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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Sep 27. 2020

소고기 부위

소가 만들어내는 다양한 맛의 향연

맛있는 소고기의 특수부위는 씹는 것이 아니라고 했던가. 붉은 바닷속에 떨어진 눈처럼 혀 위에서 녹아서 생각지도 못한 새 목구멍으로 사라지는 육즙의 그 맛은 어디에서 시작이 되었을까. 명절이 시작되면 다양한 음식이 생각나지만 오래간만에 찾아오는 수확의 시기에 맛있는 것이 먹고 싶어 지는 것은 대부분 사람들의 생각일 듯하다. 

우리의 소고기 문화는 오래된 소와의 동행에 있었다. 미국은 소고기는 한국처럼 부위별로 다양하게 먹지는 않는다. 우리가 생각하는 특수부위는 그냥 등심이나 목심, 안심, 갈비, 앞다리, 뒷다리 정도에 국한될 뿐이다. 그렇지만 우리 역사에서 소는 소중한 재산이었기 때문에 어느 한 부위조차 허투루 다룰 수는 없었다. 

고기에 들어가 있는 지방이나 단백질, 탄수화물은 입 안에서 화학적 변화를 일으키는데 이는 맛을 결정하는 풍미 성분으로 변하게 된다. 그래서 맛을 제대로 구분해보고 싶다면 일식집 등에서 나오는 생강 초절임이나 매실장아찌 등을 먹고 먹는 것이 입맛을 살리는데 도움이 된다. 

도축한 소를 발골하고 정형할 때 난방이 안된 곳의 작업실에서 최대한 빠르게 작업을 끝내고 숙성실로 들어가야 고기 맛을 싱싱하게 유지할 수 있다. 고기의 맛은 오랜 시간 노출되어 있으면 온도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12도 이하여야 한다. 

숯으로 불을 만들어내는 식당이 좋기는 한데 우연하게 들어간 이 음식점은 그냥 가스불로 소고기를 구워먹는 곳이었다. 특수부위들이 있어서 맛은 좋았다. 살치살은 등심에 붙어 있는 1~4번 갈비를 덮고 있는 살로 갈비의 양이 적어지기 때문에 가격이 비쌀 수밖에 없다. 추석이 되면 소고기로 상품을 만들어서 파는데 올해는 코로나 19로 인해 선물의 가격대가 여유롭게 설정되었다. 소고기를 만드는 정형은 차가운 작업으로 차가운 고기를 차가운 온도에서 차가운 칼로 다듬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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