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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Jul 21. 2020

도심 속 정원

도심 속의 동춘당 공원의 풍경

대전의 확진자가 들불처럼 퍼져나가고 있을 때에 대전의 공원들은 잠시 폐쇄가 되었다. 안에서도 갈 수 있는 곳이 적고 밖으로 나가는 것도 마땅치 않았던 시간을 6월에 보내야만 했었다. 고택과 어우러진 정원이 있는 곳은 대전에서 유일하게 동춘당 공원일 듯하다. 여름에는 여름의 꽃이 만개하고 가을에는 낙엽의 아름다움과 고택이 어우러지는 것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지금도 코로나 19로 인해 방역과 개인 방역 등을 하고 찾아가야 하지만 적어도 이런 공간이 있다는 것으로 반갑다. 

대덕구에서도 사회적 거리두기는 사랑이라고 하면서 동참하기를 권하고 있다. 공원 내 마스크 착용과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면서 돌아보라고 권하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방역을 담당하는 본부장은 100미터 전력 질주하듯이 달려왔는데 6개월이 지나 돌아보니 42.195km의 마라톤에서 이제 10km를 왔다고 발표를 했다. 필자가 생각해도 지금의 단계는 그런 수준이라는 생각이 든다. 

백신이나 신약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1상, 2상, 3상 시험을 지나야 한다. 최종 적용되기 위해서는 절대적인 시간이 필요하다. 이제 3상 시험에 들어간 회사가 2~3개에 불과하다고 한다. 3상 시험은 시간이 많이 소요가 되기에 하반기가 넘어야 한다. 1상에서 성공확률이 10%, 2상에서 16%, 3상에서 50% 정도의 성공률을 보인다. 

동춘당공원에는 선홍이 뚝뚝 떨어지는 사랑꽃 능소화와 사랑하면 보인다는 배롱나무꽃, 화심에 두었던 연심만큼 아름다운 연꽃, 비비추 꽃등이 피어 있었다. 

비대면, 언택트, 랜선, 거리두기 같은 단어가 대부분의 여행이나 상품 앞에 붙는 것을 볼 수 있다. 능소화를 길상의 꽃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길상은 공연히 운수가 좋아질 것 같은 긍정의 말이기도 하다. 고택을 바라보면서 가만히 서 있는 시간에 내리는 빗소리조차 길상이 있을 것 같지만 언제 그 시간이 다시 돌아올까. 

동춘당 종택에서 만드는 국화주를 마셔보고 싶은 날이다. 여름의 꽃들이 지어가고 맺은 열매가 내년을 기약할 때 자연과 인생이 조화로 태어나는 은연의  꽃이 국화다. 국과 식물 중에서도 가장 발달한 것이 국화인데 재배하여 감상하는 것만 해도 무려 2천 여종에 달한다. 


빠르게 무언가를 해야 하고 돈도 빨리 벌어야 하는 조급증에 쫓기는 요즘 사람들에게 국화주 한 잔은 잊었던 느림과 여유의 미덕을 깨우치게 만든다. 찬찬히 들여다보며 자기의 본성을 삶의 길에 실천으로 옮기는 것이 군자라고 한다. 

다가오는 내년을 은근히 기다리는 저력을 얻고자 할 때 국화주 한 잔을 동행의 술로 삼아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동춘당 종택에 내려오는 국화주는 대전 무형문화재 제9-나호로 지정이 되어 있다. 

동춘당공원의 한편에는 연지도 만들어져  있다. 부여의 궁남지처럼 큰 정원은 아니지만 충분히 연꽃의 매력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아기자기하게 잘 만들어져 있다. 

배롱나무꽃을 보기 위해 건너가다가 돌다리의 밑을 바라보았다. 

배롱나무는 백일홍이다. 배롱나무는 중국 남부가 원산지라고도 하는데 일반적으로 진분홍을 띤 홍자색이지만 요즈음에는 흰색, 연분홍색, 보라색도 가끔씩 보인다. 원뿔형 꽃차례를 이루는 작은 꽃들이 꾸준히 피어나 백일 동안 피는 꽃이라는 이름을 얻을 수 있었다. 서로서로를 도와 피어나는 두레 꽃나무로 부끄럼을 타는 것 같게 보인다고 해서 부끄럼 나무라고도 부른다. 

어쩔 수 없이 장기전에 돌입하기 시작했다. 스스로를 다독이며 이제 어떻게 보내야 할지 생각해야 하는 시간이다. 장맛비가 주룩주룩 내리고 있으며 날이 덥기도 하지만 마음을 살포시 건드리는 사랑 가득한 선홍의 꽃차 한 잔을 대청에 앉아서 마셔보는 상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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