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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Jan 31. 2021

남포오석

돌에게 정해진 것은 없다. 

돌의 운명과 사람의 인생을 비교할 수 있을까. 최근의 심리상태는 끊임없는 자기 의심과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대비가 문제였다. 미래를 어떤 식으로든 잘 준비한다고 하더라도 그대로 진행되지 않는다. 그걸 알면서도 준비하려고 하는 것이 사람이다. 그 과정 속에 자기만족을 느껴보기 해보는 방법이 바로 경제적인 것이다. 자신의 하루의 가치를 벌 수 있는 숫자에 비교하면서 일한다. 어떤 돌을 남포벼루가 되어서 오래 남기도 하지만 어떤 돌은 그냥 자연 속에서 머무를 뿐이다. 

몇 년만인가 보령의 남포벼루를 만드시는 분을 찾아가 보았다. 이 분은 무형문화재로 한 자리에서 수십 년 동안 같은 일을 하셨다. 어떤 사람은 자신의 길을 일찍 찾아서 큰 꿈을 가지지 않고 만족해하면서 살아가고 어떤 이는 그렇지 않다. 더 많이 가지는 것을 꿈꾸는 사람도 있고 현실 속에서 어쩔 수 없이 최저시급을 받으면서 살아가는 사람도 있다. 각 사람마다 상황은 다르겠지만 미래가 불안한 것은 똑같다. 

다른 사람보다 보는 것이 많고 이해하는 속도도 빠른 편이어서 잘 본다고 생각하면서도 정작 본인은 의심하고 의심해서 현실에 머무르려는 것이 결국 탈을 만들었다. 미래는 결정된 것이 없었고 확신을 가지면 되었다. 한 달 한 달의 근시안을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에 대한 자기 확신이 결국 자신을 이끈다. 

이곳의 어르신은 처음 만난 것이 7년 전이었는데 여전한 모습으로 매일같이 돌을 갈고 있었다. 1년에 한 번도 안 분이지만 새해인사를 드렸다. 자신의 길을 일찍 찾고 그것만으로도 환한 웃음을 하신 그분의 모습을 오래도록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기중기가 아니면 들 수 없는 이 큰 돌은 우리의 몸의 구성요소와 아주 다르지는 않다. 돌은 다듬어지고 다듬어져서 결국 오래전부터 학자들이 사용했을 벼루가 되고 벼루는 사람의 생각을 후대에 남긴다. 

벼루 중 충청남도 보령의 남포 지방에서 나는 남포석(藍浦石)을 가장 으뜸으로 치는데, 먹을 갈 때 매끄러워 조금도 끈적거리지 말아야 하며, 묵지(墨池 : 묵즙을 모으도록 된 오목한 곳으로 硯池라고도 한다.)에 물을 넣어 두어 10일 이상 되어도 마르지 않는다. 

심각하게 걱정하고 고민하고 아팠단 것은 지금까지 걸었던 길에서 한 차례 도약할 준비가 되었다는 의미다. 어차피 별 문제없을 거 보고 싶은 것과 쓰고 싶은 것을 부담스럽지 않게 쓰면서 시간을 가져보려고 한다. 무형문화 재분 앞에 있는 돌을 앉아서 조용히 쓰다듬어 본다. 

스스로에 대한 의심은 때론 위험에서 벗어나게도 하지만 과도한 의심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결국 이루어질 것은 이루어지고 하고 싶은 것은 할 수 있게 된다. 그 사실을 굳이 고통을 겪고 나야 깨닫게 하는 건 운명의 장난을 넘어서 때론 잔인해 보인다. 미래에 너무 많은 걱정을 하면서 살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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