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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Feb 02. 2021

미륵사

굳이 이유를 찾을 필요는 없다. 

한 겨울 금산에 자리한 미륵사를 찾아간 것은 7년 만이었는데 그때 만났던 여자 승려를 다시 보았다. 필자는 마스크를 쓰고 있었지만 멀리서 잠시 거처에서 얼굴을 내민 그분은 기억이 났다. 여자 승려인 불교 교단 최초의 비구니는 석가모니의 이모인 마하프라자파티(Mahāprajāpatī)라고 한다.  부처님은 여자도 출가하여 도를 이룰 수는 있으나, 정법(正法)의 수명을 500년 감하게 되었음을 밝히고 있다. 

금산과 대전의 경계에 자리한 금산사는 물이 흐르는 옆으로 올라가야 볼 수 있는 사찰이다. 이곳에서 흘러 내려가는 물은 모두 금강줄기로 이 물이 흘러흘러 아름다운 풍광의 적벽강에 이르게 된다. 

미륵이라는 이름이 앞에 붙은 보살은 도솔천(兜率天)에 태어나기를 바라는 상생신앙(上生信仰)과 미래에 인간 세계에 태어나 중생을 교화할 미륵불의 구원을 갈망하는 하생신앙(下生信仰)이 담겨 있다. 

미륵이라는 이름은 불교에서 널리 사용되는 신앙이기도 하면서 특정 대상을 의미하기도 한다. 경내에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줄 알고 조용히 주변을 돌아보았다. 그리 오랜 시간이 지난 것도 아닌데 처음 보는 것만 같이 느껴진다. 

옛날에 백제가 자리했던 공간에는 미륵사 창건 연기 설화에서 미륵 3 존이 연못 속에서 출현했다고 전해지고 있다는 익산의 미륵사와 동일한 이름의 사찰이다. 

이 석조를 보니 드디어 옛날의 기억이 되살아났다. 이 석조는 그냥 안쪽이 비워진 돌이 아니라 고려시대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물을 담아놓는 물통이다. 길이 237cm, 너비 150cm, 두께 20cm의 규모로 원형이 비교적 잘 유지되고 있다. 


예전에는 석조불두와 마애불편이 복원이 안되어 있는데 지금은 복원이 되어 있을까. 미륵사에서 가장 중요한 석조불두와 마애불편을 보러가는길은 잘 정비되어 있었다.

드디어 미륵불의 머리가 보이기 시작했다. 전체적으로 형태가 완전히 복원된 것이 아니라서 항마촉지인의 형태라던지 시무외인의 수인 등만 눈에 뜨였던 부처의 흔적만 있었는데 어떻게 변했을까. 

대형 마애불로 조성된 편단우견 항마촉지인 불좌상의 형식은 통일신라시대 후반의 불상 양식을 계승하면서도 제작기법면에서는 고려시대의 양상이 반영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복원은 되어 있지 않았지만 예전보다는 더 안정적인 느낌이었다. 

마애불에 머리만 별도로 만들어진 사례로는 경기도 파주 용미리 마애불입상과 경주 남산 약수골 마애대불이 대표적으로 금산의 미륵사도 포함이 되어 있다. 

정신적으로는 아직도 부족하다. 육체적이고 영적인 수련을 통해 예부터 요기들은 싯디라 불리는 특별한 능력을 얻었다고 하는데 싯디는 사람의 몸과 마음뿐 아니라 자연의 힘도 조종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한다. 사전에 사건을 인지하는 것처럼 금산의 미륵불처럼 현명해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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