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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Jul 21. 2020

경남 87경

마음의 편안함이 있는 사천 여행지

가끔 내려가서 만나는 대방진굴항은 여러 날을 머물고 싶은 마음이 드는 공간이다. 군사적인 목적에 의해 만들어졌지만 그 형태나 고즈넉함이 집 앞에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안으로 굽이쳐 들어가 있는 형태의 굴항은 수군들의 기지로 왜구의 침략에 대비해 병선을 숨기고 수리하던 곳이었기에 석축을 쌓고 나무를 심어서 감추었던 요새였다. 지금은 일반 어선들이 정박해 있는 곳이다. 

대방진의 진(鎭)은 포괄적인 의미를 담고 있었다. 신라 말기 상업상의 필요에 의해 처음 설치되었던 진은 고려시대에는 무장 성곽도시 또는 지방행정구역으로 존재하다가 조선시대에 들어와 순수한 군사적 거점의 성격으로 축소된 것이다.  굴항이 있던 곳은 고려시대 우리나라 연안(沿岸)을 빈번히 침범하던 왜구의 노략질을 방비하기 위하여 설치한 구라량(仇羅梁)의 영(營)이 있던 곳으로 수군만호가 있었던 곳이다. 

굴항의 길을 그대로 걸어서 돌아본다. 굴항의 한편에는 대방진굴항을 알리는 비가 세워져 있다. 비의 상태로 보았을 때 그렇게 오래된 것은 아닌 듯하다. 

안쪽으로 들어가면 마치 샘물이 나오는 곳처럼 보이는 곳이 나온다. 전에는 보지 못했던 것 같은데 시간을 두고 보니까 안보이던 것이 눈에 뜨인다. 

사천의 대방진굴항은 한 바퀴 돌아보면서 걸어보면 그 매력을 충분히 알 수 있다. 사천시는 올해 대방동 746번지 군영 숲에 음지식물을 식재하여 시민들의 정서함양은 물론 쾌적한 휴식공간 연출을 위한 야생화 화단을 조성해두었다. 

음지에 강한 맥문동, 비비추, 옥잠화, 수호초, 털머위, 애란 등 7종의 야생화와 함께 식재 수령이 오래된 느티나무, 팽나무 등의 녹음과 한려해상 국립공원의 뛰어난 경관을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나이가 드신 분들은 그냥 이곳에 나와 벤치에 앉아 사천의 앞바다를 보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럽지 않을까. 팽나무는 곰솔과 함께 짠물과 갯바람을 버틸 수 있는 나무로 유명하기에 바닷가에 적합하다. 팽총의 총알인 ‘팽’이 열리는 나무란 뜻으로 팽나무란 이름이 생겼다고 한다. 지방에서는 당산나무이기도 한 팽나무는 느티나무나 은행나무만큼이나 오래 산다. 천 년을 넘긴 나무도 있다. 

대방진굴항에는 이순신상이 세워져 있다. 긴 장검을 허리에 두른 이순신은 호국의 상징이기도 하다. 

대방진굴항 앞에 지어진지 15년이 채 되지 않는 아파트 30평대가 1억 5천이 채 되지 않는다. 한강뷰보다도 더 좋은 목 좋은 곳에 자리한 아파트지만 역시 수도권이나 대도시가 아니라서 가격이 부담스럽지가 않다. 기업과 공공기관의 지방이전이 균형적으로 이루어지면 부동산 문제도 해결될 텐데 왜 수도권의 아파트 문제만 더 야기시키는 공급만 하려고 하는지 알지만 균형적인 국토발전을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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