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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Sep 16. 2020

유학자의 죽음

동춘당 송준길의 묘

사람은 누구나 언젠가는 죽지만 의미 있는 죽음을 맞는 것은 쉽지가 않다. 학문을 했던 사람은 많지만 자신의 생각을 후대에 영향을 미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오늘날 검찰청의 수장인 검찰총장과 같은 역할의 사헌부의 수장 대사헌, 국방부 장관과 같은 역할의 병조판서, 문관에 관한 인사 행정권을 완전히 장악한 이조판서까지 핵심적인 관직을 두루 거쳤던 유학자이며 동춘당이라는 호로 잘 알려진 송준길이 세상을 떠난 것은 1672년이다. 

은진송씨의 묘역에서는 떨어진 곳에 동춘당 송준길과 그의 아들 송광식의 묘가 대전에 있다. 원래는 세종특별자치시에 속한 연기군에 있었으나 충청남도 공주 등 여러 곳에 옮겨졌다가 이곳에 이장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묘소가 위치한 원정동은 손예진 주연의 영화 클래식이 촬영이 되었던 곳으로 외나무다리에서 반딧불이를 잡는 장면을 촬영하였다. 대전에 속하지만 마치 시골과 같은 느낌의 풍광이 있는 곳이다. 

근처까지 오면 동춘당 송준길의 묘역으로 가는 길은 위의 이정표와 아래의 비가 서로 반대방향으로 안내를 하고 있어 혼동이 올 수 있다. 

벼가 익어가는 계절에 동춘당 송준길의 묘역으로 천천히 걸어서 들어가 본다. 물질적인 것에 구속되지 않고 초연하다는 의미의 초연물외는 요즘 같은 시기에 필요하다. 정치 등의 논쟁 등에서 어느 편에도 가담치 않으며 중용을 유지한다는 의미도 가지고 있다. 

무엇을 알고 있는가가 아니라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생각해야 한다. 유학에서 인생은 생각대로 되는 것이 아니라 노력하고 배운 대로 된다고 말한다. 배우고 익히고 공부한다는 의미의 학은 예절, 음악, 활쏘기, 말타기, 글쓰기, 셈하기 등 육예를 포괄하고 있다. 동춘당 송준길이라는 유학자의 죽음을 통해 유학의 의미를 되새겨 본다. 

양지바른 곳에 자리한 동춘당 송준길의 묘 앞에는 비가 세워져 있다. 다른 사람이 걷고 있을 때 서 있으면 그것은 정체가 아니라 후퇴다. 자신의 몸값을 높이는 일, 그것이 바로 유교인 것이다. 배우지 않고 스스로 깨닫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고 스스로 똑똑해지는 경우는 없다. 자신의 몸값을 올리는 투자인 공부에서 손을 놓는 순간 미래는 불투명해지면서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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