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음의 가치

정산면에 찾아온 가을 그리고 오래됨

작년에 일본과의 관계가 안 좋아지면서 일본 여행을 떠나보지 못하다가 올해 코로나 19로 인해 일본뿐만이 아니라 다른 곳도 떠나보지 못했다. 일본이나 동남아 등이 좋은 이유 중에 하나는 오래된 흔적이 잘 보존됨에 있었다. 오래된 것은 모두 불편하고 안 좋은 것이라고 생각했던 경제성장기에 한국에서 그런 풍광을 만나는 것이 쉽지가 않았다. 물론 화장실과 같은 편의시설은 무척 중요하다. 그렇지만 오래되었다고 해서 볼 것이 없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주변에서 오래된 것을 찾아다녀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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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양에서도 중심이었지만 지금은 그곳에 살았던 사람이나 관심을 두어야 가볼 수 있는 정산면에는 다양한 흔적들이 남아 있다. 정산면 서정리 중앙에 흐르는 천은 정산천인데 천의 오른쪽 마을을 구아대라고 불렀다고 한다. 1704년에 건립된 호서열성자오교비가 있었다고 하는데 정산천 복개 당시 모두 해체되어 대부분 석재가 멸실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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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 없이 지나치면 모르겠지만 이곳의 철비는 군내에서 유일하며 비선 거리의 석비 중 특이한 것은 석벽을 다듬어 비 모양을 만들고 글씨를 새긴 마애비다. 특이하다. 전국을 돌아다녔어도 이런 비는 처음 보았다. 내 둑에는 본래 3~4기 정도가 있었다고 하는데 현재는 도로 오른편 암반에 1770년 새긴 현감윤봉주 마애비와 최근 근처의 귀곡나무 밑에 세운 판독불명 마애비 2기만이 남아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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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낙엽이 다 떨어져 내리고 있어서 그런지 정산의 안쪽에 오래된 건물이 눈에 뜨였다.

마을분들은 오래된 물건들이 익숙하지만 다른 곳에서 온 사람들은 이곳이 낯설어 보이기도 한다. 이제 아까 본 오래된 건물을 보기 위해 계단으로 올라가 본다. 그 건물은 어떤 용도로 사용되던 것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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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을 올라와서 보니 정산 건강생활관이라고 현판이 달려 있는 건물이 나타났다. 일본이나 베트남, 필리핀 등에서 보았던 그런 오래된 건물의 양식과 매우 유사해 보인다. 건강생활관이라고 하면 광장과 같은 곳이나 교통 결절점에 자리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왜 언덕에 이런 건물을 세웠을까. 처음에는 천주교와 관련된 건물인 줄 알았는데 조금은 달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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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역사만큼이나 시설들은 많이 노후화되었지만 이 자체만으로 충분히 의미가 있어 보였다. 정산면만의 볼거리로 만들어도 괜찮아 보인다. 고풍스럽지는 않지만 오래되었으며 낡았지만 의미를 되새겨볼 수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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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정산구아대구지라는 곳으로 고려초부터 조선초까지 정산 고을 터였는데 오늘에 '과디마을'로 부르는 것은 구아대의 와전이며 여기가 정산 지명의 발원지라고 한다. 이래 보여도 이곳이 정산현의 관아가 있던 곳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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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양보다 정산이 중심이었을 그 시기인 일제강점기인 1919년 4월 5일 권흥규와 군중 500여 명이 대한민국 독립만세를 외치던 곳이라고 한다. 금강유역에 강창(江倉)이 있어 잉화달천(仍火達川)과 치성천(致城川) 연안 평지에서 생산된 세곡을 운반하였던 정산(定山)은 공주지역을 잇는 교통의 요지로서 유인(儒人)들이 많이 정착하였다 하여 정산이라는 이름이 생겼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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