천의 청산향교는 옥천읍에 자리한 향교와 더불어 옥천을 대표하는 향교 중 한 곳이다.  향교의 건물 배치로 전묘 후학이 일반적이지만 이곳은 전학후묘의 배치를 하고 있으며 태조7년인 1398년에 창건되었다.  

주역에서 지천태의 궤상을 보면 시작의 힘이 담겨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위로는 음이 있고 아래에는 양이 있다. 즉 양이 내려와 있고 음이 올라가 있는 형태로 에너지를 비축한 지천태는 상당한 힘이 있다. 그 힘은 바로 시작의 힘이며 물리학으로 보면 에너지이지만 연애에 있어서 열정이다. 신체에 있어서는 건전한 정신과 신체라고 볼 수 있다.  

문화재 보수가 이루어진지 얼마 안 되었는지 몰라도 명륜당의 색채가 진하게 묻어 있다.  평면은 남측으로부터 부엌과 아랫방과 윗방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옆면에 온돌방이 있는데 가운데 3칸에 대청을 두고 있다. 공포 형식은 초익공 형식으로 만들어졌다.  

사람이 지천태의 상태에 있다는 것은 무엇보다도 하고 싶고 배우고 싶은 것이 많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지천태의 상태는 영혼의 기운이 많으며 운마저 좋게 한다. 양의 기운으로 성취하지 못할 바가 없게 되는 것이다. 어떠한 상황 속에서도 자신에게 유리하게 흘러가는 그 지점을 잘 짚어낸다.  

대성전 모셔진 인물 중 최치원은 전국에 자신의 흔적을 많이 남긴 사람이기도 하다. 보통 지역에 한계가 있지만 최치원은 골품제에 갇힌 벼슬을 버리고  전국을 유랑하였다. 공자는 주역의 건위천을 설명하면서 아래와 같이 말했다. "하늘의 운행은 건실하니, 군자는 이를 본받아 스스로를 강하게 하는 일을 멈추지 않는다."

자강이라고 하는 것은 스스로 강해져야 한다는 것이며 유일하게 양을 기르는 방법이다. 양의 기운은 가둬놓으면 스스로 성장한다고 한다. 잠룡물용이라는 의미는 물속의 용은 때가 될 때까지 쓰지 않는다는 의미로 하늘의 힘의 일부분을 가졌다는 것이다. 최근의 시간을 어떻게 쓰는가에 따라 2020년을 넘어서 향후 십 년의 인생길이 달라지게 된다. 넓은 면적에 자리해서 넉넉한 청산향교에서 주역을 다시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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