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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Dec 07. 2020

사색의 길

최익현의 모덕사와 우목 저수지

8일부터 거리두기가 격상되면서 청양의 대부분의 공공시설이 운영되고 있지 않다. 공공의 체육시설을 비롯하여 각종 청소년 관련 시설뿐만이 아니라 역사적인 공간도 포함이 된다. 탁 트인 곳에서 거리두기를 충분히 할 수 있지만 정부의 방역정책방향에 따를 수밖에 없다. 최초로 세워진 공덕 사는 광복 이후 중수를 거치며 고종황제의 밀지에 나오는 ‘모경숙덕(慕卿宿德)’ 숙어 가운데 두 글자를 딴 모덕사로 바뀐 곳이다. 우목 저수지와 면해 있는 모덕사의 주변으로는 산책로가 잘 조성되어 있어서 걸으면서 사색해볼 수 있다. 

제대로 생각하는 시간의 사색은 편견에 빠지는 것과는 다르다.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편견이 있을 수는 있다. 편견을 희석하는 방법은 사실 계속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 자신이 관심이 전혀 없는 책이나 정보를 접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올해까지는 코로나 19 확산 방지를 위한 모덕사의 임시휴관으로 인해 2021년에나 모덕사를 들어가 볼 수 있을 듯하다. 

을사오적에 대한 처단해야 된다는 상소를 올렸지만 면암 최익현은 상소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이듬해 4월, 74세의 고령으로 전북 태인에서 의병을 조직해 본격적인 항일투쟁에 돌입하게 된다. 매년 면암(勉菴) 최익현(1833~1906) 선생의 애국애족 정신을 기리는 추모제가 열리지만 올해는 코로나 19로 인해 열렸는지 확인하지는 못했다. 

문화재청 주관 ‘2021년 지역 문화재 활용사업’ 공모에 충남 청양군의 향교·서원 활용사업과 생생문화재 사업이 각각 선정되었는데 생생문화재 사업은 충남도 문화재자료 제152호 모덕사에서 진행하며 ‘위기의 조선, 그리고 최익현’을 주제로 4개 프로그램을 운영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곳에서 낚시를 하는 사람들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낚시금지라고 쓰여 있다. 영국 같은 나라에서는 낚시조차 면허를 받아야 할 수가 있다. 생명에 대한 존중의 관점을 이제 한 단계 높여야 될 때가 아닐까. 

인간의 심리란 참 묘해서 뭔가에 쉽게 속아 넘어갈뿐더러, 심지어 자기 자신을 속여 신체적 변화를 일으키기도 한다고 한다. 사람이 가진 정신의 힘은 가끔 생각해보면 신체의 한계를 넘어설 수 있다는 생각도 든다. 사색의 힘은 결국 스스로를 단단하게 만드는 일이다. 최익현의 행보를 볼 때 그는 자신의 신념에 의해 육체를 이끌어갔다. 

괴산에 가면 옛길이 저수지의 주변으로 남아 있다. 산막이 옛길이라고 부르는데 이곳에도 사람이 살던 마을이 있었다. 본래 마을이 자리하고 있었지만 우목 저수지 공사를 하면서 마을이 물에 잠기게 되었고, 주민들은 이웃마을로 이전했다고 한다. 모덕사에 자리한 지리적으로 높은 곳에 위치한 최익현의 고택은 수몰을 면하게 되었다고 한다. 

모덕사로 들어가 보지 못하니 원래 걷던 패턴에서 다르게 걷게 되었다. 면암 최익현의 뒷모습을 보는 것도 조금은 색다른 느낌이다. 

유구한 역사 속에서는 수많은 일들이 있었다. 장기적으로 모덕사의 주변과 우목 저수지를 중심으로 사색의 길을 만들어놓아도 좋을 듯하다. 청양군과 공주시의 경계에 있는 모덕사이지만 자신 삶의 기준과 원칙을 생각해볼 수 있는 사색의 공간으로 만들어두면 적어도 인생의 지향점을 찾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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