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천대교와 미룡마을을 이어 걷는 길
시간으로도 잴 수 있는 빛은 속도는 에너지와도 연관이 있다. 에너지가 커질수록 진동수가 커지는데 지구의 표면으로부터 대기권으로 나가게 되면 빛은 에너지를 잃으면서 진동수가 낮아진다. 진동수가 낮아진다는 것은 한 파동의 마루에서 다음 파동의 마루까지의 시간 간격이 길어진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긴 파동에서 있는 사람이 짧은 파동에 있는 사람의 움직임이 느리게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게 된다.
길게 느껴지는 여름이 가고 같은 시간이라고 하더라도 가을의 시간은 유독 짧게 느껴지는 것은 심장이나 자연의 파동과 연관이 있지 않을까. 올해도 이렇게 시간이 지나가는데 그 시간을 부여잡고 싶기에 파동이 빨리 움직이면서 더 짧게만 느껴지는 것이다.
시간이 지나가는 것을 기억으로나마 붙잡기 위해 늦가을에 경남 사천에 자리한 최초 거북선 길의 2코스를 걸어보았다. 바다의 짭조름한 갯바람이 온몸을 적시며 머리를 맑게 순화시키고 살아 있는 것을 느끼게 해주는 구간이다.
‘최초 거북선 길’이라 이름 붙인 2코스는 선진리성에서 종포마을, 대포마을, 미룡마을을 거쳐 모자랑포 그리고 모충공원에 이르는 12km 거리를 포함하고 있다. 무지개마을이라는 곳도 지나쳐가게 된다. 사천의 바다를 이어가는 거북선 길은 1코스 사천 희망길, 2코스 최초 거북선 길, 3코스 토끼와 거북이길, 4코스 실안 노을길, 5코스 삼천포 코끼리 길로 이어진다.
20세기까지만 하더라도 보통은 한 세대를 30년으로 보고 있었다. 성인이 되고 나서 자신의 능력으로 돈을 벌 수 있는 기간과 비슷하기도 하다. 퇴직한다는 말을 했던 시기가 있었지만 평균수명이 늘어나고 나서 평생을 할 수 있는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지금의 한 세대는 45년 정도라고 보는 것이 좋을 듯하다.
전통적인 가치를 지닌 것은 여전히 유효하겠지만 도시에서의 생업은 기술의 발전과 생활패턴이 바뀌며 빠른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길을 걷다 보면 잔잔한 가운데 일렁이면서 보이는 은빛 물결이 포근함을 주기도 한다. 잠시 시간이 지나가는 것을 잊어볼 수 있는 순간이다.
걷다 보면 저 멀리 바다를 넘어서 이어오는 사천대교를 만나게 된다. 낙조와 어우러져서 아름다운 풍광을 보여준다. 이순신 장군이 사천해전에서 왜군을 상대로 거북선을 최초로 사용했다는 역사적 의미와 함께 생태계로서도 중요한 기능을 하는 곳이었기에 최초 거북선 길이라고 명명된 곳이다.
바다로 내려가서 갯벌에 서면 그 진동을 느꼈는지 작은 게들이 재빠르게 피신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제 조금 더 있으면 멀찍이 빨강 주황 하양 초록의 멋진 빛을 내뿜으며 당당히 존재감을 어두워도 외롭지 않게 해주는 가로등이 켜지기 시작할 것이다. 묵묵히 자리를 지키며 오가는 최초 거북선 길을 비추는 가로등이 있기 때문에 조금은 시간을 더 느껴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