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하지 않고 의혹치 않으며 두려워하지 않는다.
사람의 삶을 현명하게 살기 위해서 세 가지의 도를 생각한다면 걱정하는 것, 믿지 못하는 것, 두려워하는 것을 현명하게 대처하는 것에 있다고 한다. 공자 역시 이 세 가지 도를 잘했다고 말하지 못했다고 한다. 생각해보면 이 세 가지는 끊임없이 우리를 따라다니는 것 같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것이 인생이다. 요즘에는 이동도 제약이 있고 모이는 것도 쉽지 않아서 힘들다고 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다른 의미에서 보면 이 시기가 성장해야 하는 때라는 생각도 든다.
10월도 벌써 반절이 지나가버렸다. 11월이 되면 쌀쌀한 바람과 온도가 겨울을 재촉하게 되니 가을을 즐길 수 있는 시간도 보름이 채 되지 않는다. 문득 보령으로 떠난 길에서 청천호반에 자리한 화암서원을 찾았다. 가을꽃과 함께 자리한 화암서원의 이야기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
공부하고 돌보지 않으면 마음은 성장하지 않는다. 복잡해 보이는 세상에서 현명하게 바라보기 위해서는 마음이 성장해야 한다. 마음이 성장하지 않은 사람을 속이는 것은 어렵지 않다고 한다.
조선의 법과 대한민국의 법은 다르지만 법이 모든 것을 보호해주지는 못한 사례를 최근에도 충분히 찾아볼 수 있다. 배우는 것은 마음속에 숨어 있는 거대해질 열정의 씨앗을 찾는 것과 같다.
화암서원으로 들어가는 입구에 피어 있는 가을꽃을 앉아서 한참을 바라보고 있었다. 냄새도 맡아보고 얼러만 져보기도 하고 색깔도 살펴본다. 세상의 모든 아름다운 것 가운데에 선 꽃과 시는 나란히 걸어가는 벗이라고 한다.
보령 화암서원과 같은 곳에서 배웠을 세 가지 도가 있다면 가을에 피는 꽃으로 국화에는 오덕이 있다. 하늘의 천덕, 땅의 지덕, 군자의 덕, 지조의 덕, 풍류의 덕이 있다. 자연을 통한 수행과 멋의 수단으로 삼았던 국화차를 한 잔 마시면서 보내기에 좋은 시간이다.
화암서원으로 올라와서 멀리까지 이어진 청천호를 바라보았다. 청천저수지는 맑은 물과 풍부한 어족자원으로 유명하지만 호수공원 둘레길을 관광객들이 다녀가고 있는 곳으로 바람과 물, 숲 속을 거닐며 힐링하는 곳이다.
1686년(숙종 12)에 ‘화암(花巖)’이라고 사액되었으며 1723년(경종 3)에는 이몽규(李蒙奎)를 추가 배향한 화암서원은 1610년(광해군 2)에 지방유림의 공의로 이지함(李之菡)·이산보(李山甫) 등의 학문과 덕행을 추모하기 위해 창건하여 위패를 모신 곳이다.
임진왜란 때 분조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던 광해군이 세 가지 도를 알았다면 왕위에서 폐위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결국 왕위에서 쫓겨날 것 같은 두려운 상활을 이기지 못해서 무리수를 두었고 그 무리수는 인조반정의 빌미가 되었던 것이다.
가을꽃도 좋고 비가 많이 내려 풍요로운 느낌의 청천호와 배움의 의미가 있는 화암서원에서 조용하게 시간을 보내보았다. 이번 주가 지나면 강원도 등 일부 지역에 내리는 서리가 전국에도 내리게 된다. 23일 '상강'이라는 말의 뜻은 '서리가 내리다'라는 의미다. 날이 추워지니 마스크를 쓰고 다녀도 답답함이 덜하기는 하지만 마음의 답답함은 익숙해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