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적인 가옥

서천 구병희 가옥

서양적인 가옥과 동양적인 가옥에는 문화가 담겨 있다. 서양 문화는 수학적인 규칙의 조합으로 말할 수 있으며 동양은 세상은 관계의 집합으로 보는 시각 차이가 있다. 게임으로 보아도 알 수 있다. 체스와 바둑은 각각 서양과 동양을 대표한다. 물론 체스는 인도의 차투랑가라고 불리는 게임이 원형이지만 지금은 서양 게임으로 알려져 있다. 바둑은 논밭을 확장하고 경작하는 농경 사회의 모습을 상징으로 만든 게임이다. 체스는 계급에 따라 시작 위치와 이동 방향이 정해져 있지만 바둑의 모든 돌은 평등하며 둘러싸이는 것과 둘러싸고 있는 것으로 게임의 규칙이 결정된다. 

현대사회에는 상당수가 획일화된 아파트에 살고 있지만 동양적인 가옥은 한옥에서 찾아볼 수 있다. 지금은 많이 사라졌지만 지역마다 한옥이나 고택을 찾아볼 수 있다. 

서천에는 고택이 많지가 않은데 그중에 서천 구병희 가옥(舒川 丘秉喜家屋) 은 안채 상량문의 1918년 기록과 사랑채 대청마루 상량문의 1933년 기록으로 일제강점기의 건립연대를 확실히 밝혀주고 있는 사료적 가치가 높은 건물이라고 한다. 

동양의 건축은 바둑판과 같은 격자와 기둥에 기초한 공간 구조가 수천 년간 이어져왔다. 기둥이 네 개가 서면 지붕을 올릴 수 있고 그게 한 칸이 된다. 동양 건축의 기본 요소들은 기둥, 지붕, 낮은 담장이나 이곳 구병희 가옥처럼 아예 담이 없는 경우도 있다. 

약 100년의 역사를 가진 이 가옥은 일제강점기의 건축양식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곳이다. 동양의 건축에서는 빈 공간의 의미가 크다. 미국 조각가 알렉산더 폴더는 조각에 빈 공간을 도입한 새로운 개념의 등장시켰다. 이는 조각으로 비움과 관계라는 동양의 가치를 보여주었으며 동양의 건축에서도 살펴볼 수 있다. 

서천 구병희 가옥의 건물 뒤로 오면 유리로 만들어진 일제강점기의 건축물을 살펴볼 수 있다. 

동양 건축은 양식보다는 자연과의 상대적인 관계를 중요시하여 만들었다. 대지의 조건에 따라서 상대적으로 반응하면서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유기적이고 상대적인 공간을 나무 기둥과 보를 가지고 만들었다. 서천 구병희 가옥은 2019년 1월 30일 문화재 지정 예고를 거쳐, 2019년 8월 20일 충청남도의 문화재자료 제424호로 지정되어 보존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