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지 않아야 할 것들
미국의 작가 리처드 매드슨이 1954년 발표한 공상과학 호러 소설인 나는 전설이다를 오래전에 읽고 영화로도 본 적이 있었다. 괴물을 제외하고 다른 무엇보다 대화를 할 수 있는 모든 대상이 사라진 세상에서 홀로 살아가는 네빌의 이야기다. 극심한 외로움과 공포, 살의에 성욕과 같은 각종 욕구 속에서 번민하는데 코로나 19 시대에 느끼는 감정과 비슷해 보인다. 낯선 사람과 거리를 두고 잘 알고 지내던 지인과의 만남도 간격이 길어졌다.
요즘에는 사람들이 바깥 외출도 줄이고 있기 때문에 거리를 나가도 사람들이 많지가 않다. 특히 9시에 영업이 제한이 되고 난 후 그 시간대에는 사람들이 거의 안 보인다. 지금은 대전에서 가장 한적한 곳 중 하나지만 대덕구 읍내동은 당시 회덕현의 행정중심지로 동쪽으로는 계족산, 서쪽은 갑천, 남쪽은 법동과 대화동, 북쪽은 신대동과 연축동과 인접해있는 중심지였다.
이곳을 중심으로 회덕현 관내의 지방행정을 수행하던 회덕 관아터는 현재 회덕동주민자치센터 옆에 일부 터가 남아 있다고 한다. 회덕현 관아를 비롯하여 동헌, 객사, 침벽당, 응향정, 창고, 무기 고등 79칸에 이르는 규모의 관아가 있었다고 하는데 지금은 건물의 흔적조차 찾아볼 수가 없다. 없어지지 않았다면 전주에 못지않은 한옥마을 거리도 가능했을 듯하다.
골목의 안쪽으로 들어가면 잊지 말아야 된다는 의미의 불망비가 자리하고 있다. 덕을 품었다는 회덕이라는 의미의 길 입구에는 홍살문을 지나쳐서 안쪽으로 걸어서 들어오면 된다. 주변에는 오래된 집들이 있는데 조금 더 걸어서 들어오면 전각이 보인다. 전각 안에 있는 대전시 문화재자료 제27홀 어사 홍원모 영세불망비각은 홍원모의 선정을 기리기 위해 주민들이 세운 것이라고 한다.
홍원모는 조선 후기의 문신으로 1829년 순조 때 암행어사로 바로 이곳 회덕 지방의 민정을 살피던 중에 기아와 질병에 허덕이던 백성을 구제하고 세금을 감면해 주었다고 한다.
애민 선정비나 영세불망비 모두 송덕비(頌德碑)의 일종이다. 송덕비는 선정을 베푼 관리의 공적을 기리기 위해 후임자나 백성들의 추천을 통해 엄격한 심사를 거쳐 임금의 허락을 받아 세웠다. 반면 불망비는 백성들이 직접 세운 것으로 조금 더 애민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