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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길포의 대방어

이 맛에 바다로 여행을 하는 것인가.

삶에서 중요한 것이 무엇일까. 가장 중요한 것은 일상을 영위하면서 기회가 왔을 때 움직일 수 있는 것이다. 아무리 가진 것이 많다고 하더라도 욕심의 마진폭을 많이 가지게 되면 움직임이 둔해진다. 그러려면 여력을 비축해두어야 한다. 영화의 대사처럼 난 오늘만 산다는 아저씨도 있지만 내일이 있기에 오늘을 열심히 살지 않을까. 사람들이 좋아하는 물고기 중 광어는 일정 크기 이상이 되면 회가 맛이 없어진다. 대중적인 횟감용 물고기는 대부분 일정 크기가 넘어가면 맛이 없어지는데 그 반대인 생선도 있다. 바로 방어다. 겨울철에 맛이 있어지는 방어는 클수록 맛이 다양해지고 고소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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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남도 대산읍 화곡리에 자리한 삼길포항은 당진시 석문면 교로리와 대산읍 화곡리 삼길포를 연결하는 대호방조제의 끝 지점에 위치하고 있다. 산업시설과 어항이 함께 있는 묘한 분위기의 서해바다다. 서산과 당진에 걸쳐있는 이점을 통해 서산 당진뿐 아니라 외지인들도 이곳을 많이 찾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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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바다의 모습뿐만이 아니라 겨울철새들이 자주 찾아오는 곳으로 이날도 수많은 철새와 갈매기들이 군무를 만들 정도로 많은 생명체가 공존하고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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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길포항의 해안도로에는 다양한 조각상들이 있는데 모두 나름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생명체가 함께하며 가족이 여행할 수 있는 곳이라는 콘셉트로 조각상들이 자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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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한 아이의 죽음으로 비극적인 상황이 있어서 행복해 보이는 아이의 모습이 더 인상적이었다. 모든 아이들은 행복해지고 싶어 한다. 그리고 존재 자체가 행복을 지향한다. 성인이 되면 이런저런 이유를 대며 행복으로 가는 마음의 길을 막지만 아이는 그냥 모든 것이 새롭고 행복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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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길포항의 주인공은 우럭이다. 배낚시나 갯바위 낚시를 하여 즉석에서 손질하여 먹는 회 맛에 견줄 순 없어도 방금 잡아 온 우럭을 선상 위에서 먹는 회 맛은 서해 포구에서만 느낄 수 있는 새로운 즐거움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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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길포항에는 수산물센터가 자리하고 있는데 한참 박대와 굴비가 겨울 바닷바람에 말려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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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방어가 겨울에 맛이 있는 이유로 돌아가 보면 겨울에는 몸속의 영양소를 풍부하게 저장하기 때문이다. 즉 한 해를 나기 위해 여력을 만드는 것이다. 방어가 크면 대방어라고 하는데 일본에서 가장 인기 있는 생선이기도 하다. 소방어, 중방어, 대방어로 구분이 되는데 대방어는 5kg 혹은 8kg를 기준으로 나누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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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어의 1등 지느러미는 아주 짧고 제2등 지느러미는 매우 길다. 온대성 회유어종인 방어는 수온에 민감한 탓에 적정수온인 15~18℃를 찾아 나선다. 클수록 맛있고, 방어 특유의 고소함과 담백함을 느낄 수 있다는 대방어는 자리돔을 좋아하기에 미끼로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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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시작될 무렵 강원도와 부산 해역을 헤엄쳐 겨울인 12월부터 제주 근방에 머무른다. 빠른 해류와 거친 물살을 헤치고 낮은 수온을 견뎌낸 방어는 기름지면서도 쫄깃한 식감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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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추울 때 그리고 시간이 있을 때 다음 한 해를 준비하고 그렇게 한 해 한 해 준비하다 보면 10년이 평안해진다. 대방어가 맛있는 계절 겨울의 삼길포항은 추운 온도만큼이나 조용했지만 다음 해를 준비하는 대방어의 쫄깃함이 기억에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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