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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Sep 01. 2020

무흘구곡(武屹九曲)

대가천 계곡을 이어가는 경북의 경북가도

경학을 비롯해 산수·의약·풍수·역사·천문에 이르기까지 여러 방면에 정통했으며, 특히 예학에 뛰어난 정구는 1580년 창산지(昌山誌)를 편찬한 이래 지방관으로 부임하는 지역마다 거의 예외 없이 읍지를 편찬했는데 후대읍지에 많은 영향을 주었던 사람이다. 음성의 운곡서원에 모셔져 있기에 자주 정구에 대한 이야기를 쓰기도 했었는데 이 계곡은 한강 정구 선생이 남송 때의 주희가 노래한 무이구곡을 본받아 지은 무흘구곡의 배경이 되는 곳으로 탄성이 절로 나오는 비경을 간직한 곳이다.

무흘구곡의 아홉 굽이는 제1곡이 봉비암, 제2곡이 한강대(寒岡臺), 제3곡이 무학정(舞鶴亭), 제4곡이 입암(立巖), 제5곡이 사인암(捨印巖), 제6곡이 옥류동(玉流洞), 제7곡이 만월담(萬月潭), 제8곡이 와룡암(臥龍巖), 제9곡이 용추(龍湫)이다. 일명 경관가도를 이어가는 길로 구석구석에 트래킹 코스가 만들어져 있다. 고령에서 성주. 김천을 이어주는 길이다. 

주역에도 능통한  정구는 1곡에서 9곡에 이르는 과정이 단지 아름다운 경관을 쫓아온 것이 아니라 도학의 근원을 찾기 위한 일종의 실천 과정으로 수도산의 계류인 대가천 계곡에 주자의 구곡 경영을 차운하여 자신만의 구곡을 설정하였다. 

조선 시대 선비들에게 산수를 경영하여 정사를 짓고, 무이 산지를 탐독하며, 구곡을 경영하는 것은 우주의 원리를 이해하고 자연을 완상하는 도학적 이상향의 해법으로 생각했었다. 주역에서는 곤위지 괘상에 대하여 이렇게 말한다. "운명에 앞서면 혼미하고 순응하면 얻는다." 순응이란 굴복이 아니라 오히려 힘을 비축하는 행위다. 

경북의 절경은 문경에도 있지만 아래쪽으로 내려오면 상주와 김천을 이어주는 경관가도에도 있다. 옛말에 사람의 일을 다하고 천명을 기다린다라는 말은 어떤 운명이든 받아들이겠다는 의미기도 하다. 

비가 많이 내리고 있었지만 가다가 만나는 절경이 있기에 괜찮았다. 꼭 계곡길로 가지 않아도 옆으로 걸어갈 수 있는 길들이 만들어져 있는 곳이다. 

가야산을 이어주는 선비 산수길의 1코스는 성주호 둘레길이고 2코스는 가야산 에움길로 에움길은 가야산 자락의 숲길로서 탐방구간에 폭포와 가야산 생태탐방길이 자리하고 있다. 

앞이 한치도 안 보이는 것 같지만 미래에는 항상 징조가 있다. 


아홉 굽이라 고개를 돌리고서 한탄한다

이내 마음 산천을 좋아한 게 아니거니

샘물 근원 이곳에 형언 못할 묘리 있어

여기 이걸 놓아두고 다른 세계 찾을쏘냐

제9곡 용추 - 정구

주역은 이미 생물체 내에 잠재되어 있는 섭리를 체계화하고 있었다. 우리의 몸이나 정신을 비롯해 우리 주변의 모든 현상들의 자연의 섭리 안에 있다. 미래에 나타날 단서를 징후 또는 징조라고 하는데 그냥 바쁘게만 보낸다고 해서 보이지는 않는다.  수도암 계곡과 청암사 계곡에서 흘러내리는 맑은 물이 기암괴석과 어우러져 장관을 만드는 대가천 계곡은  맑은 물이 폭넓은 계류를 이루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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