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 로맨틱해지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매일매일이 특별한 날이지만 특별하지 않게 느껴지지 않는 날이 대부분이다.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오드리 헵번 주연의 로마의 휴일의 특별함을 기억할 것이다. 사람에게 중요한 것은 살아갈 이유와 함께 희망이기도 하다. 할 일이 아무리 넘쳐나도 사람에게는 휴일이 필요하다. 휴일이 있어야 생각의 여유와 함께 지금 자신이 걸어가고 있는 길이 맞는지 돌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이라면 먹고사는 것을 직업 삼아 살며 하고 싶은 일을 찾아가게 된다.
휴일이 왔기에 로마의 휴일처럼 색다른 풍광을 보기 위해 나와보았다. 왕실의 그 삶이 싫증이 나서 길거리에서 특종을 찾아다니는 신문기자 조와의 의외의 해프닝이 재미있었던 것처럼 흰 눈이 내린 정안천은 조금 다른 모습을 보여줄까.
흰 눈이 내려서 낙엽이 다 떨어진 메타쉐콰이어길에 운치를 더하고 있다. 이곳은 생태공원으로 조성이 되어 있는데 내린 눈으로 인해 생태길이 어딘지 분간이 되지 않는다. 특별한 하루의 휴일이 매일매일 이어졌으면 하는 재미가 있겠지만 그렇지만 특별한 하루는 되지는 않을 것이다.
정안천 생태공원은 지난 2008년부터 3년에 걸쳐 공무원과 시민의 참여로 조성된 곳이다. 33만㎡(10만 평) 규모의 생태공원은 매년 갖가지 꽃들이 장관을 이루고, 자전거 도로와 대나무 정자 등 편의시설이 설치가 되어 있어 부근에 있는 사람들이 자주 찾아오는 곳이다.
자세히 쳐다보니 연뿌리들이 보인다. 여름이 되면 이곳에는 연꽃이 장관을 이룰 듯하다. 공주의 중심을 흐르는 물이 제민천이고 그 주변을 흘러가는 물이 정안천이라면 젖줄은 금강이다. 가까이서 물을 볼 수 있는 천들이다.
정안천으로 방향을 틀어 왔다면 메타세쿼이아 길이 장관이라고 하는데 꼭 그렇지가 않더라도 정안천을 배경으로 아름답게 가꿔진 정원과 눈길은 한 폭의 풍경화다. 우연하게 관광버스 기사로 일하시던 분에게 내년에는 일거리가 조금씩 생기지 않겠냐고 묻자. 2022년까지 이 분위기는 완화만 될 뿐이지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을 것이라고 답했다.
감사하게 휴일을 맞이할 수 있고 다시 나아갈 수 있는 길이 있다는 것은 의미 있고 행복한 삶이다. 눈이 내려서 그런지 정안천의 구간이 어디인지 명확하게 알기가 어렵다. 저 건너편인 거 같은데 이곳 생태공원은 상당히 넓은 곳이다.
이렇게 탁 트인 곳에 나와도 마스크가 없으면 어딘지 모르게 불안해진다. 잠시 마스크를 벗었다가도 사람들이 멀리서 보이면 마스크를 다시 쓰게 된다. 미세먼지가 그렇게 많다고 할 때에도 마스크를 쓰지 않았는데 필자의 행동이 다른 이에게 불편하다는 것을 인식한 이상 행동에 제약이 따른다. 그래도 정안천의 휴일이 영화 속 로마의 휴일만큼 로맨틱하지는 않지만 평온한 것은 더 낫지 않았을까.