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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Nov 26. 2020

거지의 품격

용담공원과 최귀동의 생애

오래전에 사용되었던 농기구인 쟁기는 파종하기 전에 흙을 갈아엎을 때 쓰는 도구다. 요가에서 쟁기가 갖는 상징적인 의미는 적지 않다. 쟁기자세를 할라아사나라고 부르는데 아사나 수련에서 해마다 농부가 땅을 갈아엎어 토양의 다공성을 유지하는 것처럼 토대를 갈고닦는 것을 의미한다. 무엇을 행하든 자신이 생각하는 대로 거두게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런 쟁기처럼 음성의 용담산 기슭의 움막에서 힘든 사람들을 챙겼던 사람이 있었다. 

음성 금왕에 가면 나즈막한 산인 용담산이 나온다. 지금은 행자들이 모여 살고 있지는 않지만 오래전에는 이곳에 행자들이 모여 살았다고 한다. 부유한 집에서 태어났지만 일제 치하 강제 징용으로 끌려가 모진 고문 등으로 정신을 잃고 고향인 음성에 내려온 최귀동 할아버지는 꿈에 그리던 고향에 왔지만 가족 없이 떠돌던 주인공은

마을에서 정신병자 취급을 받게 되었다고 한다. 

최귀동 할아버지가 살았던 용담산을 가끔씩 올라가 보곤 한다.  최귀동 할아버지는 음성의 무극천 다리 밑 거지 소굴에서 갈 곳 없는 사람들을 도우며 함께 살아갔다고 한다. 마을 사람들은 더럽고 병들었다는 이유로 무극천 다리 밑에서마저 거지 일행들을 쫓아냈지만 최 할아버지는 이들과 함께 이곳 용담산 밑에서 40여 년 동안 움막 생활을 하게 되었다. 

어느 날 오웅진 신부는 자신의 불편한 몸은 뒤로 하고 항상 남을 먼저 챙겼던 할아버지를 만나게 되면서 신앙생활과 연결이 되었다.  주변에 있는 걸인들을 먹이고 병간호까지 했던 꽃동네의 ‘작은 예수’. ‘거지 성자’로 불리며 올해는 열리지 못했지만 음성을 대표하는 품바축제의 주인공이 되었다. 

품바축제는 음성군이 오웅진 신부가 꽃동네를 설립 배경이 됐던 최귀동 할아버지의 나눔과 희생, 그리고 헌신적인 이웃사랑을 모티브로 재구성한 것이다. 매년 축제 때는 전국에서 거지 옷을 입은 품바들을 볼 수 있다. 지금 생각하는 거지는 부정적인 이미지지만 유럽에서는 거지가 되기 위해서는 엄격한 기준을 통과해야 했었다. 

용담산을 올라가면 작은 공원처럼 조성이 되어 있고 정자도 만들어져 있어 잠시 휴식을 취할 수 있다. 

용담산을 한 바퀴 돌아보고 내려오면 꽃동네 입구에는 ‘얻어먹을 수 있는 힘만 있어도 그것은 주님의 은총입니다’라는 표지석이 많은 이들에게 지금도 가르침을 주고 있다. 

최귀동 할아버지의 상의 아래에는 그의 삶의 일대기를 접해볼 수 있다. 옛날 고대 인부에는 자나카 왕이 살았는데 자신이 가진 부와 명예에도 불구하고 검소한 삶을 살았다고 한다. 어느 날 자나카 왕이 밭에서 쟁기질을 하는데 쟁기 날에 무언가 묵직한 것이 걸렸는데 땅을 파보니 커다란 알이 나왔다고 한다. 그 알에서 아름다운 소녀가 잠들어 있었는데 그녀를 딸로 삼았다고 한다. 

용담산의 최귀동 할아버지의 행적을 둘러보고 내려오는 길에 음성의 옛 모습을 담은 벽화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어떤 품격이 필요한지 명확한 것은 없지만 때론 사람이 가진 것이나 자리와 상관없이 행동할 수 있는 것이 품격의 기본이 아닐까란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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