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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포오석

돌에게 정해진 것은 없다.

돌의 운명과 사람의 인생을 비교할 수 있을까. 최근의 심리상태는 끊임없는 자기 의심과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대비가 문제였다. 미래를 어떤 식으로든 잘 준비한다고 하더라도 그대로 진행되지 않는다. 그걸 알면서도 준비하려고 하는 것이 사람이다. 그 과정 속에 자기만족을 느껴보기 해보는 방법이 바로 경제적인 것이다. 자신의 하루의 가치를 벌 수 있는 숫자에 비교하면서 일한다. 어떤 돌을 남포벼루가 되어서 오래 남기도 하지만 어떤 돌은 그냥 자연 속에서 머무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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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만인가 보령의 남포벼루를 만드시는 분을 찾아가 보았다. 이 분은 무형문화재로 한 자리에서 수십 년 동안 같은 일을 하셨다. 어떤 사람은 자신의 길을 일찍 찾아서 큰 꿈을 가지지 않고 만족해하면서 살아가고 어떤 이는 그렇지 않다. 더 많이 가지는 것을 꿈꾸는 사람도 있고 현실 속에서 어쩔 수 없이 최저시급을 받으면서 살아가는 사람도 있다. 각 사람마다 상황은 다르겠지만 미래가 불안한 것은 똑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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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보다 보는 것이 많고 이해하는 속도도 빠른 편이어서 잘 본다고 생각하면서도 정작 본인은 의심하고 의심해서 현실에 머무르려는 것이 결국 탈을 만들었다. 미래는 결정된 것이 없었고 확신을 가지면 되었다. 한 달 한 달의 근시안을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에 대한 자기 확신이 결국 자신을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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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의 어르신은 처음 만난 것이 7년 전이었는데 여전한 모습으로 매일같이 돌을 갈고 있었다. 1년에 한 번도 안 분이지만 새해인사를 드렸다. 자신의 길을 일찍 찾고 그것만으로도 환한 웃음을 하신 그분의 모습을 오래도록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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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중기가 아니면 들 수 없는 이 큰 돌은 우리의 몸의 구성요소와 아주 다르지는 않다. 돌은 다듬어지고 다듬어져서 결국 오래전부터 학자들이 사용했을 벼루가 되고 벼루는 사람의 생각을 후대에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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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루 중 충청남도 보령의 남포 지방에서 나는 남포석(藍浦石)을 가장 으뜸으로 치는데, 먹을 갈 때 매끄러워 조금도 끈적거리지 말아야 하며, 묵지(墨池 : 묵즙을 모으도록 된 오목한 곳으로 硯池라고도 한다.)에 물을 넣어 두어 10일 이상 되어도 마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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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각하게 걱정하고 고민하고 아팠단 것은 지금까지 걸었던 길에서 한 차례 도약할 준비가 되었다는 의미다. 어차피 별 문제없을 거 보고 싶은 것과 쓰고 싶은 것을 부담스럽지 않게 쓰면서 시간을 가져보려고 한다. 무형문화 재분 앞에 있는 돌을 앉아서 조용히 쓰다듬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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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에 대한 의심은 때론 위험에서 벗어나게도 하지만 과도한 의심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결국 이루어질 것은 이루어지고 하고 싶은 것은 할 수 있게 된다. 그 사실을 굳이 고통을 겪고 나야 깨닫게 하는 건 운명의 장난을 넘어서 때론 잔인해 보인다. 미래에 너무 많은 걱정을 하면서 살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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