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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Feb 12. 2016

공주에서 만난 추억과 음식

잠자리가 놀다간 골목

응답하라 1998을 대중들이 좋아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그때에는 여유롭지는 않았더라도 추억과 정이라는 것이 있었다. 모든 것이 빨라지고 1일 생활권이 된 지금 왜 이렇게 사람들은 더 힘들어할까. 옛날에 형성된 주택가들은 보면 자연적으로 형성된 경우가 많아서 골목길이 좁고 꼬불꼬불 연결된 경우가 많이 있었다. 이전 개발방식으로 보면 싹 밀어버리고 반듯하게 구획을 정해서 개발하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생각되겠지만 요즘에는 그 형태를 그대로 두고 다시 살리려는 노력이 더 많아지고 있다. 


공주의 중동 농협 뒷골목에 도심 골목길 재생으로 프로젝트가 진행되었다. 그 골목길에서  나오자마자 이렇게 걷기 좋은 하천길이 자리하고 있다. 서울 청계천을 여러 번 가본 적이 있지만 그곳은 인공적인 냄새가 너무 많이 나는 반면에 이곳은 자연스러운 느낌이 좋다. 다만 이곳은 주차하기가 불편하다는 것을 염두에 두면 된다. 


잠자리가 놀다간 골목의 중심에는 정면에 보이는 루치아의 뜰이라는 찻집에 있다. 골목길을  활성화하는 데 있어서 보통은 두 가지 방법을 사용한다. 하나는 가장 많이 사용하는 방법으로 볼품없는 벽에 벽화를 그려 벽화마을을 조성하던가 일부 선형을 개선하고 루치아의 뜰 같은 독특한 카페나 맛집을 만들어 활성화하는 방법이다. 어느 쪽 이든 간에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해 볼 수 있다. 루치아의 뜰이라는 카페는 오래되어 쓸모없는 집을 프레임만 남기고 뜯어내어 한옥의 미와 현대적인 색채를 채색한 곳이다. 

어릴 때 남의 집에 낚서를 하고 도망가는 것이 어찌나 재미있던지 그 유혹을 뿌리치기 힘들었다. 지금은 낚서를 할만한 공간도 많지 않고 잘못했다가는 고소되기 십상이다. 골목길 안쪽이 음침해지는 바람에 아이들의 일탈장소로 악용되던 곳이 추억을 기억하는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이 골목길 입구에 위치한 음식점에서 두부전골을 주문해서 먹어보았다. 버섯과 궁합이 잘 맞는 요리 재료로 두부만 한 것이 없다. 우리 땅에서 난 콩으로 만든 두부는 몸에 무리를 주지 않는다. 팽이버섯이나 능이버섯, 송이버섯 등 두부는 어떤 버섯과 만나더라도 궁합이 맞는 O형 같은 식재료다. 육수를 내는 방법은 음식점마다 다르다. 어떤 곳은 황태만을 우려내어 두부와 청양고추, 쑥갓, 팽이버섯, 파를 넣어 두부전골을 만들기도 하고 일반 육수에 고추장과 집간장과 마늘 등으로 전골 양념을 만들어 두부전골을 내놓기도 한다. 두부전골이 담백할수록 그리고 자극적이지 않을수록 인공적인 조미료가 적게 들어간 것이다. 


음식점 앞에 흐르는 하천은 제민천이다. 예전에 공주의 일부 지역에 식수를 공급했던 공주시 금학동에서 발원하여 금강으로 흘러드는 하천이다. 제민천은 시가지를 통과하는 이 구역은 복개되어 있고 자연하천으로서의 기능은 상실했다고 보는 것이 맞다. 


역시 여행은 보는 맛과 먹는 맛이 어우러져야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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