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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Sep 28. 2020

청학동 (靑鶴洞)

푸른색의 학이 머무는 하동의 여행지 

청학동이라는 곳은 최치원이 찾았던 곳으로 알려진 하동의 깊숙한 공간이기도 하다. 일반적으로 청학동의 위치는 지리산에 있으며 지리산 삼신봉(三神峰) 동쪽 능선 아래 해발 800m 고지인 지리산 중턱에 자리 잡고 있는 작은 마을이며 도인촌을 삼성동이라고 보통 생각한다. 도인(道人)들의 이상향이며 오랜 시간 그곳에서 머물러 살았던 사람들의 자녀들은 학교에 보내지 않고 서당에 보낸다. 안쪽으로 들어가면 수많은 서당이 자리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지리산 영신봉에서 시작된 낙남정맥(洛南正脈)의 물줄기가 모여 있는 아늑한 산정호수를 만드는 하동호는 하동군 10개 읍·면의 농경지 2511㏊와 사천시 서포면의 644㏊ 등 3100여 ㏊에 농업용수를 공급하는 곳이다. 물이 부족했던 수년 전과 달리 올해의 장마로 인해 물이 풍성했다. 

하동을 수없이 와보았지만 하동호와 안쪽의 청학동까지는 처음 들어가 보는 길이다. 벌써 가을 분위기가 물씬 나는 것이 하동호의 풍광도 좋았다. 지리산 둘레길과 청학동, 삼성궁 등과 연계한 관광자원을 말할 때 하동호를 제외하는 것은 어렵기도 하다. 

하동호를 보면서 코스모스를 생각하고 내연기관과 전기차의 미래를 생각해보았다. 이곳 하동호를 가로지르는 출렁다리 설치를 위한 세부설계를 용역 발주 중에 있다고 하니 조금은 달라진 미래 모습을 볼 수 있다고 한다. 

천혜의 경관을 자랑하고 저수지 상류 10리 길에는 청학 계곡, 묵계 계곡이 있어 봄에는 벚꽃이 날리고 가을에는 오색의 단풍이 수놓을 것을 상상해보면서 곳곳에 자리한 마을에서 머물러 본다. 계곡의 맑은 물과 신선한 공기는 가을 필자의 마음을 사로잡아 입소문을 타고 한번 다녀가면 다시 발걸음을 옮기게 될 듯하다. 

정자와 오래된 고목의 아래로는 데크로드와 주변을 걸어볼 수 있는 길이 조성되어 있다. 

지리산 위에서 흘러내려오는 물이 참 맑기도 하다. 정치적 현실과 유가적 이상의 괴리로 고민하던 조선조 유학 지식인들에게 지리산 청학동은 가장 매력적인 장소였다고 하는데 남방의 산 중에서 지리산이 가장 깊숙하고 그윽하여 신산(神山)이라 불렀다고 할만하다. 

백구룡의 제자가 지리산 청학동에 가서 최치원과 은단대사가 바둑 두는 것을 보고 내려오니 여섯 달이 지났다는 내용도 있다고 하는데 아쉽게도 이날은 최치원을 만나보지는 못했다. 아이러니하게 가장 옛날의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는 청학동을 가면서 전기차와 배터리의 미래를 생각했다. 최고의 낙토로서만 사람이 생활할 수 있고 삼재가 들어오지 않는 곳이라고 해서 그런지 분위기가 남다른 곳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필자 역시 조금은 특이한 옷을 입고 청학동의 구석에 자리한 중국집을 찾았는데 묘한 분위기 속에  짬뽕을 주문해서 먹어보았다. 의외로 시원하면서도 담백한 맛이 좋은 짬뽕이었다. 청학동에도 괜찮은 중국집이 한 곳은 있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는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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